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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언론 "한일 정상, 美 중동 집중·에너지 불안 속 '전략적 밀착'"

미중 ‘G2’ 우려·국내 정치 계산 맞물려…”협력 외엔 선택지 없다”

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9일 경북 안동에서 열린 친교행사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이 대통령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물한 안경테를 착용, 다카이치 총리는 이 대통령의 안경을 착용하고 기념촬영을 했다. 사진=청와대 제공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이재명 대통령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지난 19일 경북 안동에서 가진 정상회담을 두고 일본 언론들은 미국의 중동 집중으로 인한 동아시아 안보 불안과 에너지 위기가 양국을 전략적으로 접근시키고 있다고 20일 분석했다.

일본 언론들은 양국 정상이 원유·석유제품 상호 공급과 경제안보 협력 확대에 합의한 것을 단순한 경제협력 차원을 넘어 국제질서 변화에 대한 공동 대응으로 해석했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동 대응에 외교·군사 역량을 집중하고 최근 미·중 정상회담에서 양국 관계를 ‘G2(주요 2개국)’라고 표현한 점이 한일 양국의 위기감을 자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미국의 중동 집중으로 아시아에서 ‘힘의 공백’이 현실성을 띠기 시작했다”며 “이것이 한일을 더욱 가깝게 만들고 있다”고 평가했다.

닛케이는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일부가 중동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이고 일본 사세보 기지의 미 강습상륙함 트리폴리도 중동에 투입되면서 동아시아 억지력 약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요미우리신문 역시 “미국이 인도·태평양 관여를 축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양국의 공통 인식이 됐다”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들은 특히 이번 정상회담이 지난 14∼15일 미·중 정상회담 직후 열린 점에 주목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G2 발언에 대해 일본 내에서는 미·중이 영향권을 분할하는 형태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미·중 양국이 직접 거래를 통해 동아시아 질서를 결정할 가능성을 일본과 한국 모두 경계하고 있다”며 “협력 외에는 선택지가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중동 정세에 따른 에너지 불안도 양국 협력의 직접적 배경으로 꼽혔다.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된 이후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일본 모두 공급망 불안을 겪고 있는 가운데 양국은 이번 회담에서 원유와 석유제품 상호 융통, 민관 협의체 신설 등 협력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요미우리는 “어려운 분야에서 서로 돕는 윈윈 관계의 사례”라고 평가했고 아사히는 “구체적 성과보다 협력 의지를 보여주는 의미가 크다”고 분석했다.

이번 회담에서 양 정상의 국내 정치적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졌다는 분석도 나왔다.

마이니치신문은 “지역 안정을 도모하려는 다카이치 총리와 외교 성과를 부각하려는 이 대통령의 의도가 일치했다”고 평가했다.

요미우리는 특히 이 대통령이 다음 달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수 성향이 강한 고향 안동에서 일본과 협력하는 모습을 부각한 점에 주목했다. 과거 대일 강경 노선을 보였던 이 대통령이 집권 이후 실용외교를 강조하는 것도 중도층과 보수층까지 외연을 확대하려는 의도가 반영됐다는 해석이다.

다만 일본 언론들은 양국 안보 협력이 빠르게 확대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한·일 양국은 외교·국방 차관급 ‘2+2’ 협의를 시작하고 약 9년 만에 수색·구조 공동훈련(SAREX) 재개를 추진하고 있지만 물자와 연료를 상호 지원하는 물품·역무 상호제공협정(ACSA) 체결에는 한국 측이 신중한 태도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사히는 “식민지배 역사 문제로 인한 한국 내 경계감 때문에 안보 협력은 ‘한 번에 뛰어넘을 수 없는 영역'”이라고 평가했다.

닛케이는 “일본은 한국을 대중 견제 체제로 더 끌어들이려 하지만 한국은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의 관계도 고려하고 있다”며 양국 간 대중 인식 차이를 지적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