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의 삶을 기록해 온 주거문화 기록자]
“비싼 인테리어가 좋은 집?”…’하우스’와 ‘홈’의 차이
“내 집을 설명할 수 있나요?”…잘 사는 1인 가구의 조건
“혼자 집 보러 가지 마세요”…초보 자취러가 지켜야 할 두 가지
유튜브 채널 ‘자취남’ 정성권 대표 /사진=본인 제공
[파이낸셜뉴스] 대한민국 1인 가구의 생생한 주거 현실을 영상으로 담아내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모은 유튜브 채널 ‘자취남’의 정성권 대표
. 직접 발품을 팔아 무려 1700세대를 방문한 그에게 최근 주거 트렌드를 한마디로 정의해달라고 묻자,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트렌드가 없는 게 트렌드입니다.”
그는 “1인 가구는 자신의 취향을 가장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혼자 산다고 해서 무조건 작은 가구만 쓰거나 가성비만 따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비싼 수입 가구를 몇개월씩 기다려 구입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최소한의 물건만 두고 미니멀하게 사는 사람도 존재한다. 결국 획일화된 유행보다 ‘개인의 정체성’이 주거 공간의 핵심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는 설명이다.
대한민국에서 1인 가구는 더 이상 특별하거나 거쳐 가는 가구 형태가 아니다. 결혼과 출산을 필수로 여기던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면서 비혼과 만혼이 확산했고, 이혼·사별·취업·학업 등 다양한 이유로 독립하는 이들이 꾸준히 늘고 있다. 여기에 취향을 우선시하는 가치관 변화가 더해지면서 ‘혼자 사는 삶’은 일시적인 상태가 아닌 완전한 라이프스타일로 뿌리내렸다.
‘자취남’ 영상에는 1인 가구의 다채로운 스펙트럼이 담겼다. 뷰가 좋아 구매한 왕십리 39평 아파트, 반려묘를 위한 양천구 12평 빌라, 다이소 제품으로 알뜰하게 꾸민 19평 전셋집, 가성비 월세 50만원 잠실 투룸 등 각자의 예산과 기준에 맞춘 공간을 보여준다.
건축물은 ‘하우스'(House), 그 안에 취향이 담겨야 ‘홈(Home)’
/사진=유튜브 채널 ‘자취남’ 캡처
많은 세대를 직접 취재해 온 정 대표는 ‘잘 꾸민 집’의 본질을 ‘돈’이나 ‘유행’이 아닌 ‘관심’에서 찾았다. 화려한 인테리어를 절대적 기준으로 삼지 않은 것이다.
그러면서 집을 ‘하우스(House)’와 ‘홈(Home)’이라는 두 가지 개념으로 구분했다. ‘하우스’가 부동산으로써 집이 지닌 경제적 가치를 뜻한다면, ‘홈’은 그 안에 사는 사람의 삶과 고민, 취향이 축적된 공간을 의미한다.
“비싼 인테리어나 최신 유행을 적용했다고 해서 무조건 잘 꾸민 집이라고 보지 않아요. 돈을 많이 들였어도 막상 ‘왜 이 휴지를 쓰는지’, ‘왜 이 향을 여기에 뒀는지’ 물었을 때 대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반면 적은 비용으로 구매한 소품이라도 자신만의 이유에 대해 열변을 토하는 분들도 계세요. 건축물은 ‘하우스’지만, 그 안에 사람의 삶과 취향이 담기면 비로소 ‘홈’이 된다고 생각해요. 돈을 얼마나 썼느냐보다 작은 물건 하나에도 나만의 이유와 취향을 설명할 수 있는 집이 훨씬 더 인상 깊었죠.”
그의 철학은 실제 영상에서도 확인된다. 20~30대의 집 소개 영상 사이에서 70대 1인 가구 남성의 집을 담은 콘텐츠는 조회수 81만 회를 기록하며 큰 공감을 얻었다. 미국에서 40년간 엔지니어로 일한 남성은 은퇴 후 귀국해 충남 아산에 35평 아파트를 마련했고, 넓은 거실 한가운데 6인용 식탁과 리클라이너를 배치했다.
