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성형외과의사회 공보이사&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수석탈모분과위원장 김진오의 ‘탈모 탈출’
모발이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환자의 두피 타입이다. 두피 타입에 맞추어 전략을 짜지 않으면 수술 후 이식한 모낭의 생착률이 낮아지고 수술 후 관리에도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일러스트: 셔터스톡
[파이낸셜뉴스] 모발이식을 고려하는 사람들은 의사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다. “몇 모 심을까요?” “비절개가 좋을까요 절개가 좋을까요?” 그러나 의사들은 다른 곳에 관심을 갖는다. 환자의 머리 카락이 심어질 바닥, 두피의 피부 타입이다.
모발이식은 공여부에서 채취한 모낭을 탈모 부위에 안착시키기 위해 두피에 수천 개의 미세한 상처를 내는 수술이다. 최고의 기술로 모낭을 채취했어도 뿌리내릴 자리가 척박하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많은 부분이 두피의 상태에 의해 좌우된다. 상처가 건강하게 아물고 모낭이 주변 조직과 피를 나누어 살아남는 것도 마찬가지다.
모발이식하기에 좋은 두피? 적당한 두께, 적당한 유분
‘좋은 두피’란 어떤 상태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적당한 두께를 가지면서 유·수분 밸런스가 건강하게 잡힌 두피다. 땅이 어느 정도 깊고 단단해야 나무를 심었을 때 뿌리가 흔들리지 않는 법이다. 진피층(표피 아래에 위치하며 콜라겐과 모세혈관이 밀집한 두피의 실질적인 몸통 조직)이 적당히 두꺼워야 이식한 모낭을 주변 조직이 꽉 붙잡아준다. 이런 두피는 모발이식 직후 가볍게 마찰이 생겼을 때나 머리를 감을 때 모낭이 ‘툭’ 하고 삐져나오는 탈락 위험이 낮다. 여기에 기름기가 살짝 도는 지성 성향이 결합하면 수분 유지가 용이하므로 상처 회복 속도 면에서 유리하다.
환자들이 수술 후 흔하게 겪는 복병이 ‘딱지’다. 누구는 일주일 만에 두피가 깨끗해지는데, 누구는 2주가 지나도 딱지가 사라지지 않아 애를 태운다. 이 차이를 만드는 주범이 바로 피지선에서 분비되는 유분과 수분이다. 지성 두피는 자극을 받으면 두피를 보호하기 위해 피지 분비량을 늘리는데, 피지가 딱지를 부드럽게 녹이는 윤활유 역할을 한다. 덕분에 보통 수술 후 8일에서 10일 사이에 딱지가 자연스럽게 떨어지고 표피 재생이 빠르게 일어난다.
하지만 피지는 두피에 사는 박테리아에게 좋은 영양분이기도 하다. 모낭염은 이식한 모낭 주변에 박테리아가 침투해 염증과 고름을 유발하며 생긴다. 지성 두피 환자가 초기에 제대로 세정하지 않았을 때 발생률이 급격히 치솟기도 한다. 청결을 불량하게 관리하면 염증이 모낭을 공격해 애써 심은 머리가 자라기도 전에 손상될 수 있다. 즉, 지성 두피는 ‘매일 깨끗하게 샴푸를 한다’는 전제가 충족될 때 최고의 토양이 된다.
반대로 건성 두피는 메마른 사막과 같다. 피지가 부족하게 분비된다. 때문에 수술 후 상처 부위가 메마르며 딱지가 단단하게 굳어버린다. 단단한 딱지가 장기 잔존하면 두피 표면에 산소 공급을 줄여 모낭을 저산소증 상태로 몰고 갈 수도 있다. 게다가 건성 두피 환자들은 수술 후 일주일 사이에 두피가 가려워지기 쉽다. 밤사이에 무의식적으로 두피를 긁다가 딱지가 떨어지며 이식모가 빠질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건성 두피는 초기부터 수분을 충분히 공급하는 것이 좋다.
두피의 두께 역시 수술의 난이도와 사후 치유 과정에 관여한다. 두피 두께가 2mm 미만으로 아주 얇은 두피는 진피층이 얇아 완충 작용을 해줄 공간이 부족하다. 모세혈관들이 피부 표면과 지나치게 가깝기 때문에 살짝만 절개해도 출혈이 잘 일어난다. 출혈이 많아지면 수술 시 시야가 흐려져 의사가 모낭을 정밀하게 배치하기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수술 후 두꺼운 혈전이 형성되어 모낭의 생착을 방해한다. 또한 얇은 피부는 모낭을 꽉 잡아주는 힘이 약해 고정력도 좋지 않다. 정밀하고 얕은 각도로 이식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두께 4~6mm의 두꺼운 두피는 무조건 좋을까? 그렇지는 않다. 두꺼운 두피는 콜라겐 섬유가 빽빽하게 뭉쳐 있어 바늘이나 펀치가 들어갈 때 저항이 커진다. 더 강한 압력이 필요한데, 주변 모낭이 손상될 수 있다. 또한 수술 후 조직이 부어오르는 부종이 얇은 피부보다 오래 지속되며 통증이나 감각 저하가 몇 주간 이어지기도 한다. 다만, 일단 무사히 이식만 완료된다면 두꺼운 두피는 풍부한 혈류 공급망을 갖추고 있어 생착률 자체는 좋다.
가장 까다로운 경우는 과거의 사고 흉터나 화상, 혹은 이전 수술로 인해 두피에 흉터 조직이 있을 때다. 정상적인 피부 구조가 파괴되고 모세혈관과 피지선이 사라진 흉터 조직은 혈관이 거의 없는 아혈관성 상태다. 머리카락이 자라려면 모근에 피가 통하고 산소와 영양분이 지속적으로 공급되어야 세포 분열을 할 수 있다. 하지만 흉터 조직은 모낭을 심어도 영양분이 적게 공급될 수 있다. 수술 시에도 두피가 마치 돌덩이처럼 딱딱해서 모공이 잘 만들어지지 않는다.
따라서 흉터가 있는 두피에는 일반 두피처럼 촘촘하게 밀도를 높여 심으면 생착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한정된 혈류를 여러 모낭이 나눠 쓰기 때문이다. 흉터에서는 생착률이 절반 이하로 떨어질 수 있다. 치유 기간 역시 일반 두피보다 2배 이상 길기 때문에 서두르지 않고 단계적으로 치료하는 인내심이 필요하다.
내가 어떤 두피를 가졌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이 모발이식의 진짜 시작이다. 두피가 얇으면 섬세하게 깊이를 조절해 심으면 되고, 건조하면 보습을 하면 될 일이다. 흉터가 있다면 혈류를 확보하면 된다. 완벽한 두피가 아니라고 해서 낙담할 필요는 없다.
내 토양이 가진 단점을 미리 알고 이를 보완하는 의학적 전략을 짜는 것, 그것이 모발이식의 성패를 가르는 진짜 열쇠다.
편집자주: 김진오 원장은 MBC <나혼자산다>를 비롯해 EBS <평생학교> MBN <특집다큐H> 유튜브 채널 <모아시스> 등 다양한 콘텐츠에 출연하는 것은 기본, 대한성형외과의사회와 대한레이저피부모발학회 등 다양한 학회에서 활동하고 논문과 저서를 집필하며 탈모를 파헤치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앞으로 김진오 원장이 파이낸셜뉴스와 칼럼을 연재합니다. ‘모발의 신’ 김진오 원장의 탈모의 A to Z를 기대해 주세요.
kind@fnnews.com 김현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