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일본 도쿄의 애플스토어 오모테산도와 구글스토어 오모테산도, 갤럭시 하라주쿠 모습(왼쪽부터). 오모테산도역 A2 출구 앞 애플스토어에서 약 500m, 도보 7분 거리에는 지난 13일 미국 밖 첫 구글 직영점이 문을 열었다. 이곳에서 메이지도리를 따라 약 200m 떨어진 대각선 맞은편에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하라주쿠가 자리 잡고 있다. 삼성이 지난 7일 갤럭시 Z8 시리즈를 출시한 데 이어 구글은 오는 20일 정식 출시할 ‘픽셀 11 프로 폴드’를 매장에 전시하고 예약 판매에 들어갔다. 애플도 다음 달 첫 폴더블 아이폰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되면서 이 일대가 글로벌 폴더블폰 경쟁의 전초전으로 떠오르고 있다. 사진=서혜진 특파원
【파이낸셜뉴스 도쿄=서혜진 특파원】지난 16일 일본 도쿄 시부야구의 ‘구글스토어 오모테산도’. 매장에 들어서자 오는 20일 정식 출시되는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 ‘픽셀 11 프로 폴드’에 몰려 든 방문객들이 눈에 띄었다. 제품의 두께와 무게를 확인하거나 펼친 화면으로 구글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제미나이’를 체험하려는 고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이 제품은 지난 13일부터 매장에 전시돼 체험과 예약 구매가 가능하다.
미국 밖에 처음 문을 연 구글 직영점인 이곳은 개장 첫날인 지난 13일부터 북새통을 이뤘다. 문을 열기 전 매장 앞에 긴 줄이 늘어섰고 선착순 방문객 1000명을 위해 마련한 개장 기념품은 영업 시작 3시간 만에 모두 동났다. 구글의 첫 해외 직영점이자 최신 스마트폰과 AI 기술을 한자리에서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점이 일본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곳에서 하라주쿠 방향으로 870m, 10여분을 걸으면 삼성전자의 체험형 플래그십 매장 ‘갤럭시 하라주쿠’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구글보다 엿새 앞선 지난 7일 ‘갤럭시 Z8’ 시리즈를 일본에 출시하며 선공에 나섰다. ‘갤럭시 하라주쿠’에서는 폴드8 판매량이 전작의 약 2배에 달하며 모든 색상과 용량이 일시 품절되는 등 초기 흥행에 성공했다.
반대편 오모테산도 방향에는 일본 스마트폰 시장의 절반 이상을 장악한 ‘애플스토어 오모테산도’가 자리 잡고 있다. 오는 9월 애플은 첫 폴더블 아이폰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모테산도에서 하라주쿠로 이어지는 약 2㎞ 구간에 애플과 구글, 삼성의 공식 매장이 차례로 자리 잡은 가운데 ‘끝판왕’ 애플의 참전까지 임박하면서 ‘아이폰 왕국’ 일본이 글로벌 폴더블폰 전쟁의 최전선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 ‘여권 크기’ Z8 선공…애플 9월 참전 채비
17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과 일본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 7일 일본에서 갤럭시 Z8 시리즈 3종을 출시했다. 새롭게 추가된 모델은 접으면 여권과 비슷한 크기가 되는 것이 특징이다. 동영상 시청과 문서 작업에 적합하도록 화면을 넓히고 구글의 생성형 AI 제미나이를 탑재했다.
