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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이가 어때서? 옷 사는데 돈 쓰는게 촌스럽지"…4개템에 4만원, 넘으면 다이소行 [단내나는 짠테크]

[‘초저가 패션’ 성수동·빈티지·균일가숍서 ‘사봤다’]

작업복 전문 매장 ‘워크업’에서 4가지 아이템의 풀착장을 구매하는 데 총 3만7100원이면 충분했다. /사진=서윤경 기자·챗GPT

다 치솟았습니다. ‘내 월급’ 빼고 모든 게 올라버렸습니다. 점심 한 끼가 걱정인 독자 여러분을 위해, 돈이 되는 소비의 기술을 전수해 드립니다.

[단내나는 짠테크]

그 일곱 번째 이야기는

가성비 옷집 ‘워크업’에 ‘다이소’, ‘오에딧’

입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앞은 개성 있는 보세 의류 매장들이 골목마다 들어서 있었고, 주말이면 최신 유행을 찾는 대학생과 20대 청년들로 북적였다.

지난 26일 찾은 이대 앞 상권의 풍경은 그때와 사뭇 달랐다. 옷 가게가 빼곡히 자리하던 상가 건물엔 ‘임대’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거나, 비어 있었다.

그 길에 ‘재고정리’라는 안내문을 붙인 의류 매장이 눈에 들어왔다. 15년 넘게 이곳에서 장사했다는 상인 A씨는 “코로나 때보다 지금이 더 힘들다. 그때는 손님이 돌아올 거라는 기대라도 있었는데 지금은 소비 자체가 줄어 기약조차 없는 느낌”이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 많던 손님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 힌트를 A씨가 알려줬다.

그는 “예전엔 마음에 드는 옷이라면 비싸게 사서 오래 입으려는 사람이 많았는데 지금은 다이소처럼 초저가 매장에서 싸게 사서 입고 바꾸는 식으로 소비가 변했다”며 “우리 같은 오프라인 매장은 물론 저가를 대표하는 SPA 브랜드도 상대적으로 비싸게 느끼는 시대가 됐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입소문을 타거나 화제가 된

‘초가성비 패션’

매장을 찾아 그 실체를 확인해봤다.

작업복 팔던 ‘워크업’…운동복 파는 ‘다이소’

서울 성동구 워크업 성수점에선 작업복 말고도 운동복, 평상복까지 다양한 의류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사진=서윤경 기자

‘남자들의 다이소’라 불리는 매장부터 찾았다. 서울 성수동의 작업복 전문 매장 ‘워크업’이다.

2024년 포천에 1호점 문을 연 워크업은 워크웨어·아웃도어·일상복을 아우르는 의류 브랜드지만, 별칭에서 알 수 있듯 최근엔 가성비 옷집의 아이콘으로 유명세를 탔다.

MZ 성지로 북적이는 성수동의 이미지와는 다소 차이가 있는 곳에 위치한 만큼 주변은 한산했다. 그런데도 꾸준히 사람들이 매장을 찾았다.

입구 6500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이 붙은 백팩

부터 시선을 끌더니 안으로 들어서자 ‘50% 할인’ 안내문이 붙은 매대부터 보였다. 바지와 점퍼, 셔츠 등옷들이 빼곡하게 걸려 있었는데 상당수가 1만원 이하 가격표를 달고 있었다. 모자, 신발 등도 보였다.

원래 건설 현장이나 공장 등에서 사용하는 작업복과 산업용품을 판매하던 브랜드 정체성도 잃지 않았다. 매장 한쪽에는 작업화와 공구함, 안전용품 등이 진열돼 있었다.

직원은 “작업복은 패션보다 실용이 중요하다”며 “현장에서 쉽게 닳고 찢어질 수 있어 디자인보다 기능은 갖추되 가격은 저렴한 가성비가 기본”이라고 설명했다.

서울 성동구 워크업 성수점에선 작업복 말고도 운동복, 평상복까지 다양한 의류를 저렴한 가격에 구매할 수 있다. 옷 외에도 공구 등도 살 수 있는 이색적인 공간이다. /사진=서윤경 기자

최근 워크업의 분위기는 달라졌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가성비가 좋다”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직원의 도움을 받아 MZ 남성들의 일상복을 풀착장으로 조합해 봤다. 황색 반바지, 색을 맞춘 운동화, 하얀색 면티 등 평범한 구성에 데님 베스트를 매치해 멋을 추가했다.

4개의 아이템으로 이른바 ‘풀착장’을 완성하는데 들인 비용은 3만7100원

이었다.

내친김에 ‘남자들의 다이소’ 말고 진짜 다이소도 가 봤다.

