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파이낸셜뉴스] 만원 지하철 안, 낯선 이의 땀 냄새에 알 수 없는 짜증과 피로가 솟구친 경험이 있을 것이다. 반대로 누군가의 체취에는 묘한 호감과 끌림을 느끼기도 한다. 이처럼 우리의 감정을 쥐락펴락하는 체취의 비밀이 속속 밝혀지고 있다.
14일 영국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최근 남성의 땀이 여성의 스트레스를 유발할 수도 있지만, 무엇을 먹느냐에 따라 오히려 매력을 높이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는 흥미로운 과학적 분석이 나왔다.
사람의 땀은 단순한 노폐물이 아니다.
땀 속에는 ‘케모시그널’이 은밀하게 섞여 있다. 실제 연구에 따르면 남성의 체취에 노출된 여성은 뚜렷한 이유 없이 기분 변화를 겪고, 체내 ‘코르티솔(위협이나 스트레스에 맞서 몸이 에너지를 최대치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돕는 일명 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덩달아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코의 후각 세포로 들어온 냄새 신호가 뇌의 감정 영역을 직접 자극해 본능적인 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는 것이다.
하지만 이 불쾌한 땀 냄새도 ‘음식’을 만나면 정반대의 마법을 부린다. 우리가 먹은 음식의 화학 성분은 소화된 후 혈액을 타고 온몸을 돌다가 땀으로 배출되는데, 이때 피부 표면의 박테리아와 만나 그 사람만의 독특한 체취를 완성한다.
체코 프라하대학 연구진에 따르면 입 냄새의 주범으로 꼽히는 ‘마늘’이 놀랍게도 땀으로 배출될 때는 체취를 매력적으로 바꾸는 일등 공신이 된다. 연구진의 실험 결과, 마늘을 많이 먹은 남성의 겨드랑이 냄새를 여성들이 가장 호감 가는 체취로 평가했다. 마늘에 풍부한 항산화(세포의 노화와 손상을 막는 작용) 및 항균 성분이 신체 건강을 전반적으로 개선해 결과적으로 더 좋은 체취를 풍기게 만든다는 것이다.
반면, 고기를 즐겨 먹는 식습관은 매력 지수를 떨어뜨린다. 2주간 고기를 섭취한 남성의 체취는 채식 위주의 식단을 한 남성보다 훨씬 자극적이고 덜 매력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술 역시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할 때 독성을 가진 발암 물질 ‘아세트알데히드’를 뿜어내어 고약한 악취를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
이처럼 눈에 보이지 않는 타인의 냄새는 이성을 끌어당기는 무기가 되기도 하지만, 알 수 없는 피로감과 불쾌감을 유발해 현대인들의 신경을 긁는 스트레스의 뇌관이 되기도 한다.
한편, 연구진들은 냄새를 포함해 일상적인 자극으로 누적된 스트레스를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특별한 이유 없이 피로가 쏟아지고 밤잠을 설치거나 작은 일에 분노가 치민다면 이는 몸이 보내는 경고 신호다. 이 증상을 방치하면 만성 소화불량, 과민성 대장 증후군, 심한 편두통 등 구체적인 신체적 질병으로 악화된다.
이러한 후각적 자극과 일상 속 스트레스를 건강하게 다스리려면 올바른 식습관과 뇌 휴식이 필수적이다. 평소 육류와 음주를 줄이고 마늘이나 채소 등 항산화 성분이 풍부한 식단을 유지하면 불쾌한 체취 개선은 물론 신체의 스트레스 저항력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하루 30분 정도 햇빛을 받으며 가볍게 걷고, 잠들기 1시간 전에는 뇌파를 자극하는 스마트폰을 내려놓은 채 조용한 환경에서 깊은 심호흡을 하는 것이 무너진 호르몬의 균형을 되찾는 가장 확실하고 부작용 없는 예방 처방전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