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미국과 이란 간 종전 협상이 다시 중대 기로에 섰다. 이란이 최신 평화협상안을 전달한 뒤 미국의 공식 답변을 받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은 아직 충분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며 사실상 거부 의사를 내비치면서 협상 재개 전망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간) 미국이 파키스탄을 통해 이란의 14개항 평화 제안에 대한 답변을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현재 이란은 미국 측 입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미국과 파키스탄 정부는 아직 이를 공식 확인하지 않았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현 단계에서는 핵 협상이 없다”고 밝혔다. 이는 전쟁 종식과 걸프 해운 봉쇄 해제 문제를 우선 정리한 뒤 핵 프로그램 협상을 진행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이란의 제안을 곧 검토하겠다고 밝히면서도 수용 가능성에는 강한 회의론을 드러냈다. 그는 “지난 47년 동안 세계에 저지른 일에 비하면 아직 충분한 대가를 치르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공영방송 Kan은 이날 트럼프 대통령과의 인터뷰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의 제안과 관련해 “모든 내용을 검토했지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협상의 우선순위다. 이란은 전쟁 종식과 호르무즈 해협 봉쇄 해제, 동결 자산 해제, 제재 철폐 등을 우선 처리한 뒤 핵 문제를 논의하자는 입장이다. 반면 미국은 전쟁 종료의 전제 조건으로 핵 프로그램 제한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이란이 보유 중인 400㎏ 이상의 고농축 우라늄 전량 포기를 핵심 조건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은 해당 물질이 핵무기 제조에 활용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이란은 자국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하면서도 제재 해제를 전제로 일부 제한 조치를 협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편 이란의 14개항 제안에는 미군 철수, 봉쇄 해제, 동결 자산 반환, 배상금 지급, 제재 철폐, 레바논 전선을 포함한 전면 종전, 해협 공동 관리 체계 구축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은 두 달 넘게 자국 선박을 제외한 사실상 모든 걸프 지역 선박 운항을 통제하고 있으며, 미국 역시 지난달 이란 항구 출항 선박에 대한 독자 봉쇄에 나선 상태다.
27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친정부 시위대가 이란 국기를 흔들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뉴시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