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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환경 보호를 위해 매일 챙기는 텀블러. 겉보기에 멀쩡하다고 해서 평생 쓸 수 있는 ‘반영구’ 제품이라고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균열과 긁힘 사이로 번식한 세균이 우리의 건강을 조용히 위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전문가들은 매일 사용하는 보온병과 텀블러는 소모품에 가깝다며 위생과 건강을 위해 정기적인 점검과 교체가 필수라고 입을 모은다.
스테인리스 진공 보온병이 온도를 유지하는 원리는 생각보다 정교하다. 보온병은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내부 벽과 외부 벽 사이에 아무런 기체도 없는 ‘진공’ 공간을 품고 있다.
이 빈 공간 덕분에 전도와 대류가 물리적으로 완벽하게 차단된다. 고급 제품의 경우 내벽 안쪽에 구리나 은을 얇게 입혀 열이 전자기파 형태로 빠져나가는 복사(Radiation) 현상까지 막아준다.
하지만 이 완벽해 보이는 진공 구조도 작은 충격들이 누적되면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 손상이 발생한다. 전문가들이 권장하는 스테인리스 보온병 본체의 교체 주기는 보통 2~3년이다. 텀블러에 뜨거운 물을 담았을 때 겉면까지 뜨거워지거나 차가운 물이 금세 미지근해진다면 내부 진공층이 깨졌다는 확실한 신호이므로 즉시 텀블러를 교체해야 한다. 특히 뚜껑에 달린 고무 패킹은 부속품 중 오염에 가장 취약하므로 1년 안팎마다 새것으로 갈아주는 것이 위생상 안전하다.
텀블러 수명은 길어야 2~3년…흠집 난 스테인리스는 세균의 온상
내부에 생긴 녹이나 깊은 흠집도 중요한 교체 신호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식품용 금속 용기에 생긴 깊은 스크래치가 세균이 폭발적으로 번식하는 거점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코팅이 벗겨진 틈새에는 오염물질이 찌들어 아무리 씻어도 완벽히 제거되지 않기 때문이다.
수명을 늘리고 위생을 지키기 위해서는 올바른 세척 습관이 가장 중요하다. 내부 코팅을 마모시키는 거친 철 수세미 대신 부드러운 스펀지를 사용해야 한다. 또한 염분이 높은 국물이나 찌개는 스테인리스 표면의 금속 부식을 앞당기므로 텀블러에 담는 것은 피해야 한다. 식기세척기 역시 고온 건조 과정에서 뚜껑의 플라스틱이나 고무 패킹을 변형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텀블러에서 불쾌한 냄새가 난다면 주방에 있는 천연 세제를 활용해 보자. 따뜻한 물에 약알칼리성(산성을 띠는 오염물질을 중화시키는 성질) 물질인 베이킹소다를 한 스푼 풀고 1시간 뒤 씻어내면 기름때가 효과적으로 분해된다. 식초를 1대 9 비율로 섞은 물로 씻어내면 단백질 찌든 때를 녹이고 뛰어난 살균 효과까지 볼 수 있다. 단, 천연 세제로 꼼꼼히 세척하고 바짝 말렸음에도 퀴퀴한 썩은 냄새가 가시지 않는다면 텀블러 내부에 이미 오염 물질이 깊숙이 찌들었다는 뜻이므로 미련 없이 버려야 한다.
오염된 텀블러가 부르는 ‘급성 장염’과 예방법
수명이 다해 세균이 득실거리는 텀블러를 무심코 계속 사용할 경우, 우리는 급성 장염이나 식중독 같은 치명적인 소화기 질환에 무방비로 노출된다.
텀블러 속 장염 바이러스나 식중독균이 음료와 함께 위장으로 들어가면, 우리 몸은 방어 작용을 일으키며 극심한 복통, 잦은 설사, 구토, 오한, 발열 등의 고통스러운 증상을 동반한다. 면역력이 약한 어린이나 노약자의 경우 심한 설사로 인해 심각한 탈수 증세로 이어져 입원 치료가 필요할 수도 있다.
이러한 세균성 소화기 질환을 확실하게 예방하는 방법은 철저한 텀블러 위생 관리뿐이다. 음료를 마신 후에는 가급적 빨리 내부를 세척하고, 세균 번식을 막기 위해 물기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뚜껑을 열어 통풍이 잘되는 곳에서 뒤집어 건조해야 한다.
특히 당분이 높은 음료나 우유 같은 유제품은 상온에서 세균이 기하급수적으로 증식하는 최고의 먹잇감이 되므로, 텀블러에 장시간 보관하는 행위는 절대 금물이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