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아 ‘렌터카로 11박’ 일주..트빌리시부터 바투미까지 (5화)
조지아 쿠타이시의 대표적인 관광명소인 바그라티 성당. 사진=이환주 기자
쿠타이시 시내 중심가 아그마셰네벨리 광장 한가운데에 있는 ‘콜키스 분수’.
[파이낸셜뉴스] 지금 읽고 있는 책(내 안의 망가지지 않은 by 시라이시 가즈후미)에 아래와 같은 문장이 나온다.
한 번 읽은 책은 다시 읽고 싶지 않고, 억지로 읽게 되면 따분하고 싫증이 난다. 타인과의 사귐도 그것과 비슷하다.
오래전에, 사귀던 여자에게 그런 말을 했더니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인간은 책 같은 게 아니고, 몇 번을 다시 읽어도 재미있는 책도 있어. 그래도 인간을 굳이 책에 비유한다면 그건 끝이 없는 길고 긴 이야기책이라고 생각해.”
그녀는 또 이렇게도 말했다.
“원래 인간이라는 책에는 판독 불가능한 문자며 암호 같은 게 수없이 많아서 아무리 많이 읽어도 완벽하게는 이해할 수 없는 거야. 기왕 비유할 거라면, 인간이란 저마다 수십 만 종류의 소리가 뒤엉킨 음악 같은 거라고 생각해. 들을 때마다 매번 인상이 바뀌는, 아마도 그건 정말 복잡한 음악일 거야.”
어쩌면 우리가 살면서 머물거나 지나치는 장소도 한 번 읽은 책과 비슷하지 않을까. 특히 여행으로 방문하게 되는 곳들은 ‘한 번 가봤다’라는 단순한 진술로 인식되면서 다시 한번 더 잘 찾지 않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여행지들은 생에 처음 간 곳임에도 언젠가 한 번쯤 다시 방문할 것 같다는 예감이 들기도 한다.
조지아 11박 렌터카로 여행하기 주요일정
날짜
동선 및 일정
Day 1
인천공항-알마티공항(환승)-트빌리시 도착
Day 2
카즈베기 이동-다리알리 수도원-게르게티 삼위일체 교회-피라니슈빌리의 거대 조각상
Day 3
카즈베기서 주타 이동-주타 트레킹
Day 4
구다우리 이동-파노라마 전망대-아나누리 요새-므츠헤타 이동-즈베리 대성당-스베티츠호밸리 대성당
Day 5
시오므그비메 수도원-일리아 차브차바제 동상-바그라티 성당-프로메테우스 동굴-쿠타이시 시내 구경
‘은둔 성당’ 시오므그비메 수도원
조지아에서 맞는 5일째 아침은 므츠헤타에 있는 ‘8rooms hotel’이란 숙소에서 시작됐다. 지하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가서 약간의 치즈와 빵 과일 등을 접시에 담았다. 식당 안쪽 주방에 있는 허리가 굽은 할머니가 별도로 계란 부침을 만들어 주셨다. 구글 맵에 이날의 목적지인 ‘쿠타이시’를 찍고 차를 몰았다.
렌트한 차량을 몰고 10분 정도 달렸는데 구글 맵에 한 성당이 보여서 계획 없이 들러보기로 했다. 조지아의 고도 므츠헤타 인근에 위치한 시오므그비메 수도원(Shiomgvime Monastery)이란 곳이었다. 9박 10일 동안 조지아 전역을 돌면서 10여곳의 성당을 가봤지만 개인적으로는 이곳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이미 관광지로 유명해서 사람들의 발길이 닿는 곳이 아닌 관광객이라고는 우리 일행과 2~3팀 정도가 전부였던 곳이기 때문이다.
6세기 후반에 성 쉬오라는 수도사가 세운 곳으로 성 쉬오는 아시리아(현재 시리아)에서 건너온 ’13인의 시리아 교부’ 중 한 명이다. 성 쉬오는 처음에 이곳에 와서 외딴 동굴에서 고행을 했는데 ‘쉬오므그비메’라는 이름 자체가 조지아어로 ‘쉬오의 동굴’을 의미한다. 수도원 주변은 험준한 석회암 절벽으로 과거 수도사들이 외부와 차단된 채 오직 기도에만 전념했으며 수많은 작은 동굴 은신처들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차를 몰고 성당으로 가는 고지대 드라이빙 코스는 암벽으로 둘러싸여 그 자체로 장관을 이뤘다.
므츠헤타에서 1박한 ‘8rooms hotel’.
우연히 방문하게 된 은둔 성당 시오므그비메 수도원.
시오므그비메 수도원의 천장과 내부 모습.
시오므그비메 수도원 내부의 벽화.
조지아 제2의 도시 쿠타이시의 바그라티 성당
시오므그비메 수도원을 나와 네비게이션 오류로 잠깐 므츠헤타 주변을 헤매다 우연히 한 동상을 발견했다. 므츠헤타 사구라모 마을 인근에 있는 ‘일리아 차브차바제’란 인물의 동상이었다. 19세기 러시아 제국 통치하 조지아에서 민족의식 고취를 위해 언어, 문화, 언론 및 교육 운동을 이끈 조지아 현대사의 국부이자 문학가, 정치인이다. 동상은 1907년 그가 암살당한 장소이자 그의 삶의 흔적이 있는 도로변 언덕에 마련돼 있었다.
