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美, 관세 무기로 투자 압박… 韓 ‘원리금 회수’ 원칙 흔들리나 [알래스카 투자 ‘딜레마’]

대미투자 ‘상업적 합리성’ 시각차

트럼프, 답 정해놓고 일방적 주장

최종 투자집행은 미국에 결정권

우리정부 끌려다니는 구조적 한계

올 대미 무역흑자 1천억弗 전망

‘관세 인상’ 근거로 쓰일라 우려도

올해 한국의 대미 무역흑자가 처음으로 1000억달러(약 134조원)를 넘어설 것이 18일 확실시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사업 투자를 압박하는 상황과 맞물려 통상보복을 우려하는 당국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지난 15일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에서 공화당 소속 댄 설리번 연방 상원의원과 민주당 소속 메리 펠톨라 후보 지지자들이 두 후보의 토론회가 열리는 행사장 밖에 모여 있다. AP연합뉴스

한국 정부가 대미투자 대원칙으로 내세운 ‘상업적 합리성’에 대한 한미 양국 간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당장 투자 유도가 필요한 미국과 국내 절차와 원리금 회수를 선결조건으로 내세운 한국의 국익 원칙이 상충하는 양상이다.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처럼 한국의 상업적 합리성 검토가 아직 끝나지 않은 사업에 대한 미국의 일방적 주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해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1000억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미국 측의 압박이 더 거세질 전망이다.

18일 정치권과 정부에 따르면 올해 6월 시행된 한미전략투자법은 대미투자 상업적 합리성을 ‘개별 대미투자 사업에 대한 원리금을 전부 충당할 수 있는 현금흐름’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 11월 한미 간 체결한 전략적투자 양해각서(MOU)의 내용을 준용한 것이다. 다만 MOU와 주체가 다르다. MOU는 투자 판단 주체를 미국 상무장관이 위원장으로 있는 투자위원회로 명시하고 있는 반면, 국내법은 한국 입장에서 ‘원리금 상환이 가능한 현금흐름’이라는 취지로 법 조문을 구성하고 있다.

미국은 연일 알래스카 LNG 사업에 한국이 500억달러 이상을 투자하는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반면 한국 정부는 객관적인 수치·지표가 필요하다는 원칙을 고수 중이다.

대미투자 집행 구조상 한국 측이 끌려다닐 수밖에 없는 구조적 한계도 있다. 한국은 미국에 투자금을 보내기까지 산업통상부 장관이 위원장인 사업관리위원회의 협상 내용, 재정경제부 장관이 위원장인 운영위원회의 재무적 판단 등을 거쳐 대미투자 송금을 결정한다. 다만 최종적으로 미국으로 건너간 투자자금의 집행 판단은 미 상무장관과 대통령이 결정하는 구조적 한계다.

올해 한국이 반도체 호황 등에 힘입어 대미 무역수지 흑자가 1000억달러를 돌파할 것으로 관측되는 점도 미국의 압박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한국의 대미투자 결정 지연을 이유로 관세 재인상을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탓에 투자의 대상은 사실상 정해져 있고, 상업적 합리성을 여기에 끼워 맞춰야 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근 한국 정부가 미국 측에 알래스카 LNG 사업에 대한 재산세 감면을 요청한 것도 이 같은 구조적 한계에 따라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고려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특별법에 따르더라도 국가안보 또는 공급망 등 불가피한 사유가 있으면 상업적 합리성 없이 대미투자를 추진할 수 있다. 물론 국회의 동의가 필요하다. 정부와 국회는 특별법 처리 과정에서 통상마찰 가능성 및 우려 등을 고려해 이 같은 조항을 마련했다.

김태황 명지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정부가 얘기하는 상업적 합리성, 경제적 타당성을 따지면 알래스카 LNG 사업은 당초 검토되기 힘든 사업이었을 것”이라며 “지금처럼 미국이 답을 정해 놓고 밀어붙이는 상황·구조에선 투자대상은 이미 정해져 있고, 타당성을 거기에 끼워 맞추는 방식으로는 그 기준이 수사적인 용어 차원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측이 모든 걸 다 지키려는 협상 구도에서 오히려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며 “협상 내용도 내용이지만 협상 구도·환경·네트워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전략적인 판단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mail protected]

김준혁 기자

googletag.cmd.push(function() { googletag.display(‘div-gpt-ad-1780547063142-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