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 삼성전자 본사의 모습. 2026.5.22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삼성전자가 21일 노사 간 극적인 잠정 합의를 통해 총파업이라는 초유의 위기는 간신히 넘겼다. 그러나 합의안에 담긴 성과급 제도를 둘러싸고 사업부별로 수십에서 수백 배까지 벌어지는 ‘성과급 격차’가 수면 위로 드러나며, ‘노노(勞勞) 갈등’이 타오르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 합의안대로 하면 성과급 격차 ‘최대 100배’
21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노사는 전날 ‘2026년 성과급 노사 잠정 합의서’를 도출했다.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지급 상한선 없이 향후 10년간 운영되는 ‘특별경영성과급’의 신설이다.
노사는 사업 성과의 10.5%를 재원으로 삼고, 이를 반도체(DS) 전체 부문과 개별 사업부에 4 대 6 비율로 배분하기로 뜻을 모았다.
문제는 이 같은 배분 구조로 인해 부서간 성과급 차이가 수백 배까지 벌어진다는 점이다.
일례로 올해 DS부문 영업이익이 300조 원에 달한다는 극단적 가정을 대입할 경우, 수혜 폭이 가장 큰 메모리 사업부 직원은 1인당 무려 5억6712만 원의 성과급 돈방석에 앉게 된다.
공통조직(기획·구매 등 지원부서) 직원 역시 약 4억4545만 원을, 심지어 적자를 내는 파운드리·시스템LSI 사업부 직원조차 약 1억6154만 원을 챙길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반면, 모바일과 생활가전을 담당하는 디바이스경험(DX) 부문 직원들의 성과급은 600만 원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추산됐다.
성과급 차이가 수백 배에 이르자 DX부문 직원들은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내 게시판 등에는 “600만 원은 개나 줘라”, “직원들을 거지로 아는 것이냐”는 원색적인 비난이 쏟아졌다.
DX 직원들의 분노 집단행동으로… 동행노조 조합원 1만 넘겨
이들의 분노는 즉각적인 집단행동으로 이어졌다.
그간 2260명 안팎에 머물렀던 삼성전자 동행노조(DX 부문 직원 비중이 높은 노조) 조합원 수는 21일 하루에만 9000명 가까이 폭증하며, 이날 오후 1시 30분 기준 1만1172명을 기록했다.
합의안 추인을 저지하기 위해 직원들이 맹렬히 결집한 결과로 풀이된다.
잠정 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는 22일부터 27일까지 진행된다. 과반이 찬성하면 합의안은 최종 확정된다.
사내에서는 5만5000명에 달하는 메모리 사업부와 공통조직 인원이 수혜를 입는 만큼 ‘가결’ 가능성에 무게를 두는 시각이 적지 않다.
수혜 부서의 한 직원은 “부결이 나면 굶던 사람이 겨우 밥상을 받았는데 반찬이 마음에 안 든다고 상을 엎어버리는 꼴”이라며 가결의 당위성을 주장했다.
DS 내부에서도 균열 목소리 “만성적자…회사도 사실상 포기”
하지만 DS 부문 내에서도 균열이 감지되고 있다.
만성 적자 부서를 도둑 캐릭터에 빗댄 은어인 이른바 ‘르팡’으로 불리는 시스템LSI·파운드리 사업부 직원들 사이에서는 “노조가 르팡을 버렸다”, “회사가 사실상 적자 사업부 포기에 합의한 것”이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갈등의 골이 걷잡을 수 없이 깊어지자 경영진도 다급히 진화에 나섰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이날 사내 게시판을 통해 “갈등의 시간을 뒤로하고, 모두가 하나로 힘을 모아 나아가는 일이 중요하다”며 내부 결속을 호소했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