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걷다 보니 숲, 돌아보니 바다… 태안에서 만나는 ‘느린 여행’ [Weekend 레저]

한국관광공사 ‘걷기여행 주간’

코리아둘레길·동서트레일 만나는 태안

500명 어깨 나란히 걸으며 치유의 시간

해안선 따라 소나무숲 이어지는 3㎞ 길

바다·숲 오가며 태안의 가을 정취 만끽

걷기 뒤엔 요가·싱잉볼로 몸과 마음 휴식

부산 오륙도 걷기·울산 해파랑쉼터…

전국 40개 쉼터서 특화 프로그램 운영

걷기여행객들이 코리아둘레길과 동서트레일이 만나는 충남 태안 해안길을 걷고 있다. 한국관광공사 제공

【태안(충남)=정순민 기자】 가을 햇볕이 제법 따갑게 내리쬐던 지난 1일 오후. 충남 태안 남면 바닷가에 위치한 태안해양치유센터 앞마당에서 ‘2026 코리아둘레길×동서트레일 걷기여행주간’ 선포식이 열렸다. 이번 선포식에는 행사를 주최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 산림청, 충남 태안군 관계자 외에도 걷기여행객 500여명이 자리를 함께해 축제의 시작을 자축했다.

이번 행사가 충남 태안에서 열린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대한민국 걷기여행의 두 축인 코리아둘레길(문체부·관광공사 운영)과 동서트레일(산림청 운영)이 하나로 만나고 겹치는 지점이 바로 이곳 태안이어서다. 해안선을 따라 걷다가 소나무 숲으로 접어드는 코리아둘레길 서해랑길 65코스는 현재 산림청이 조성 중인 동서트레일 2구간과 정확히 겹친다.

개막 선언을 하는 강정원 문화체육관광부 관광정책실장

선포식이 끝나자 참가자들은 태안해양치유센터와 몽산포해수욕장을 잇는 약 3㎞ 구간을 함께 걸었다. 행사장에서 출발해 완만한 해안선을 따라 걷다 보면 어느새 길은 소나무 숲으로 접어든다. 바다를 바라보며 걷던 발걸음이 빽빽한 소나무 숲길로 옮겨가는 순간, ‘코리아둘레길×동서트레일’이라는 이번 행사의 의미가 한층 선명하게 다가온다.

1시간 가까이 이어진 걷기 행사에는 문체부와 관광공사가 공동 구축해 운영하는 위치기반 걷기여행 앱 ‘두루누비’의 ‘따라가기’ 기능도 활용됐다. 참가자들은 길을 따라 약 4000여걸음을 걸으며 태안의 해안과 숲이 제공하는 두 개의 풍경을 차례로 만났다. 걷기대회는 선포식이 열린 태안해양치유센터를 출발해 소나무 숲과 몽산포해수욕장 인근 몽산포전망대를 거쳐 다시 출발점으로 돌아오는 코스로 운영됐다.

걷기만 하고 행사를 끝낸 것도 아니다. 이날 걷기 뒤에는 태안해양치유센터에서 요가와 싱잉볼 사운드 테라피 등 체험 행사가 이어졌다. 사전 신청자 120여명은 걷기로 몸을 움직인 뒤 호흡과 이완을 중심으로 한 요가와 싱잉볼의 울림을 들으며 휴식의 시간을 가졌다. 걷기와 쉼, 그리고 치유를 하나로 결합한 웰니스형 프로그램이다.

태안해양치유센터 싱잉볼 사운드 테라피

태안해양치유센터에서 바라본 석양

이번 걷기여행주간은 태안의 하루 행사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관광공사는 오는 11일까지를 걷기여행주간으로 정하고 전국 코리아둘레길 쉼터를 중심으로 40개의 특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걷기와 웰니스는 물론, 인문학과 생태체험 등을 접목해 지역마다 다른 방식으로 길을 즐길 수 있도록 했다.

부산에서는 오륙도 안전걷기로드를 통해 테이핑과 스트레칭, 걷기 후 자가회복 프로그램을 체험할 수 있고, 울산에서는 해파랑쉼터 체험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강원 강릉에서는 기차를 타고 이동하며 해파랑길을 걷고, 전남 순천에서는 문화관광해설사와 함께 남파랑길 61~62코스를 걷는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또 전북 부안에서는 서해랑길 걷기와 야외 요가, 지역 체험을 결합한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상시 프로그램도 있다. 울산 동구의 해파랑길 완주인증배지와 인증챌린지, 강릉의 코스완주 미션투어, 경북 영덕의 블루로드 길동무 프로그램, 경남 통영의 남파랑길 완주 프로그램, 충남 홍성의 ‘홍성의 길과 길’ 등이 대표적이다. 태안에서는 서해랑길 11개 코스를 완주하고 스탬프를 모으면 기념품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된다.

충남 태안 소나무 숲길을 걷고 있는 여행객들

걷기여행을 보다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이벤트도 눈길을 끈다. 3~5일에 이어 9~11일에는 코리아둘레길 지정 코스를 완주하고 두루누비 앱에 스탬프를 찍으면 인근 지정 카페에서 매일 선착순 100명에게 커피를 무료로 제공하는 ‘걷고 커피 한 잔’ 행사가 진행된다. 걷기여행객의 지역 방문을 유도해 지역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으려는 취지다.

스마트폰을 활용한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인공지능(AI)으로 재구성한 코리아둘레길 풍경을 보고 코스를 맞히는 ‘찾아라! 코둘 명탐정’과 GPS 기반의 ‘코둘 스탬프 챌린지’가 대표적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길을 걷는 행위에 게임과 인증 요소를 더해 젊은 세대들도 부담 없이 참여할 수 있도록 했다.

걷기여행의 매력은 목적지를 빠르게 지나치는 데 있지 않다. 오히려 천천히 걸을수록 보이는 풍경과 만나는 사람이 많아진다. 태안에서 직접 걸어보니 바다에서 숲으로 이어지는 약 3㎞의 짧은 길에서도 풍경은 계속 달라졌다. 걷기 전에는 하나의 해변으로 보였던 풍경이 발걸음을 옮기면서 해안선과 솔숲, 바람의 방향까지 다르게 느껴졌다.

한국관광공사·르무통 업무협약식. 왼쪽부터 박성혁 관광공사 사장, 허민수 르무통 대표. 한국관광공사 제공

한국관광공사가 이번 걷기여행주간을 통해 주목하는 것도 이 같은 ‘느린 여행’의 가치다. 박정웅 관광공사 국민관광본부장은 “코리아둘레길과 동서트레일의 만남을 통해 국민이 걷기여행의 매력을 보다 친숙하게 경험할 수 있길 기대한다”며 “걷기여행이 지역관광을 활성화하는 새로운 관광의 통로가 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를 발굴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행사에 앞서 대한민국 걷기여행 활성화 및 지속 가능한 걷기문화 확산을 위해 지난달 28일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서 친환경 신발 브랜드 ‘르무통’과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측은 이번 협약을 계기로 코리아둘레길과 르무통이 운영하는 지역 걷기 캠페인 ‘르무통 산책회’를 연계해 다양한 협업을 펼쳐나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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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순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