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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도연 생명력이 빛난 ‘가능한 사랑’…결국 달빛처럼 은은한 사랑 이야기[이 영화]

가능한 사랑 보도스틸. 넷플릭스 제공

가능한 사랑 보도스틸. 넷플릭스 제공

가능한 사랑 보도스틸. 넷플릭스 제공

가능한 사랑 보도스틸. 넷플릭스 제공

가능한 사랑 보도스틸. 넷플릭스 제공

영화 ‘가능한 사랑’ 속 한 장면. 연합뉴스

영화 ‘가능한 사랑’ 속 한 장면.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창동 감독의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은 결국은, 달빛처럼 은은한 한 부부의 사랑 이야기다. 동시에 해고라는 거대한 파도에 휩쓸려 깊은 상처를 입은 사람들이 그 트라우마와 마주하는 이야기이자, 타인의 고통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피사체를 사랑하려 했지만 창작 욕망이 앞서면서 그 진정성을 시험받는 한 창작자의 이야기다. 또 서로 가까워질수록 더욱 선명해지는 계급의 간극을 포착한, 우리 사회의 불편한 풍경화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타인의 고통마저 쉽게 소비하는 시대, 누군가의 상처를 온전히 바라보고 끌어안는 일이야말로 사랑의 출발점임을 환기한다.

다큐멘터리 제작을 계기로 두 부부가 만나다

영화는 해고노동자 아내 미옥 역 전도연의 복잡 미묘한 표정 연기와 “울고 싶으면 그냥 울라”며 아내의 목덜미를 어루만지는 호석(전도연) 그리고 둘의 모습을 마치 ‘관찰자’처럼 바라보는 어린 아들의 모습을 비추며 시작된다.

부부가 향한 곳은 해고 후 우울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먼저 세상을 떠난 전 직장 동료의 장례식장. 이곳에서 미옥은 그곳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를 만나게 된다. 예지는 대량 해고에 맞선 파업과 강제진압의 후유증을 안고 살아가는 호석과 그의 아내 미옥에게 인터뷰를 제안한다. 호석과 달리 미옥은 편견 없이 카메라 앞에 서고, 자신과 전혀 다른 삶을 살아온 예지와 가까워진다. 그는 이 과정이 새로우면서 한편으론 설명하기 힘든 불편함을 동시에 느낀다.

예지는 호석의 마음을 열기 위해 함께 여름휴가를 가자고 제안한다. 이들이 도착한 곳은 예지의 부유한 남편 상우(조인성) 집안이 대대로 소유한 서해안 별장이다. 네 사람이 한 공간에서 생활하면서, 관계의 표면 아래 감춰져 있던 욕망과 계급의 균열이 서서히 드러난다.

“해고노동자의 이야기로도, 계급 간 갈등으로도,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윤리와 태도에 관한 문제로도 볼 수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까지 여러 층위를 두 부부의 이야기를 통해 함께 느끼고 생각하며 질문을 나누고 싶었다”(이창동 감독)

이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여러 층위의 이야기를 품으면서도 어느 하나를 앞세워 특정한 감정을 강요하지 않는다. 인물들을 선과 악으로 쉽게 나누거나 판단하는 대신 차분하고 담담하게 바라보며 질문을 이어간다.

대량 해고는 개개인에게 어떤 상처를 남겼는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한다는 것은 가능한가. 그 고통을 카메라에 담는 행위는 연대인가, 착취인가. 계급이 다른 사람들이 잠시나마 진실한 관계를 맺는 일은 가능한가.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연대와 축제, 폭력과 배신으로 얼룩진 파업 현장뿐 아니라 미옥과 호석의 서툴고도 순수했던 청춘 시절까지 담는다. 해고노동자와 가족들의 증언을 담은 장면에서는 실제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사실성이 두드러지는 반면, 미옥과 호석의 청춘 시절은 한 편의 문학 작품을 펼쳐보는 듯 서정적으로 그려진다.

특히 10대 시절 미옥이 호석의 고백을 받고 다음날 아침 새벽에 눈을 뜨고 본 일출 풍경과 휴가를 나온 호석이 공장에서 혹사당하던 미옥의 손을 낚아채 인천 월미도 바닷가에서 본 밤하늘 풍경은, 두 사람의 모진 현실을 견디게 한 인생 명장면처럼 다가온다.

네 배우의 앙상블 돋보여…미옥 캐릭터 매력적

네 배우가 팽팽하게 주고받는 앙상블도 뛰어나다. 호석을 연기한 설경구는 몸과 마음에 깊은 상처를 입었지만 겉으로는 흔들리지 않는 인물을 그려낸다. 그의 단단한 몸과 침묵, 냉소는 더 이상 무너지지 않기 위해 스스로 둘러친 갑옷에 가깝다. “내 속에는 아무것도 없다. 텅 비었다”는 말처럼 자신의 상처를 외면해온 호석이 후반부 예지의 카메라 앞에서 고통을 쏟아내는 장면은 이 영화가 출발한 현실의 무게를 고스란히 환기한다.

이 감독이 자신과 가장 가까운 인물이라고 밝힌 예지는 창작자의 욕심과 양심 사이를 오간다. 그는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호석과 미옥을 진심으로 이해하고 가까워지려 하고, 그 과정에서 호석이 외면해온 상처를 직시하도록 돕지만, 결국 또 다른 상처를 남기고 만다. 예지가 압구정동 세탁소집 딸로 자라 부유한 집안 출신인 상우와 결혼했다는 점도 흥미롭다. 그는 서로 다른 세계에 속한 상우와 호석 부부를 연결하는 매개체인 동시에, 어느 쪽에서도 완전히 자유롭지 못한 경계의 인물이다.

조인성이 연기한 상우는 부유한 환경에서 자라 특유의 여유와 다정함을 지닌 인물이다. 영화 속 예지의 말처럼 큰 키와 잘생긴 외모, 재력까지 모두 갖춰 인기가 하늘을 찔렀다던 고교 동창 상우는, 그를 연기한 조인성의 존재감과 맞물려 우리 사회가 욕망하는 조건의 정점에 선 인물로서 상징성을 띤다. 아내의 다큐멘터리 작업을 적극적으로 돕고 호석과 미옥에게도 따뜻하게 다가가지만, 갖지 말아야 할 것까지 탐하는 순간 그의 숨겨진 포식자의 눈빛은 결국 드러나고야 만다.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전도연이 연기한 미옥이다. 이 감독이 말한 ‘거대한 힘에 삶을 규정당하지 않고 끝내 자유를 향해 나아가려는 마음’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인물이다. 해고와 가난, 남편의 상처에 삶이 짓눌린 상황에서도 미옥은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삶의 희망을 잃지 않는다. 후반부 상우 집안의 별장 앞바다로 거침없이 걸어 들어가는 모습은 세상이 그어놓은 경계를 넘어 자유를 향한 미옥의 의지와 생명력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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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