므츠헤타에서 쿠타이시까지는 차로 3시간 정도 걸렸기 때문에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허기를 채웠다. 쿠타이시는 수도 트빌리시에 이은 조지아 제2의 도시로 하늘색 지붕의 바그라티 성당이 가장 유명하다. 11세기 초 조지아의 황금기를 연 바그라트 3세 황제에 의해 건설된 성당으로 통일 조지아 왕국의 상징과도 같은 곳이다. 1994년에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됐으나 2017년에 과도한 현대적 복원으로 목록에서 제외됐다고 한다. 하지만 관광객 입장에서는 오히려 완전한 형태의 건축물을 감상할 수 있어서 더 좋았다. 방문한 시기는 8월의 후반부로 한국처럼 후텁지근하지는 않았지만 햇살이 꽤나 뜨거웠다.
‘일리아 차브차바제’의 동상.
쿠타이시의 바그라티 성당.
바그라티 성당 한 켠의 수도꼭지에서 물을 마시는 남매.
바그라티 성당 내부의 벽화.
바그라티 성당 뒷편의 십자가.
바그라티 성당 뒤편으로 보이는 쿠타이시 시내의 전경.
계획에 없었던 프로메테우스 동굴
쿠타이시에서는 와인 시음과 포도밭 구경을 포함한 마을 와이너리 투어를 계획했었는데 예약 없이 방문했더니 당일에는 참가가 불가능했다. 구글 맵과 잠깐의 검색으로 인근 마을에 있는 ‘프로메테우스 동굴’로 향했다. 쿠타이시에서 차로 30분 거리에 있는 츠칼투보시의 쿠미스타비 마을에 있다.
1984년에 발견돼 관광지로 개발된 종유석 동굴로 그리스 신화 프로메테우스에서 이름을 따왔다.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죄로 제우스에게 벌을 받아 코카서스 산맥 바위에 묶여 있었다는 전설이 있는데 이 동굴 인근의 코카서스 산맥 바위에 묶여 있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약 1시간 가량 종유석 동굴 내부를 탐험하고 돌아올 때는 종유석 동굴 내부에 흐르는 지하 강을 보트를 타고 돌아오는 코스가 포함됐다. 안전모를 쓰고 보트를 타면 동굴의 천장이 머리를 스칠 듯할 정도로 가까이에 있는데 약간 영화의 한 장면 속에 있는 느낌이 든다.
프로메테우스 동굴의 입간판.
프로메테우스 동굴 입구로 향하는 관광객들.
종유석 동굴인 프로메테우스 동굴의 내부.
프로메테우스 동굴 내부의 지하 수로.
프로메테우스 동굴 지하수로를 이동 중인 보트.
프로메테우스 동굴 지하수로를 이동 중인 보트.
콜키스 분수와 화이트 브릿지
구글 지도에서 쿠타이시를 검색하면 가장 먼저 보이는 이미지가 황금색 동물과 마차로 장식된 분수다. 쿠타이시 시내 중심가 아그마셰네벨리 광장 한가운데에 있는 ‘콜키스 분수’다. 그리스 신화 속 ‘황금 양털’ 전설의 배경이 되는 지역이자 기원전 6세기 무렵 발달했던 고대 콜키스 왕국의 수도 역할을 했던 곳이 쿠타이시 지역이다. 분수를 장식하는 30여 개의 동상들은 실제 조지아 전역에서 발견된 고대 콜키스 시대의 공예품 등을 거대하게 복제해 만든 것이라고 한다.
분수에서 기념 사진을 남기고 이어 쿠타이시 시내 공원을 산책했다. 다양한 역사적 인물과 예술가들로 보이는 동상들을 볼 수 있었다. 이후 발걸음을 옮겨 ‘화이트 브릿지’로 향했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리오니강 바닥은 석회암이 굳은 하얀색 바위들이 뭉쳐져 있어 이질적인 느낌이 든다. 다리 난간 위에는 두 개의 모자를 들고 뛰어내리려는 듯한 ‘피카소의 소년’ 동상이 있는데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쿠타이시 시내를 둘러보고 ‘조지안 쿠진(Georgian Cuisine)’이란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는데 음식이 맛없기로 유명한 조지아 였지만 그 중에 가장 괜찮았다.
쿠타이시 시내의 콜키스 분수.
쿠타이시 공원의 동상.
쿠타이시 공원의 동상.
쿠타이시 공원의 동상.
화이트 브릿지에 있는 피카소의 소년 동상에서 관광객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화이트 브릿지 아래에 있는 석회암 지형.
쿠타이시 시내의 한 건물 외벽.
‘조지안 쿠진(Georgian Cuisine)’의 호박 샐러드.
[email protected]
이환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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