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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주행 찍은 초등생에…"대학 못 가게 하겠다" 협박한 오토바이男 [사건실화]

“정의의 사도 납셨네” “학교에 민원 넣겠다” 위협

법원, 정서적 아동학대 인정…벌금 500만원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한 AI 생성 이미지입니다.

[파이낸셜뉴스] 지난해 7월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단지. A씨가 모는 오토바이 한 대가 인도를 달리고 있었다. 이를 본 12세 소년 B군은 휴대전화를 꺼내 오토바이의 주행 모습을 촬영했다. 촬영을 마친 B군이 자전거를 타고 자리를 떠나자 A씨가 뒤쫓기 시작했다.

A씨는 B군을 따라가 다른 아파트 단지에서 오토바이로 자전거 앞을 가로막았다. 주변 경비원과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A씨는 B군에게 “어린놈의 새끼”, “정의의 사도 납셨네” 등의 욕설을 퍼부었다.

욕설은 협박으로 이어졌다. A씨는 촬영한 사진 등을 지우지 않으면 학교에 민원을 넣어 학적부에 기록을 남기고, 고등학교와 대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며 위협했다. “어른이 무섭다는 걸 보여주겠다”는 말도 했다.

그러나 B군은 촬영물을 지우지 않았다. 두 사람의 말다툼은 15분 넘게 이어졌다. B군이 자전거를 타고 자리를 떠나려 하자 A씨가 자전거 안장이나 핸들을 붙잡아 제지하기도 했다.

결국 현장에서 다툼을 중재하던 아파트 경비원이 112에 신고했다.

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제7형사단독(이태영 부장판사)은 지난 8월 13일 아동복지법 위반(아동학대), 강요미수, 모욕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에게 벌금 500만원을 선고했다. 다만 함께 기소된 체포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다.

A씨는 B군에게 공개적으로 욕설을 퍼붓고, 학교생활과 진학에 불이익을 주겠다고 협박해 촬영물을 삭제하도록 강요하려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이 같은 언행이 아동의 정신건강과 발달에 해를 끼치는 정서적 학대행위에도 해당한다고 봤다.

재판에서 A씨 측은 언행이 다소 과격했을 뿐 촬영물 삭제를 강요할 정도의 협박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모욕적인 발언만으로 정서적 아동학대가 성립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폈다.

하지만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예고한 불이익의 내용과 정도, 피해자의 나이 등을 고려하면 강요미수 혐의가 충분히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정서적 아동학대 혐의도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A씨의 욕설과 협박이 12세 아동에게 모멸감과 정신적 충격을 주기에 충분하다고 봤다. B군이 수사기관에서 당시 억울하고 무서웠다고 진술한 점도 판단 근거로 들었다.

다만 체포 혐의에 대해서는 판단이 달랐다. 검찰은 A씨가 약 17분간 B군의 이동을 막아 신체활동의 자유를 박탈했다고 봤지만, 법원은 이를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폐쇄회로(CC)TV 영상에서는 A씨가 B군의 신체를 직접 붙잡거나 밀치는 모습이 확인되지 않았다. 자전거의 안장이나 핸들을 잠깐씩 잡아 이동을 제지한 사실만 확인됐다는 것이다.

당시 현장에서는 경비원이 두 사람의 다툼을 중재하고 있었고, 주변에 행인들도 있었다. 재판부는 이러한 정황을 종합할 때 A씨가 B군의 신체를 직접 구속해 상당 시간 동안 자유를 박탈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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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