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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암살자(들)" 허진호 감독, 1974년 ‘8·15 저격사건’ 꺼낸 이유…"10년 품은 이야기"

실화와 영화적 상상력 결합한 미스터리 추적극 ‘암살자(들)’

영화 ‘암살자들’ 보도스틸. 하이브미디어코프 제공

배우 유해진(왼쪽부터)과 박해일, 이민호가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뉴스1화상

[파이낸셜뉴스] 1974년 8월 15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에서는 제29주년 광복절 경축식이 열리고 있었다. 행사가 전국에 생중계되던 중 총성이 울렸다. 박정희 대통령을 겨냥한 총격에 영부인 육영수 여사와 합창단원 장봉화 양이 목숨을 잃었다.

만22세였던 범인 문세광은 현장에서 체포됐고, 당시 한국 정부는 북한과 조총련을 배후로 지목했다. 이후 일부 방송과 언론은 총성의 수와 탄환 감정 결과, 현장 경호 및 초동수사 과정 등을 둘러싼 의문을 제기했다. 범행에 일본 경찰서에서 탈취된 권총과 다른 사람 명의의 일본 여권이 사용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한일 간 외교 갈등으로도 번졌다.

허진호 감독 “10년간 품은 질문”…미스터리 추적극으로 완성

허진호 감독의 신작 ‘암살자(들)’는 바로 그 지점에서 출발한다. 역사적 사건을 그대로 재현하는 데 머물지 않고, 당시 발표된 수사 결과와 현장 정황 사이의 간극을 영화적 상상력으로 파고든 미스터리 추적극이다.

허 감독은 10일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처음 영화를 생각한 때부터 완성하기까지 10년이 걸렸다”며 “비극적인 사건인 데다 관련된 실존 인물들이 살아 있어 어떤 방식으로 접근해야 할지 계속 고민했다”고 밝혔다.

그가 주목한 것은 범인 체포 이후에도 사건을 둘러싸고 남은 의문이었다. 8·15 저격사건은 그동안 여러 방송 다큐멘터리를 통해 조명됐지만, 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허 감독은 “여전히 의문스럽고 미스터리한 부분이 있다. 그것이 영화적인 소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10년 동안 이야기를 발전시키면서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균형 잡힌 시선과 객관적인 태도였다”고 말했다.

다만 ‘암살자(들)’는 극영화다.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하되, 사건을 추적하는 인물과 구체적인 서사는 창작됐다.

허 감독은 “영화이기 때문에 극화할 수밖에 없었고, 관객에게 흥미롭게 다가가기 위한 장르적 재미도 중요했다”며 “당시 현장에 있었던 여러 실존 인물을 조합해 형사와 기자 캐릭터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형사와 두 기자, 같은 의문을 좇다

영화는 사건 현장의 경호 업무를 맡았던 중부서 경감 철구, 신문사 사회부장 재환, 신입 기자 영일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허 감독은 철구에 대해 “애국심이 투철하고 태극기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인물”이라며 “자신이 믿어온 것과 전혀 다른 상황에 부딪히면서 직접 의문을 파헤쳐 나간다”고 소개했다.

박해일은 진실을 알리려는 언론사 사회부장 재환을 맡았다. 철구가 뜨거운 행동력으로 사건에 부딪히는 인물이라면, 재환은 냉철한 판단과 날카로운 통찰로 의혹을 좇는다.

허 감독은 “‘덕혜옹주’ 이후 박해일 배우와 10년 만에 다시 작업했다”며 “재환은 논리적으로 생각하고 상황을 관찰하는 인물이다. 대본을 쓰면서 자연스럽게 박해일 배우가 떠올랐다”고 말했다.

박해일은 극 중 역할뿐 아니라 촬영 현장에서도 선배 역할을 했다. 허 감독은 “신문사 기자 역할을 맡은 후배 배우들을 실제 리더처럼 이끌었다”며 “자신의 촬영 분량이 없는 날에도 이민호 배우가 연기하는 장면에 와서 자리를 지켜줬다”고 전했다.

이민호가 연기한 영일은 유복한 집안에서 자랐지만 기자로서의 사명감과 자유를 갈망하는 신입 기자다.

이민호는 “어디에 가서 막내가 되기 쉽지 않은 나이인데 이번 현장에서는 막내였다”며 “영일은 좋은 환경에서 올곧게 자랐지만 마음 한편에 채워지지 않는 갈망을 지닌, 활어처럼 생동감 있는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특히 첫 촬영이었던 공중전화 장면은 이민호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았다. 영일이 저격사건 발생 사실을 알리는 장면이다.

이민호는 “첫 촬영 날 박해일 선배가 현장에 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더 긴장했다”며 “그런데 첫 테이크에서 선배의 목소리를 듣는 순간 몰입이 확 됐다. 제 앞에 쪼그리고 앉아 대사를 직접 해주셨는데 무척 감사하고 감동적이었다”고 돌이켰다.

유해진·박해일·이민호의 상호 신뢰와 앙상블

유해진과 박해일은 영화 ‘이끼’ 이후 16년 만에 다시 만났다.

유해진은 “박해일 배우의 눈에서 나오는 에너지가 늘 부러웠다. 이번에도 특유의 뚝심 있는 눈빛을 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박해일 역시 “유해진 배우는 조선시대든 1970년대든 시대와 관계없이 작품의 현실감을 담보해 주는 배우”라며 “그동안의 활약이 워낙 대단해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했고, 연기하기가 무척 편했다”고 화답했다.

두 선배와 처음 호흡을 맞춘 이민호는 “더할 나위 없이 행복했다”며 “두 분을 보면서 인격에서 비롯된 품격이 좋은 배우를 만든다는 것을 느꼈다. 현장에서 온전한 안정감을 느끼며 연기한 것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암살자(들)’은 ‘서울의 봄’, ‘내부자들’ 등을 선보인 제작사 하이브미디어코프가 제작한다. 오는 9월 제51회 토론토국제영화제 갈라 프레젠테이션 부문에서 먼저 공개된 뒤 추석 연휴 국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허진호 감독이 10일 오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암살자(들)’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암살자(들)’은 1974년 8월 15일, 대한민국을 충격에 빠뜨린 영부인 저격 사건의 의혹과 배후를 추적하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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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