정 대표는 “결국 중요한 건 내가 어떤 공간에서 편안함을 느끼고 어떤 물건과 함께 살아가고 싶은 지를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기술 발전이 바꾼 ‘집 고르는 기준’
/사진=유튜브 채널 ‘자취남’ 캡처
그렇다면 요즘 수요자들이 집을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과거 “근처에 대형마트가 있다”, “시장이 가깝다”는 이유로 집을 골랐다면, 지금은 배송 서비스가 발달하면서 생활 인프라의 우선순위가 달라졌다는 게 정 대표의 설명이다.
또 집값이라는 변수를 제외하면, 향후 5~10년 뒤 집을 평가하는 기준 역시 지금과 확연하게 바뀔 것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대표적인 예가 ‘창호(샤시)’ 및 건축 기술의 발전이다. 과거 그가 만난 한강변 아파트 거주자 중에는 도로 소음이나 더위 등으로 실거주 만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창호 기술이 발전하면서 이 같은 단점이 상당 부분 보완되고, ‘조망’이라는 장점만 극대화됐다는 평이다. 향후 스마트 스크린이나 모빌리티, 최첨단 방음·단열·환기 기술이 대입 된다면 공간의 한계는 점차 사라질 것으로 예상했다.
정 대표는 “1인 가구 주거 환경이 단순한 물리적 위치에 국한되는 것을 넘어, 기술의 진화가 거주자의 라이프스타일을 어디까지 확장해 줄 수 있느냐가 핵심 관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정으로 잘 사는 삶
/사진=유튜브 채널 ‘자취남’ 캡처
이쯤에서, ‘잘 사는 1인 가구’의 모습도 궁금해졌다. 정 대표는 잠시 생각한 뒤 “집은 세상에서 가장 사적인 공간”이라고 입을 열었다.
그는 “부동산 가치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내가 사는 공간을 얼마나 이해하고 있는 것인가”라며 “촬영을 하다 보면 집에 대한 애정과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분들은 굳이 방을 다 둘러보지 않아도 현관에서부터 이야기가 끊이지 않을 정도”라고 말했다.
“무조건 비싼 집에 사는 것이 잘 사는 삶은 아니에요. 왜 이 물건을 이 자리에 뒀는 지를 스스로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오히려 잘 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집은 세상에서 가장 자유로운 공간인 만큼 그 안에는 자신의 삶과 취향이 담겨 있어야 하거든요. 내 공간을 스스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자체로 행복한 삶에 가까워진 거죠.”
결국 잘 산다는 것은 거창한 데 있지 않다. 가장 나 다운 공간에서, 그 안을 채운 물건 하나하나에 이유를 갖고 있는 것. 그것이야말로 1700개의 문 뒤에서 발견한 ‘진정으로 잘 사는 삶’의 본질 아닐까.
‘초보 자취러’를 위한 2가지 조언
이해를 돕기 위한 AI 이미지 / 사진=챗GPT
마지막으로 정 대표는 자취를 시작하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하는 ‘초보 자취러’들에게 두 가지만큼은 반드시 지킬 것을 당부했다. 이것만 실천해도 집을 구할 때 일어나는 실수의 대부분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1. 부동산 방문 시 ‘무조건 2인 이상’ 동행하라
“초보자가 혼자 집을 구하러 가면 공인중개사나 현재 거주 중인 세입자의 눈치를 보느라 수압, 단열, 하자 등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하고 실수를 범하기 쉬워요. 눈이 2개인 것과 4개인 것은 천지차이며, 친구나 부모님과 함께 가야 훨씬 더 담대하고 꼼꼼하게 집을 살펴볼 수 있죠.”
2. 하루 시간을 내어 ‘실제 출퇴근·등하교’를 경험해보라
“부동산을 통해 집을 보러 갈 때는 보통 중개사의 차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실제 입지나 경사도를 착각하기 쉬워요. 지도상으로는 지하철역에서 도보 10분 거리라도 심한 언덕길이거나 주요 출구가 공사 중일 수도 있거든요. 딱 하루 시간을 써서 실제 출퇴근길을 걸어보는 수고가 향후 몇 년간의 거주 만족도를 결정짓습니다”
‘혼자 사는 삶’은 더 이상 특별한 선택이 아닌 우리 사회의 새로운 일상입니다. 소비와 주거, 식생활, 금융 등 생활 전반도 이에 맞춰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혼자인家]는 1인 가구가 마주한 현실을 기록합니다. [혼자인家]를 편하게 받아보시려면, 기자페이지를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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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가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