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라면을 구입하고 있다. 2026.1.12 ⓒ 뉴스1 구윤성 기자
9일 서울 서초구 하나로마트 양재점에서 모델들이 레드클라렛 포도를 소개하고 있다. 국산 신품종 포도 레드클라렛(Red Claret)은 베니바라드와 샤인머스켓을 교배해 육성한 프리미엄 적색 포도로, 씨가 없고 껍질이 얇아 껍질째 먹을 수 있으며 아삭한 식감과 은은한 머스켓 향이 특징이다. (농협유통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2026.7.9 ⓒ 뉴스1
사진은 부산 강서구 부산신항 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쌓인 모습. 2026.1.28 ⓒ 뉴스1 윤일지 기자
[편집자주]우리 농식품 수출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확대로 해외 시장진출 기회가 증가함에 따라 라면·김치 등 K-푸드에서 참외·포도·딸기 같은 신선농산물까지 수출 품목도 다양해지고 있다. 하지만 FTA가 체결이 곧바로 수출 확대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원산지 증명과 수출물량 확보, 통관·물류 등 현장에서 넘어야 할 과제가 적지 않고, 국가별 검역·인증 기준과 잔류농약 규제 등 비관세장벽은 수출기업과 농가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이에 본 기획에서는 FTA를 적극 활용해 해외시장을 개척한 농가와 기업의 성공 사례를 통해 수출 확대의 가능성을 짚는 한편, 수출을 중단하거나 포기한 사례를 통해 제도 활용 과정의 구조적 한계도 살펴본다. 또 주요 수출국의 비관세장벽과 현장 애로를 분석해 우리 농식품이 지속적으로 수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필요한 정책과 지원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결국 FTA를 실제 수출 성과로 연결하는 것은 현장의 활용 역량과 정책 지원에 달려 있다.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한국 농식품 수출이 사상 최단기간에 100억 달러를 돌파하며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단순히 라면과 김치 등 일부 ‘K-푸드’ 제품의 인기에 기대는 수준을 넘어 신선 농산물까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으면서 국내 농가의 수출 활로도 넓어지고 있다. 특히 품질 경쟁력 강화, 해외시장 개척 노력 및 정부의 수출 지원을 적극 활용해 해외 판로를 개척한 농가들이 주목받고 있다.
253일 만에 100억 달러…K-푸드 수출 외연 넓어졌다
한국 농수산식품 수출이 역대 가장 빠른 속도로 100억 달러를 돌파했다. 라면과 김치 등 가공식품 중심의 수출 성장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딸기·포도·배 등 신선 농산물까지 해외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면서 K-푸드의 외연도 한층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
한국은 현재 60개국·지역과 총 23건의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발효하고 있다. 2004년 한·칠레 FTA를 시작으로 싱가포르, 유럽자유무역연합(EFTA), 아세안(ASEAN), 유럽연합(EU), 미국, 중국, 베트남 등 주요 국가·경제권과의 교역 기반을 넓혀왔다. 2022년 발효된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과 같은 다자간 FTA는 물론 한·캄보디아 FTA 등 신흥시장과의 협력도 확대하며 우리 농식품의 수출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교역 기반 확대에 힘입어 농수산식품 수출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올해 농수산식품 수출액은 지난해보다 19일 빠른 253일 만에 100억 달러를 넘어섰다. 2021년 처음 100억 달러를 돌파한 이후 매년 달성 시점이 앞당겨지면서 수출 성장세가 빨라지는 모습이다.
수출 시장도 기존 주요국을 넘어 점차 넓어지고 있다. 미국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12.9% 증가한 18억1448만 달러, 중국은 14.0% 늘어난 16억6966만 달러를 기록했다. 미국과 중국 등 전통적인 주요 시장에서 성장세가 이어지는 동시에 중동과 유럽 등 신흥시장에서도 수출이 증가하면서 시장 다변화가 진행되고 있다.
수출 품목 역시 라면 등 일부 가공식품에 집중됐던 구조에서 벗어나고 있다. 라면 수출액은 13억760만 달러로 전년보다 27.2% 증가했고, 딸기는 6098만 달러로 15.5%, 포도는 4518만 달러로 64.6% 늘었다. 조미김과 굴 수출도 각각 8.0%, 8.2% 증가하며 전체 수출 확대를 뒷받침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신선농산물의 성장이다. 딸기 수출액은 6098만 달러로 전년보다 15.5% 증가했고, 포도는 4518만 달러로 64.6% 늘었다.
