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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선동의 '원점'을 끊어야 다음 희생을 막는다 [내책 톺아보기]

표창원 프로파일러가 전하는 쓰레기섬: 훼손당한 자

쓰레기섬: 훼손당한 자 표창원 / 앤드

태평양 한가운데, 일본 열도와 하와이섬 사이 바다에는 대한민국 국토의 17배 크기, 8.5만 톤 무게에 달하는 거대한 쓰레기섬(Great Pacific Garbage Patch, Pacific trash vortex)이 두 개나 있다. 우리가 버린 비닐봉지와 페트병, 플라스틱과 깡통 같은 것들이 수십 년 동안 해류를 따라 흐르다 모여 쌓인 결과다.

쓰레기섬 주변에는 플랑크톤이 많다. 당연히 물고기도 모여든다. 영원히 썩지 않는 엄청난 양의 쓰레기를 먹이로 알고 먹은 작은 물고기를 큰 물고기가 먹고, 그 큰 물고기들은 대형 상업 어선이 쓸어 담아서 우리 식탁에 배달한다.

우리 몸엔 미세 플라스틱 등 쓰레기가 쌓인다. 우리가 버린 것들이 다시 우리 몸 속으로 돌아오는 것이다. 싫다고, 밉다고, 화난다고, 원하는 걸 얻겠다고 사람을 죽이는 살인범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우리와 전혀 달라 보이는 그들은 도대체 어디서 온 어떤 존재들일까? 외계인? 괴물? 돌연변이? 어쩌면 그들은 우리가 버린 말 쓰레기, 글 쓰레기, 눈빛 쓰레기, 행동 쓰레기가 돌고 돌다 머물러 쌓인 ‘쓰레기섬’들일 수도 있다.

이번에 출간한 ‘쓰레기섬’은 이런 발상으로 시작된 소설이다. 쓰레기섬에 쌓인 쓰레기를 치우는 사이에 더 많은 쓰레기가 몰려오듯, 살인범들을 수사해 검거하고 처벌하는 사이에 더 많은 폭력이 쏟아진다. 쓰레기를 만들고 유통하고 배출하는 ‘원점’을 타격해 해결하지 않는 한 ‘쓰레기섬’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살인범들이나 흉악범들 마음속에 켜켜이 쌓인 쓰레기들을 만들고 조장하고 확산하는 ‘원점’을 타격해 해결하지 않는 한 다음 희생자는 우리, 우리 가족, 우리 후손이 될 수도 있다.

전작 ‘카스트라토: 거세당한 자’의 후속작인 이번 소설은 프로파일러 ‘이맥’의 세계관을 확장한다. 책은 열 손가락이 모두 잘린 채 참혹하게 살해된 악플러의 사건에서 시작한다. 말과 글의 쓰레기가 쌓인 ‘쓰레기섬’의 단서를 쫓으며 우리 사회에 무분별하게 배설된 원흉에 대한 문제를 함께 생각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단순히 범인을 잡아 처벌하는 것을 넘어, 그들을 흉악 범죄자로 만드는 우리 사회의 혐오와 선동의 메커니즘을 파고들고자 했다.

소설 ‘쓰레기섬’이 독자들과 함께 ‘쓰레기섬의 원점’을 찾아 타격하고 문제의 근원을 해결하는 길고 먼 행진의 시작이었으면 좋겠다.

함께 즐겁게 산책이나 조깅 혹은 등산을 하면서 거리와 산과 들 그리고 해안과 바다의 쓰레기를 치우는 ‘플로깅’처럼, 재미와 스릴, 서스펜스를 마음껏 즐기면서 함께 우리 사회의 쓰레기들을 찾아 치우고 정화해 나가는 행진 말이다.

표창원 프로파일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