삼성이 제품 형태까지 바꾸며 승부수를 던진 가운데 시장의 관심은 애플의 움직임에 쏠리고 있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오는 9월 아이패드 미니와 비슷한 크기의 화면을 갖춘 첫 폴더블 아이폰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한다. 접었을 때 갤럭시 신제품과 마찬가지로 여권 크기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애플은 엔지니어링 시험 과정에서 예상보다 복잡한 기술적 문제에 부딪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 인해 양산과 출하가 수개월 늦어질 가능성도 제기됐다. 최근에는 생산 문제가 해결돼 9월 공개 일정에 맞출 수 있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다만 미국 이외 지역의 출시는 2~3개월 늦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애플이 실제 시장에 진입하면 삼성전자와 화웨이가 2019년부터 키워온 폴더블폰 시장의 대중화가 빨라질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지난 11일 일본 도쿄 ‘갤럭시 하라주쿠’에서 방문객들이 지난 7일 출시된 갤럭시 Z8 시리즈들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 ‘애플스토어 오모테산도’에서 방문객들이 아이폰 등 애플 제품들을 구경하고 있다. 애플은 오는 9월 첫 폴더블 아이폰을 공개할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서혜진 특파원
■美 밖 첫 구글스토어…픽셀·제미나이로 日 공략
구글도 픽셀 브랜드의 신형 폴더블폰을 투입하며 추격에 나섰다. ‘구글스토어 오모테산도’는 미국 내 10개 매장에 이은 전 세계 11번째 직영점이자 미국 밖에 문을 연 첫 매장이다.
연면적 1158㎡에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3개 층으로 구성돼 역대 구글스토어 가운데 규모도 가장 크다. 1층에서는 픽셀11 시리즈 등 주요 기기를 전시·판매하고 2층에서는 제미나이를 활용한 이미지·영상 생성 등 AI 기술을 체험할 수 있다. 지하 1층에는 제품 수령과 상담, 수리 등을 위한 고객지원 공간을 마련했다.
특히 애플과 삼성의 공식 매장 사이에 자리 잡았다는 점이 눈에 띈다. 단순한 제품 판매를 넘어 소비자가 스마트폰과 AI 서비스를 한 공간에서 경험하도록 해 아이폰과 갤럭시 이용자를 픽셀 생태계로 끌어들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 스마트폰 업체 오포도 고성능 제품을 앞세워 일본 폴더블폰 시장을 파고들고 있다. 지난 4월 일본에 출시한 가로형 폴더블폰 ‘파인드 N6’ 512GB 모델의 가격은 31만8000엔(약 283만원)이다. 같은 용량의 삼성전자 갤럭시 Z폴드8(29만9880엔·약 267만원)보다는 비싸지만 최상위 모델인 Z폴드8 울트라(32만6780엔·약 291만원)보다는 저렴하다.
오포는 자체 개발한 힌지를 적용해 스마트폰을 펼쳤을 때 화면 주름 높이를 0.05㎜로 억제했다. 평평한 대화면에서 스타일러스펜으로 문서에 직접 필기하거나 여러 메신저와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동시에 실행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포가 300만원 안팎의 초고가 제품을 내놓은 것은 애플이 50% 이상을 점유한 일본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출시한 바형 스마트폰 ‘파인드 X9’이 올해 2월까지 전작보다 4배 많이 팔리면서 고가 제품도 승산이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폴더블폰 시장은 아직 작다. 일본 시장조사업체 MM종합연구소에 따르면 2023회계연도 일본의 폴더블폰 판매량은 22만5000대로 전체 스마트폰 시장의 1%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대화면에서 문서와 여러 앱을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부각되면서 직장인을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빅카메라 관계자는 “최근에는 처음부터 폴더블폰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업무용으로 사용하려는 직장인의 선택도 증가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한국에서 노안이 시작되는 40∼50대 직장인을 중심으로 대화면 스마트폰이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에서 일본에서도 중장년층 수요가 커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 시부야구의 ‘구글스토어 오모테산도’ 내부 모습. 매장 중앙에는 올리브나무와 꽃, 이끼, 모래, 용암석 등 캘리포니아의 자연에서 영감을 얻은 설치 작품 ‘캘리포니아 드리밍―색채의 풍경’이 전시돼 있다. 구글은 이 작품을 통해 픽셀 등 2026년 하드웨어 제품의 색상과 소재, 곡선형 디자인이 탄생한 배경을 표현했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 시부야구의 ‘구글스토어 오모테산도’에서 방문객들이 제품을 둘러보고 있다.
