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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는 엄마가 지었는데…철창 속 첫발 떼는 아이들의 ‘눈물’

담장 안 아기들, 열악한 양육 환경 노출

‘바깥 양육’ 원칙, 사각지대 아동 피해

아동 건강권 대 형평성 논란 지속

전문가 “통합 복지 대책 구축 시급”

기사 내용 이해를 돕기 위해 생성한 AI 이미지

[파이낸셜뉴스]

“판사님, 피고인은 임신 사실을 안 뒤로 구속되기 전까지 단 한 번도 마약에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밖에서 아이를 돌봐줄 친척이 없어 부득이 구치소에 데려왔는데, 구치소에는 양육을 위한 전문 매뉴얼이나 전담 인력이 없습니다. 마약 사범이라 물품 반입이 제한돼 영양제 하나조차 들여올 수 없고, 첨부한 ‘아기수첩’ 복사본을 보시면 예방접종 시기마저 놓친 것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어린 아기를 위해 보석을 허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지난 14일 서울북부지법의 한 법정 안. 피고인석으로 들어서는 A씨(28)의 모습은 여느 수용자와 달랐다. 한 손에는 수갑을 찬 채, 아기띠를 매고 생후 9개월 된 아이를 안고 있었다. 교도관의 인도에 따라 피고인석에 앉는 동안 가슴 속 아이는 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잠시 보챌 뿐이었다. 이날 법정에선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1심에서 징역 8개월을 선고받은 피고인 A씨의 항소심 재판이 열렸다. A씨 측은 구치소 내 열악한 양육 환경과 아이의 건강 문제를 들며 법원에 보석을 신청한 상태였다. A씨는 “아이를 위해서라도 다시는 마약에 손대지 않고 재활 치료를 받으면서 바르게 살겠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20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여성 수용자는 자녀를 교정시설 안에서 생후 18개월까지 양육할 수 있다. 전국 교정시설에서 엄마와 함께 생활하는 18개월 미만 유아는 연평균 10~15명 안팎으로 추정된다. 법적으로 교정시설 내 유아의 건강 관리가 아예 방치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 영유아 건강검진이나 필수 예방접종은 의료기관 연계를 통해 일반 아동과 동일하게 제공된다. 아이가 아플 경우 내부 의료과 진료 후 외부 전문 병원으로 출동·외진 조치가 이뤄지며 분유·이유식·기저귀 등 필수 양육 용품도 국가 예산으로 지급하도록 제도화되어 있다.

그러나 현장 환경의 구조적 한계가 걸림돌로 꼽힌다. 밀집되고 통풍이 제한된 교도소 특성상 감염병 노출에 취약하며, 시설 내 의료진이 성인 수용자 위주로 편성되어 있어 응급 상황 대처 지연 위험이 상존한다. 야외 활동과 놀이 시설 부족으로 인한 발달 저해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구치소 내 양육 환경이 열악한 근본 원인은 교정 당국과 법원이 ‘아이는 교도소 밖 일반 가정에서 키우는 것이 원칙’이라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양육 기한을 ‘생후 18개월’로 제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인지 능력이 발달하기 전 모유 수유와 초기 애착 형성을 돕되, 아이가 주변 환경을 인식하고 행동반경이 넓어지는 시점부터는 교도소 밖으로 내보내는 것이 아동에게 이롭다고 판단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바깥 양육이 원칙’이라는 명분이 현실과 충돌한다는 데 있다. 수용자 대부분은 미혼모이거나 친인척의 경제적·신체적 여건이 되지 않아 아이를 맡길 수 없는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현실적인 지원책 없이 ‘바깥 양육’의 당위성만 강조할 경우, 갈 곳이 없어 엄마를 따라 들어온 아이들이 모든 피해를 안게 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용자 자녀 처우 개선이나 피고인의 보석 허가를 둘러싼 사회적 시선은 냉담한 편이다. 범죄자가 감형이나 석방을 위해 아이를 담보로 삼는다는 비판이다. 여기에 어려운 여건 속에서 아이를 키우는 한부모·저소득 가정에 대한 지원책이 부족한 상황에서 수용자의 자녀까지 선제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느냐는 반론이 거세다. 법원 역시 이 같은 형평성 논란을 의식할 수밖에 없다. 이날 항소심 재판부는 A씨가 집행유예 기간 중 재범을 저질렀다는 점 등을 근거로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한 부장판사는 “단지 아기를 키우고 있다는 이유로 빠른 석방을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며 “다른 사건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짚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부모가 범죄자일지라도 담장 안으로 들어온 아이에게 기본적인 건강권조차 보장하지 않는 것은 또 다른 형태의 처벌이자 아동 학대에 가깝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수용자 자녀를 독립된 인권을 가진 주체로 재인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 발간 자료를 보면 해외 선진국들은 수용자 자녀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아동의 최선 이익’ 원칙에 맞춰 세부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일부 여성 교도소에 18개월 미만 아기와 엄마 재소자가 함께 지내는 전담 시설(MBU)을 독립적으로 설치해 아동 중심의 보육 환경을 제공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복지 분야의 전문가는 “교도소 밖 양육이 최선이라는 이유만으로 시설 내 유아를 방치할 것이 아니라, 입소 단계부터 교정 당국과 지자체 아동복지 전담팀이 연계되는 ‘통합 아동복지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며 “시설 내 전문 보육 인력 배치와 의료 패스트트랙 구축은 물론, 18개월이 지난 후 아동복지시설이나 위탁가정으로 연결되는 과정까지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전담 법령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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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