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유튜브 채널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좌).과일 두리안. 게티이미지(우)
[파이낸셜뉴스] 그룹 레드벨벳 아이린이 방송에서 술을 마시며 두리안을 먹는 모습이 공개되자, 해외 팬들 사이에서 두 식품의 조합을 둘러싼 우려가 나왔다. 두리안과 술을 함께 먹으면 알코올 대사가 방해돼 위험할 수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지난 14일 유튜브 채널 ‘차린 건 쥐뿔도 없지만’에는 아이린이 출연한 영상이 공개됐다. 아이린은 진행자 이영지와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눴고, 시간이 지나면서 말을 잠시 잇지 못하거나 촬영 종료를 아쉬워하는 등 취기가 오른 모습을 보였다. 이날 아이린은 두리안도 먹었다.
두리안 성분, 알코올 대사에 영향을 줄까
두리안과 술의 조합이 주목받은 배경에는 두리안에 들어 있는 황 성분이 알코올 대사 과정에 관여하는 효소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알코올은 체내에서 알코올 탈수소효소에 의해 아세트알데히드로 바뀐 뒤, 알데히드 탈수소효소(ALDH)의 작용을 거쳐 아세트산으로 분해된다. 아세트알데히드가 체내에 축적되면 얼굴이 붉어지거나 메스꺼움, 두통, 두근거림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미국 국립알코올남용·알코올중독연구소(NIAAA)는 아세트알데히드를 알코올 대사 과정에서 생기는 독성 물질로 설명한다.
2009년 일본 쓰쿠바대학교와 필리핀대학교 연구진은 실험실에서 두리안 추출물이 효모의 ALDH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그 결과 두리안 추출물이 효모 ALDH 활성을 억제하는 반응이 관찰됐다. 이후 수컷 실험용 쥐를 대상으로 한 동물실험에서는 두리안과 에탄올을 함께 투여했을 때 혈중 아세트알데히드 제거가 늦어지고 체온이 떨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다만 두 연구 모두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은 아니어서, 두리안과 술을 함께 먹으면 사람에게 같은 반응이 나타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과음과 과식이 만든 증상일 수도
두리안과 술을 함께 먹은 뒤 이상 증상이 나타났다는 사례가 보고된 적은 있다. 그러나 실제 증상에는 음주량과 두리안 섭취량, 개인의 알코올 분해 능력, 간·심장·콩팥 질환 등 여러 요인이 영향을 줄 수 있다.
두리안은 당분과 열량이 높은 과일이다. 여기에 술을 많이 마시면 위장에 부담이 커지고 구토, 복통, 어지럼, 탈수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증상이 생겼을 때 두리안과 술의 조합만을 원인으로 단정하기보다, 얼마나 마시고 먹었는지와 평소 건강 상태를 함께 살펴야 한다.
의식 저하·호흡 이상은 응급 증상
술을 마신 뒤 얼굴이 붉어지는 정도를 넘어 반복적인 구토, 반응 저하, 호흡 이상, 의식 저하가 나타나면 단순한 숙취로 넘겨서는 안 된다. 급성 알코올 중독이나 다른 응급질환 가능성을 확인해야 한다.
질병관리청 국가건강정보포털은 중독으로 의식이 떨어지거나 호흡에 문제가 생긴 경우 기도와 호흡을 우선 확인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의식이 흐린 사람에게 물이나 음식을 억지로 먹이거나 구토를 유도해서도 안 된다.
아이린의 방송 장면만으로 두리안과 술의 조합이 위험했다고 판단할 근거는 없다. 현재 연구는 두리안 성분이 알코올 대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실험 수준에서 확인한 단계다. 다만 과음 자체가 건강에 부담을 주는 만큼, 두리안을 먹은 날에는 음주량을 줄이고 몸의 이상 반응을 살피는 것이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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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