지난 16일 일본 도쿄 시부야구의 ‘구글스토어 오모테산도’에 전시된 구글 신형 폴더블 스마트폰 ‘픽셀 11 프로 폴드’. 오는 20일 정식 출시되는 이 제품은 지난 13일부터 매장에 전시돼 체험과 예약 구매가 가능하다. 사진=서혜진 특파원
■日통신 4사까지 가세..폴더블 고객 쟁탈전
일본 이동통신업계도 시장 확대에 불을 붙이고 있다. NTT도코모와 KDDI, 소프트뱅크, 라쿠텐모바일 등 이동통신 4사는 갤럭시 Z8 시리즈를 앞세워 고객 쟁탈전을 벌이고 있다. 폴더블폰 구매자는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뿐 아니라 넷플릭스와 유튜브 프리미엄 같은 유료 콘텐츠에 가입할 가능성이 큰 우량 고객이기 때문이다.
소프트뱅크는 번호이동 고객을 대상으로 할인 조건을 강화했다. 회사 측에 따르면 폴더블폰을 통한 번호이동 고객 유치 규모는 일반 바형 스마트폰의 약 2배다.
가로형 폴더블폰을 처음 판매하는 라쿠텐모바일은 최저가를 내세웠다. 신형 3개 모델의 가격을 19만9900∼29만9900엔(약 178만~267만원)으로 책정했다. 번호이동과 단말기 구매 프로그램을 함께 이용하면 폴드8을 월 4490엔(약 4만원)에 살 수 있다.
KDDI는 번호이동뿐 아니라 기기 변경과 신규 가입을 포함한 모든 고객에게 출시 시점부터 3만엔(약 27만원)을 할인한다. NTT도코모는 가격 경쟁 대신 당일 수리망과 전문 상담 인력을 앞세웠다. 도코모 매장에는 갤럭시 관련 전문지식을 갖춘 ‘갤럭시 앰배서더’ 약 1500명이 배치돼 있다.
■메모리값·엔저에 가격 ‘껑충’..”큰 화면만으론 부족”
폴더블폰의 높은 가격은 시장 확대의 최대 변수다. AI 열풍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급등한 데다 일본에서는 엔화 약세까지 겹쳤다. 애플도 최근 일본 내 아이폰 가격을 약 10% 올렸다.
옴디아에 따르면 메모리와 저장장치가 스마트폰 전체 재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보급형 제품의 경우 60%를 넘고 프리미엄 모델도 30% 이상이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Z8 시리즈 일부 모델의 미국 가격을 전작보다 100달러(약 14만원) 인상했다.
성윈 차우 옴디아 수석 애널리스트는 “1500달러(약 213만원)가 넘는 제품은 중급형보다 메모리가 전체 부품 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 가격 상승을 흡수할 여력이 있다”면서도 “어려운 문제는 무엇으로 높은 가격을 정당화하느냐다. 이제 큰 화면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IDC는 메모리 부족 등의 영향으로 올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이 역대 최대인 14% 감소하는 반면 폴더블폰 출하량은 20%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애플의 참전을 앞두고 삼성과 구글, 중국 업체들이 일본으로 몰리면서 AI 기능과 업무 활용성, 가격·서비스를 둘러싼 폴더블폰 주도권 경쟁은 한층 치열해질 전망이다.
중국 스마트폰 제조사 오포(OPPO)가 지난 4월 15일 일본에서 출시한 폴더블 스마트폰 ‘파인드 N6’. 일본 출시 가격은 31만8000엔이다. 펼치면 8.1인치, 접으면 6.6인치 화면을 사용할 수 있으며 접었을 때 두께는 8.9㎜, 무게는 225g이다. 화면의 접힌 자국을 최소화한 힌지 기술과 2억 화소 카메라, 6000mA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한 것이 특징이다. 사진=오포 일본 웹사이트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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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