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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영업비밀 넘기기 전 받은 돈도 범죄수익"

기술 넘기기 전 지급된 3050만원… 대법 “시기만으로 대가성 부정 못 해”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영업비밀을 빼돌리기 전에 받은 돈이라도 범행의 대가라면 추징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돈이 건너간 시점이 범행보다 앞선다는 사정만으로 대가성을 쉽게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지난달 8일 부정경쟁방지법 위반(영업비밀국외누설등)·업무상배임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추징을 선고하지 않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24년 1월 12일 다니던 화학업체를 퇴직하면서 폴리올레핀 엘라스토머(POE) 생산 기술 자료를 모두 지우거나 반환하라는 요구를 받고도 계속 갖고 있었다. 그러다 같은달 30일과 2월 28일 두 차례에 걸쳐 중국 석유화학업체에 넘어갈 것을 알면서 이를 촬영한 사진 파일을 B씨에게 보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2023년 5월 중국 업체를 소개받은 뒤 같은해 9월 퇴직을 앞둔 A씨를 소개받았다. A씨는 그해 9월부터 중국 업체 관계자들과 화상회의를 했고 10~12월 서울에서 네 차례 대면회의를 하며 기술 관련 질문에 답하거나 자료를 건넸다. B씨는 그해 10월 31일 자신이 운영하는 미국 법인을 통해 중국 업체와 600만달러짜리 기술이전협약을 맺었다. A씨는 2023년 10월 26일부터 이듬해 2월 27일까지 B씨에게서 급여 명목으로 10회에 걸쳐 3050만원과 1만188달러를 받았다.

쟁점은 이 돈을 범죄수익으로 보고 추징할 수 있는지였다. 1심은 4511만9177원을 추징했지만 2심은 이를 파기하고 추징을 선고하지 않았다. 돈 대부분이 자료를 넘기기 전에 지급됐고, A씨가 회의에 참석해 답변한 대목도 있어 범행으로 생긴 재산이나 범행의 보수로 보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대가가 일부 섞였더라도 비율을 따질 자료가 없다고도 했다.

대법원은 “그 지급이 시기적으로 범죄행위보다 앞서 이루어졌다거나 나중에 이루어졌다는 사정만으로 범죄행위의 대가로서의 성격을 쉽사리 부정할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보수의 대상에 범죄가 아닌 행위가 섞여 있더라도 그것이 범행과 목적을 같이하는 부수적·보조적 행위에 그친다면 받은 돈 전부가 추징 대상이라고도 했다. A씨가 중국 업체 회의에 나가 답변한 것 역시 영업비밀을 계속 보유하고 넘긴 범행과 목적을 같이하는 행위일 뿐이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특히 “영업비밀을 외국에서 사용하거나 외국에서 사용될 것임을 알면서도 이를 누설하거나 유출하는 등의 행위를 엄중히 처벌하는 외에도 범죄수익을 몰수·추징해 범죄행위의 유인이 되는 경제적 이익을 근원적으로 박탈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대법원은 B씨에 대한 추징은 할 수 없다고 봤다. B씨가 기술이전협약 대금으로 받은 152만8299달러는 B씨에게 적용된 영업비밀 ‘취득’ 혐의로 생긴 재산이나 그 대가로 볼 수 없다는 이유다. 항소심이 추징을 아예 선고하지 않은 탓에 그 부분만 떼어 파기할 수 없어, A씨의 유죄 부분은 전부 파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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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