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cm 장쯔위 내세우고도 역전패한 중국
전혀 상관없는 손짓 가져와서 “치욕스럽다” 과민반응
32년 만의 결승 진출 실패 충격 속 中 매체·팬들 분노 폭발
중국, 25일 한국과의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여자 농구 준결승에서 80-85 패배. 뉴시스
[파이낸셜뉴스]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짜릿한 역전승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 코트 밖에서 또 다른 장외전이 불붙었다.
박수호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25일 일본 나고야 아이치 인터내셔널 아레나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준결승전에서 220cm의 거인 장쯔위가 버틴 중국을 85-80으로 격파했다. 한국은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에 결승에 올랐고, 중국은 1994년 히로시마 대회 이후 무려 32년 만에 결승 진출에 실패하는 참사를 겪었다.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의 이소희. 뉴시스
문제의 장면은 경기 직후 승리를 만끽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25일 중국 스포츠 매체 ‘즈보바’는 중국의 한 농구 블로거가 공개한 영상을 인용, 한국 선수들이 손가락 사이를 좁게 벌리는 동작을 취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중국 매체와 네티즌들은 이 동작을 농구계에서 상대의 작은 키를 조롱할 때 쓰는 이른바 ‘too small(너무 작다)’ 세리머니로 해석하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한국은 전혀 그런의도가 없었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그것을 스스로 자격지심으로 멋대로 해석했다.
해당 영상을 올린 중국 블로거는 “아… 정말 치욕스럽다”라는 짧고 강렬한 탄식으로 자국 팬들의 허탈한 심정을 대변했다. 한국은 해당 손동작의 정확한 의미를 밝히진 않았지만, 패배의 충격에 빠진 중국 언론은 이를 ‘조롱’이라며 분노를 표출하고 있다.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의 허예은. 뉴시스
중국이 이토록 격앙된 반응을 보이는 배경은 명확하다. 중국은 경기 전부터 양 팀의 평균 신장 차이가 10cm 이상 난다는 점, 특히 220cm가 넘는 압도적 센터 장쯔위의 존재를 내세워 승리를 장담했다. 전반전까지만 해도 중국 농구 관계자들은 “유일한 문제는 어떻게 장쯔위에게 공을 전달하느냐일 뿐”이라며 높이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한국은 스피드와 외곽포로 맞불을 놨다.
후반 들어 이소희(23점), 이해란(22점), 강이슬(16점)의 득점포가 불을 뿜으며 경기를 뒤집었다. 이날 한국이 12개의 3점슛을 림에 꽂아 넣는 동안, 중국은 13개를 던져 단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했다.
절대적인 신장 열세를 안고도 오히려 중국의 장점을 무력화시킨 한국이, 경기 후 ‘너무 작다’는 손짓으로 오해까지 했으니 중국 입장에선 자존심이 산산조각 날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나고야=신화/뉴시스] 중국과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4강전을 치르는 한국 여자 농구 대표팀. 2026.09.25. /사진=뉴시스
여기에 중국 농구가 처한 암울한 현실이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앞서 중국 남자 5대5 대표팀은 일본에 77-97로 참패했고, 남녀 3대3 대표팀 역시 줄줄이 짐을 쌌다. 여자 5대5 대표팀은 중국 농구의 아시안게임 마지막 ‘금메달 희망’이었다.
즈보바 등 중국 매체들은 “남자농구가 일본에 지자 상대가 우는 표정을 지으며 조롱했고, 여자농구가 패하자 한국 선수가 ‘너무 작다’는 손짓을 했다”며 두 장면을 나란히 배치했다.
32년 만의 결승 진출 실패, 1개의 3점슛도 넣지 못한 졸전, 그리고 자격지심까지. 만리장성의 자존심이 나고야 코트 위에서 무참히 바스러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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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상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