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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경제, 반도체에 과잉 의존 위험" 경고한 KDI

KDI, 하반기 경제수정 전망 발표

올 성장률 0.7%p 올린 3.2% 전망

증가폭 대부분이 ‘반도체 파급효과’

“내년까지는 반도체 호황 이어질 것”

경상흑자는 2년 연속 3600억불 최고

실질임금은 떨어져, 서민경기와 괴리

반도체 특수, 내수경기로 전이 잘 안돼

물가는 2%대 후반 높고, 고용은 악화

19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폭발적인 글로벌 반도체 수요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3.2%로 직전 전망치(2.6%)보다 0.7%p 상향 조정했다. 하지만 반도체에 편중된 호황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서민가계 등 전체 내수경기와 괴리가 있다는 진단이다. 사진은 서울의 한 대형마트 모습. 뉴스1

[파이낸셜뉴스] 반도체 슈퍼사이클을 탄 한국 경제가 올해 3%대 성장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반도체가 벌어들이는 달러 덕에 올해와 내년 경상수지 흑자는 지금까지 한번도 써 본 적 없는 3600억달러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반도체 산업에 과잉 의존하는 구조적 한계가 우리 경제 전체의 변동성을 키우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 반도체 등 일부 대기업 중심의 호황이 서민경기 전체로 고루 확산하지 못하는 ‘K자형 양극화’를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19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폭발적인 글로벌 반도체 수요를 반영해 올해 경제성장률을 3.2%로 직전 전망치(2.6%)보다 0.7%p 상향 조정한다고 밝혔다. 내년 성장률도 2.2%로 직전 전망치보다 0.5%p 올리면서 반도체 초호황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으로 봤다.

전망치 상향폭(0.7%p) 중에 0.6%p가 ‘반도체 파급 효과’라는 게 KDI의 설명이다.

KDI는 경제성장률을 이번에 앞서 올 2, 5월에 전망했는데, 2월 전망 때는 성장률을 1.9%로 내다봤다. 반년 새 3%대로 올린 셈인데, 반도체 수요가 이처럼 폭발적으로 확장, 지속될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투자도 반도체가 견인한다.

설비투자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올해와 내년에 각각 7.9%, 7.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직전 전망치보다 4.6%p 높은 수치다.

건설투자는 올해까지 정체를 지속하다가 내년에 반도체공장 증설 등에 힘입어 2.7% 증가할 전망이다.

수출은 글로벌 인공지능(AI) 투자 호조에 힘입어 올해와 내년에 각각 8.7%, 5.0%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할 전망이다. 직전 수출증가율 전망치에서 각각 4.1%p, 3.1%p 상향 조정했다.

반도체 수출 덕에 경상수지 흑자도 올해와 내년 3600억달러로 역대 최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당초 전망치에 비해 1200억~1400억달러를 높여잡은 규모다.

반도체 효과로 민간소비도 조금씩 풀릴 전망이다.

실질총소득 증가에 따라 올해와 내년 민간소비는 각각 2.3%, 2.0%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경기 호황이 반도체 부문에 편중돼 소비 개선세는 완만할 전망이다.

특히 실질임금 상승률이 과거 10년 평균치보다 낮은 수준에 그치고 있어, 가계의 소득 개선이 폭넓게 확산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김미루 KDI 연구위원은 “실질총소득 급증에도 실질임금 상승세가 낮고 고용 여건도 약화된 점을 반영해 올해 민간소비 증가율을 0.1%p 상향하는 선에서 수정했다”고 말했다.

물가와 고용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2.7%의 높은 상승률이 이어진다. 국제유가 상승과 반도체 성과급 등에 따른 시중 유동성 증가, 환율 불안 등의 영향이다. 내년에는 2.2%로 상승폭이 축소될 것으로 봤다.

뜨거운 반도체 슈퍼랠리와 달리 고용시장은 한파가 지속된다. 반도체를 제외한 제조업, 건설업의 성장률 저하로 청년층 등 취약계층의 고용 여건은 지속적으로 악화하고 있다.

이에 KDI는 올해 취업자 수를 직전 전망치보다 6만명 줄어든 11만명 증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내수 개선세, 기저효과로 내년 취업자수 증가폭은 20만명으로 직전 전망치 보다 3만명 높여잡았다.

김 연구위원은 올해 취업자수를 크게 하향 조정한 이유에 대해 “반도체가 호황임에도 전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작은데다 비반도체 업종의 채용 전망도 좋지 않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KDI는 반도체 호황이 기회이면서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반도체 수요 사이클에 상당부분 의존하는 만큼 거시경제 전반, 특히 실물경제가 크게 휘청거릴 수 있다는 의미다.

김지연 KDI 연구위원은 “글로벌 AI 투자 수요가 위축되거나 반도체 생산국과의 경쟁 심화로 국내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시장점유율이 하락할 경우 성장세가 빠르게 둔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여기에다 미국의 관세정책 불확실성, 중동정세 불안과 증시 변동성 확대, 가계 소비심리 위축 등 대내외 리스크가 원자재 수급 차질, 생산비용 상승, 물가 상승 압박과 소비 둔화 등으로 이어져 경제 성장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김 연구위원은 “반도체 초호황이 견인하는 3%대 경제성장률과 중소기업 임금근로자, 소상공인 등 대부분 국민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괴리가 크다”며 “반도체 이외 주요 산업과 서비스, 내수로 잘 전이될 수 있도록 적극적인 구조개혁 등의 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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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균 김찬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