서울 동대문운동장 인근의 대형 쇼핑몰에 자리한 SPA 매장들을 뒤로 하고 찾은 다이소는 의류 전문 매장에 비하면 종류가 다양하지는 않았다.

다만 다이소가 지난달 스포츠 브랜드 헤드(HEAD)와 협업해 내놓은 러닝 의류·용품을 만날 수 있었다. 인기 아이템인 러닝 조끼는 품절돼 볼 수 없었지만, 전시된 물품들의 가격 경쟁력은 압도적이었다. 자외선 차단이 97%라 적힌 매시 소재 운동용 민소매 셔츠의 가격은 5000원이었다.

예능 프로그램 보고 찾아갔다

무인 편집솝 ‘오에딧’에서 우비와 맨투맨 셔츠를 2만원에 구매하고 커피도 공짜로 한 잔 마셨다/사진=서윤경 기자·챗GPT

최근 TV 예능 프로그램 ‘놀면 뭐하니’ 출연진이 방문한 뒤 온라인에서 화제가 된 곳도 있다. 화제의 이유는 아이템도 아이템이지만, ‘가격’이었다.

강남역 사거리와 가깝지만,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과 국기원이 인접한 주택가 속 한적한 곳에 있는 무인 빈티지 매장이었다.

종류는 다양했다. 코트, 패딩 등 외투부터 남성·여성 의류부터 액세서리와 가방도 있었다.

장마철을 대비해 길이가 긴 우비와 맨투맨 티셔츠를 골랐다. 두 제품을 구매하는 데 낸 돈은 각 1만원씩, 총 2만원이었다. 주인이나 직원이 없으니 시간을 들여 봐도 눈치볼 필요가 없었다. 매장 한 쪽에 마련된 커피머신에서는 커피도 무료로 제공했다.

옷을 고르다 커피를 마시며 쉬어갈 수도 있었다.

5살 손녀와 함께 매장을 찾은 박순영씨(71)는 “집이 근처라 오다가다 보던 곳인데 산책 겸 들렀다”며 “우리 나이대가 입을 옷부터 손녀가 입을 옷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옷들이 있어 놀랐다. 무엇보다 놀란 건 가격”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오에딧은 ‘1만원 균일가 무인샵’이라는 콘셉트에 맞게 5000~1만원에 옷을 구매할 있는 구제 편집숍이다. 저렴한 옷값에 커피도 무료로 제공해 사람들이 끊임없이 찾는다. /사진=서윤경 기자

잠시 후 박씨는 여행용 캐리어를 구매했다. 여행지에서 짐도 넣고 캐리어 위에 유모차 처럼 아이도 태울 수 있는 ‘아기 캐리어’였다.

박씨는 “단돈 3만원에 구매했는데 아이들은 빨리 크기 때문에 이런 건 비싼 돈 주고 구매하려면 아깝다”며 “아들한테 물어봤더니 ‘좋다’고 해서 얼른 구매했다”고 전했다.

다만 주의할 것도 있었다. 빈티지 매장인 만큼 의류는 매 전 꼼꼼한 확인이 필요했다. 이날 구매한 우비엔 세척이 덜 돼 오염된 부분이 있었다.

“SPA도 비싸다”

패션업계에서는 이러한 현상을 소비 패턴의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다. 그러면서

‘하나만 있으면 된다’는 요노(YONO)의 개념

을 이야기했다. 고물가와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소비자들이 품질·실용성을 따져 최소한의 구매로 만족을 얻으려는 요노족처럼 옷을 구매한다는 것이다.

유니클로와 스파오, H&M 등 SPA 브랜드가 저가 패션 시장을 이끌었다면 이제는 작업복 매장과 빈티지숍, 생활용품점까지 의류 시장에 뛰어들며 ‘더 빠르고 더 저렴한 패션’ 경쟁까지 벌어지고 있다.

SPA브랜드 관계자는

“유행을 타지 않는 제품 선호도가 크게 증가했다”며

“예전에는 비싼 옷을 오래 입자는 인식이 많았지만 요즘에는 합리적인 가격의 옷을 오래 입자는 분위기

라고 밝혔다.

이대 앞에서 만난 옷 가게 주인 A씨의 말은 그래서 더욱 씁쓸하게 들렸다.

“예전에는 옷을 사러 일부러 이대 앞까지 찾아왔어요. 지금은 다들 온라인에서 검색하거나 초저가 매장을 찾아다니죠. 시대가 변한 거겠지만, 우리 같은 동네 옷가게는 점점 설자리가 없어지고 있습니다.”

y27k@fnnews.com 서윤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