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이카 사업별 계약 들여다보니
수십억대 총액 단위로 경쟁입찰
개별품목 가격은 납품사가 정해
동일한 프린터가 30만 ~ 94만원
정부 예산누수로 이어질수 있어
“가격편차 거를 장치 필요” 지적
정부가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 공적개발원조(ODA) 기자재에 적정 가격이 매겨졌는지 확인할 장치가 사실상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억원에서 수십억원 규모의 사업 전체로는 금액 기준으로 경쟁입찰에 부치지만 개별 물품 가격은 납품업체가 책정해서다.
실제 같은 제품이 최대 3배 넘는 가격 차이를 보이거나 시중가격을 크게 웃도는 사례가 확인됐지만 한국국제협력단(KOICA·코이카)은 이를 별도로 비교·검증하지 않고 있다. 총액에 경쟁이 붙더라도 개별 품목의 가격 거품을 걸러내기 어려워 ODA 예산 누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소속 김준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코이카에서 제출받은 기자재 계약자료를 분석한 결과 아프리카·중동 ODA 사업에서 동일 제품의 납품단가가 사업과 공급처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2024년 코트디부아르 국립직업기술교육원 사업에서는 같은 컬러 레이저 복합기가 공급처에 따라 대당 약 30만원에서 94만원까지 책정됐다.
기계공과 공급분은 대당 약 94만원인 반면, ICT공과는 약 56만원, 사무동은 약 34만원, 자동차공과는 약 30만원이었다. 같은 사업에서 동일 제품의 최고·최저 단가가 3배 넘게 벌어진 것이다.
다른 ODA 사업에서도 동일 제품의 가격 편차가 나타났다. 같은 프롬프터는 2023년 나이지리아 사업에서 대당 399만원에 공급됐지만 이듬해 튀니지 사업에서는 270만원으로 129만원 낮아졌다. 2024년 당시 온라인 최저가는 약 262만원 수준이었다. DSLR 카메라도 2023년 세네갈 사업에서는 대당 86만원, 2024년 이라크 사업에서는 109만원으로 23만원 차이가 났다.
가격 편차가 발생할 수 있는 배경에는 현행 조달 방식이 자리잡고 있다. 코이카는 여러 종류의 기자재를 묶어 사업 전체 총액을 기준으로 경쟁입찰한다. 낙찰 이후 총액을 구성하는 개별 제품의 단가는 공급업체가 책정한다. 그러나 이를 시중가격이나 과거 동일 제품의 납품 가격과 비교해 적정성을 사전·사후 검증하는 별도 절차나 전담 조직은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정부 조달을 담당하는 조달청은 물품 종류별로 나눠 경쟁을 붙이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조달청 관계자는 “조달청은 한 번에 묶지 않고, 물품 종류별로 다 쪼개서 발주한다”며 “프린터는 프린터 제조·공급업체끼리 경쟁을 붙여야 국가 입장에서 가장 유리하고 싼 단가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이카는 해외 ODA 사업의 특성상 품목별 분리발주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입장이다. 연간 약 400개 사업을 관리하고 매년 70개 안팎의 신규 사업을 진행하는 상황에서 기자재를 각각 발주할 경우 해외 배송과 관리 등에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분리 발주 여부와 별개로 동일 제품의 과거 납품가격이나 시장가격을 비교해 이례적인 가격 편차를 걸러낼 장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총액 경쟁입찰 만으로 개별 품목의 가격 적정성까지 담보하기 어려운 만큼 ODA 예산이 불필요하게 새는 것을 막을 최소한의 단가 검증 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의원은 “같은 복합기가 한 사업 안에서 30만원에서 94만원까지 책정됐는데도 이를 걸러낼 장치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국민 세금으로 이뤄지는 ODA 예산이 새는 일이 없도록 코이카는 즉각 단가 검증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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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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