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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법학교수회 "법학교육 고시학원화….'변호사 자격 부여 다양화' 등 대수술 필요"

기초법학 붕괴 우려 쏟아져… ‘변호사 자격 부여 다양화’ 대안 제시

“단순 법기술자 양성 넘어 ‘비판적 시민’ 기르는 가치법교육 전환 시급”

“이를 위해 학부 법학교육 활성화 시급”

최봉경 한국법학교수회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운데) 등이 29일 서울 마포구 홍익대학교에서 ‘대한민국의 백년대계: 무너진 기초를 다시 세우는 법학 교육의 대안’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는 것을 기념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한국법학교수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한국법학교수회가 법철학과 법제사, 법사회학 등 기초법학 교육이 붕괴하는 한국의 현실을 지적하며, ‘변호사 자격 부여 방식의 다양화’와 ‘영국식 치안판사 제도 도입’ 등의 대안을 제시했다. 사회 구성원의 법학 접근성을 높여 법학적 문해력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법학교육이 발전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법학교수회는 전국법과대학교수회와 함께 29일 오후 서울 마포구 홍익대에서 ‘무너진 기초를 다시 세우는 법학 교육의 대안’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최봉경 한국법학교수회장(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은 축사에서 “국민 생활 전반에 걸쳐 법학 교육이 시대의 요구에 발맞추지 못해 법치주의의 토대가 시나브로 무너져 내리고 있다”며 “우리 주변에서 법을 단순한 법기술로 치부하고 상대를 압살하는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장면을 목도하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로스쿨이 고시 학원화돼 법학 교육이 고사(枯死)함과 동시에 시민법 교육을 포함한 일반 법교육이 전반적으로 부실해졌다”고 현실을 진단했다.

박정원 전국법과대학교수회장(국민대 법학과 명예교수) 역시 “로스쿨 체제 정착 이후 법학교육의 중심축이 기울면서 학부 법학교육은 생존을 위한 변신을 강요받고, 대학 내 구조조정의 대상으로서 해체되는 지경에 이르렀다”며 “변호사시험 합격이라는 현실적 목표에 의해 학문으로서의 법학과 실무적 법률 교육이 이분화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발제자들은 실무 중심의 변호사 자격 취득 과정에 치우쳐 기초법학이 붕괴한 한국의 법학교육을 타계할 대안들을 내놓았다.

이근우 가천대 교수는 ‘변호사 자격 부여 방식의 다양화’를 제안했다. 이 교수는 한국법학교수회 주관으로 법학 전공자 및 일반인을 대상으로 ‘법학능력인증시험’을 실시해 취업 가산점 등에 활용하자고 제안했다. 또 학부에서 일정 법학 과목을 이수한 이에게 변호사시험 응시 자격을 부여하는 ‘예비시험’ 제도 도입도 주장했다. 이 교수는 “행정 공무원 등 공직 채용 시험에서 법학 과목이 축소됨에 따라 공직사회의 법치행정 역량이 퇴조하고 비법률적 행정 실무가 만연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안정빈 경남대 교수는 ‘영국 치안판사 제도의 도입’과 ‘학부 로스쿨 설립’을 제안했다. 치안판사 제도는 법률가가 아닌 일반 시민(또는 법학사)이 지역의 경미 사건을 처리하는 영국 제도다. 안 교수는 “학부 로스쿨 체제는 법학 교육의 자생력을 회복시키고, 예비 치안판사들에게 전공 수준의 법학 이론을 교육해야 할 학부 법학과의 존재 이유를 뒷받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발제자로 나선 김현철 이화여대 교수는 ‘가치 중심의 법교육으로의 전환’을 주장했다. 김 교수는 “단순한 생활법 지식 전달이나 무비판적인 준법 강요 교육에서 벗어나, 헌법적 가치를 성찰하고 능동적으로 공론장에 참여할 수 있는 ‘비판적 시민(정의 지향 시민)’을 양성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최 회장은 “법조인 양성뿐만 아니라 일반 학문 및 시민을 위한 법교육으로 지평을 넓혀나가야 한다”며 “법과대학과 로스쿨의 상생 발전을 위해 추진해 온 선택과목 이수제 법안과 ‘법교육지원법’ 개정안 등이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참고로 한국법학교수회는 전국 25개 법학전문대학원과 법과대학(법학부·과)에 소속된 법학 전공 교수들을 대표하는 법정 단체로 1964년 설립됐다. 이곳은 회장이 대법관과 검찰총장,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등의 후보추천위원회에 당연직 위원으로 참여하는 방식으로 법조계 고위공직자에 대한 후보추천권을 행사한다.

학술 활동 증진, 법학 교육 발전, 법학계와 법조 실무계의 협력, 법률 문화와 법치주의 창달을 통해 국가 발전에 헌신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kyu0705@fnnews.com 김동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