이는 K-푸드의 수출 경쟁력이 라면·김치 등 가공식품에만 머물지 않고 국내 농가가 생산한 신선농산물로까지 확산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FTA를 통해 넓어진 교역 기반을 발판으로 국내 농산물의 해외 판로가 확대되면서 농식품 수출이 농가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레드클라렛’, ‘글로리스타’ 포도처럼…국내 품종 앞세워 해외시장 공략
대표적인 사례가 국내 육성 신품종 포도 ‘레드클라렛’과 ‘글로리스타’다.
기존 해외 품종에 의존하던 포도 시장에서 국내 육성 품종을 앞세워 수출에 도전한 농가들은 베트남을 시작으로 미국·캐나다 등으로 판로를 넓혔다. 단순히 생산량을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해외 소비자가 원하는 품질과 저장·물류 조건을 맞추면서 ‘국내 생산-해외 판매’라는 새로운 농가 경영 모델을 만들어냈다.
딸기·포도·배 등 신선농산물의 수출 증가는 이 같은 변화를 잘 보여준다.
포도는 프리미엄 과일에 대한 해외 소비자의 선호가 높아지면서 대만을 중심으로 수출이 확대됐고, 배는 작황 회복과 함께 미국 수출이 2.5배 이상 증가했다. 참외 역시 일본의 1인 가구 증가에 맞춰 합리적인 가격의 미니멀 과일이라는 새로운 소비 수요를 찾아 수출을 늘렸다.
수출시장 넓히는 K-농식품…성과와 과제 함께 살펴야
이 같은 사례는 기존 FTA를 활용한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보여준다.
FTA는 국내 시장에 해외 농산물이 들어오는 통로이기도 하지만, 우리 농산물이 더 넓은 해외 시장으로 나갈 수 있는 기반이기도 하다. 다만, 해외시장 진출 가능성을 실제 수출 성과로 연결하기 위해서는 개방으로 인한 경쟁을 피하기보다 FTA가 만들어낸 교역 환경을 활용해 수출시장으로 돌파구를 찾는 전략이 중요하다.
실제 올해 상반기 K-푸드+ 수출은 70억451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하며 역대 상반기 최고치를 기록했다. 농식품만 놓고 보면 53억8190만 달러로 5.0% 증가했다.
특히 중동 수출은 25.2%, 중남미 19.5%, 유럽 17.9%, 북미 11.0% 증가하는 등 전통적인 수출시장뿐 아니라 신흥시장으로도 판로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수출 성공의 공식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생산량과 가격 경쟁력이 수출의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품종 개발→품질 관리→검역 대응→저장·물류→현지 유통망 확보→마케팅을 하나의 수출 과정으로 연결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FTA는 체결만으로 수출 성과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교역의 기반을 넓힌 만큼 그 기회를 실제 수출로 연결하는 것은 농가와 기업, 그리고 정책의 몫이다.
100억 달러는 새 출발점…더 많은 농가의 해외시장 진출 과제
정부와 aT 역시 수출기업에 대한 현장 지원과 함께 전략품목 육성, 신흥시장 개척, 해외 유통망 확대, 비관세장벽 대응 등에 지원을 집중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에는 포도의 1억 달러 수출을 목표로 대형 유통매장 입점과 현지 마케팅 등을 추진하고, 검역 협상이 타결된 시장을 대상으로 신규 수출 품목 발굴에도 나설 계획이다.
K-푸드 수출 100억 달러는 이제 목표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점이다. 앞으로의 과제는 몇몇 인기 상품의 수출을 넘어 더 많은 농가가 기존 교역 기반과 정부의 수출지원 등을 활용해 해외 판로를 개척하고, 국내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세계 소비자의 식탁까지 연결하는 것이다.
FTA 시대의 농업 경쟁력이 ‘얼마나 많이 생산하느냐’에서 ‘얼마나 넓은 시장에 팔 수 있느냐’로 이동하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은 국내 농업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제작지원: 농림축산식품부·한국농촌경제연구원 2026년 FTA 이행지원센터 교육홍보사업)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