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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민주 의회 탈환에도 플랫폼법 돌파구 불투명…"자국 기업 보호 초당적"

서울 광진구 쿠팡 본사 모습. 2026.10.23 ⓒ 뉴스1 김명섭 기자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전경 ⓒ 뉴스1 김기남 기자

(세종=뉴스1) 심서현 김승준 기자 = 미국 민주당이 중간선거에서 상·하원 다수당을 탈환했지만 한국의 온라인플랫폼법 입법을 둘러싼 통상 여건은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미국 내 빅테크 독과점에 비판적인 민주당도 해외에서 자국 기업을 보호하는 문제에는 공화당과 이해가 다르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 업계는 선거 전날까지 한국의 플랫폼 규제가 자국 기업에 불리하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을 요구했다. 의회 다수당이 바뀌어도 한국 정부가 통상 현안을 협의할 상대는 트럼프 행정부인 만큼 국회에 계류된 플랫폼법 처리가 곧바로 속도를 내기는 어렵다는 관측이다.

민주당도 자국 기업 보호…빅테크 견제와 韓 규제 수용은 별개

허윤 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플랫폼법은 공화·민주 양당이 초당적으로 굉장히 예민하게 보는 사안”이라며 “그만큼 강한 로비를 받는 영역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허 교수는 미국 정치권이 한국의 플랫폼 규제를 대중국 견제와도 연관 지어 본다고 설명했다. 한국이 미국 빅테크의 영업을 제한하면 중국 플랫폼 기업이 반사이익을 얻어 한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민주당이 빅테크의 독점이나 개인정보 보호 문제를 놓고 청문회를 열더라도 중국 기업의 영향력 확대를 경계하는 데에는 공화당과 입장이 같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7월 공화당 캐럴 밀러(웨스트버지니아) 하원의원과 민주당 비센테 곤살레스(텍사스) 하원의원은 한국의 기술기업 규제를 문제 삼는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함께 냈다.

한국의 정책이 미국 기업을 차별하고 중국 경쟁사에 유리하게 작용하는지 미 상무장관이 의회에 보고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수정안은 본회의 심의 대상으로 채택되지는 않았다.

이황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온플법에 대한 미국의 비판이 민주당 소속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재임 때부터 나왔다는 점을 짚었다. 공정거래위원회의 법 집행에 불만을 갖는 기류가 공화당에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이 교수는 선거 이후 미국의 압박 수위에 대해 “다소 정도의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본질적으로 큰 차이가 생길 것 같지는 않다”고 전망했다.

쿠팡에 자료 요구한 美 하원…입점업체 보호법에도 美 업계 반발

한국의 플랫폼 규제를 둘러싼 한미 간 시각차는 쿠팡 사례에서 드러난다. 올해 2월 미 하원 법사위원회는 쿠팡에 한국 정부와 주고받은 문서를 제출하고 의회에서 증언하라고 요구했다. 7월에는 한국 정부가 쿠팡 등 미국계 기업을 차별적으로 대우한다는 내용의 중간보고서를 냈다.

공정위는 쿠팡의 국적과 관계없이 국내 플랫폼 시장에서 벌어진 불공정거래 혐의를 조사한다는 입장이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 7월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공정위는 쿠팡뿐 아니라 배달의민족과 네이버 등 플랫폼 사업자에도 똑같은 잣대를 적용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 업계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플랫폼법에도 같은 차별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미 상공회의소 등 경제·정보기술(IT) 단체 5곳은 선거 전날인 2일 미 무역대표부(USTR)에 서한을 보내 한국의 온라인플랫폼공정화법과 배달 플랫폼 규제 법안 등에 대응해 달라고 요구했다.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과 정책에서 미국 기업을 차별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을 두지 않기로 한 지난해 한미 합의를 근거로 들었다.

국내에서 온플법으로 통칭하는 법안은 크게 두 갈래다. 독점규제법은 대형 플랫폼이 검색 결과에서 자사 상품을 우대하거나 다른 서비스를 끼워 파는 등 시장지배력을 남용하는 행위를 규율하는 데 초점을 둔다. 공정화법은 온라인 쇼핑몰 등에 입점한 업체가 어떤 조건으로 거래하고 언제 판매대금을 받는지를 다룬다.

국회 정무위에 계류된 공정화법안은 일정 규모 이상 플랫폼이 수수료 체계와 상품 노출 기준, 정산 방식을 계약서에 적어 입점업체에 주도록 했다. 거래조건을 바꾸거나 서비스를 중단할 때는 미리 알리고 판매대금은 정해진 기한 안에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주 위원장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입점업체와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디지털 분야 입법 논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온플법 국내 이견부터 좁혀야…정부·업계에 “美 의회 설득” 주문도

이황 교수는 미국 의회 구도가 바뀌기를 기다리는 것만으로는 국내 플랫폼 입법이 진전을 보기 어렵다고 봤다. 미국의 반대가 상당 기간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데다 국내에서도 어떤 방식으로 플랫폼을 규율할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미국과의 관계나 통상 이슈가 상당 기간 바뀌지 않을 것으로 보여 정부가 원하는 정책 방향이 있다면 방법을 바꿔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온플법 자체에 대해서도 국내 의견이 일치하는 것은 아닌 만큼 다시 한번 의견을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최석영 법무법인 광장 국제통상연구원장은 민주당이 하원을 탈환해도 한국의 플랫폼법에 대한 미국의 반대 기류는 크게 달라지기 어렵다고 봤다. 공화당 의원들뿐 아니라 미 무역대표부(USTR)도 한국의 플랫폼 규제를 문제 삼아 왔고, 쿠팡 역시 의회에 자사 입장을 계속 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 원장은 하원 법사위의 쿠팡 관련 보고서에 대해 쿠팡 측 입장이 강하게 반영된 문서로 평가하며 “하원을 민주당이 장악한 상황에서도 그런 문서는 언제든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정부도 새 의회 인사들을 만나 쿠팡 조사와 플랫폼 입법의 취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최 원장은 “바뀐 의회 구도를 최대한 활용해 한국에 대한 압박을 줄일 수 있도록 정부도 미 의회 설득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미 의회 일각의 문제 제기가 미국 내 전반적인 여론을 반영하는지도 따져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외교·통상 분야 관계자는 쿠팡이 의회에서 자사 입장에 힘을 싣기 위해 로비를 활용하고 있다고 보면서도 “실제로 쿠팡이나 플랫폼법 이슈 자체에 대해 미국이 어떤 입장을 갖고 있는지는 분명하지 않은 상황”이라며 “의회 일각에서 제기된 주장과 미국 정부의 입장, 실제 논의 수준을 구분해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는 크게 주목 받은 사안은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며 “정부는 플랫폼 기업 관련 사안은 통상 이슈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공정위는 국내외 사업자를 구분하지 않고 같은 기준과 원칙에 따라 법을 집행한다는 입장”이라며 “개별 기업의 행위가 법에 위반되는지는 구체적인 사실관계와 증거를 바탕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이어 “플랫폼 입법도 입점업체의 거래조건을 투명하게 하고 소비자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며 “이런 취지가 법안 심사 과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국회 논의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