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1일(현지시간) 이란 테헤란 시내 바자 매장 모습.EPA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통을 대가로 미국에 대규모 요구안을 제시하며 강경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지만 미국의 봉쇄로 인한 경제 붕괴를 우려하고 있으며 경제 제재 해제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최근 경제전문지 포천이 보도했다.
이란 국가안보회의는 미국을 향해 해상 봉쇄 해제와 제재 철회, 중동 내 미군 철수, 전쟁 배상금 지급, 동결 자산 해제, 친이란 대리세력 공격 중단 등 전제 조건을 대거 제시했다.
이란이 오만과 해협 운항 관리를 위한 협상을 진행 중이지만, 이것만으로는 해협이 즉각 개통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강경한 초기 입장이 미래 협상을 위한 포석이거나 내부 강경파를 달래기 위한 의도로 분석하고 있다. 이로 인해 호르무즈 해협의 정상화와 미국의 경제적 압박 완화에 대한 기대감은 대폭 낮아졌다.
포천은 이런 가운데 이란 내부에서는 경제 붕괴에 대한 우려가 극에 달하고 있으며 최근 미국의 해상 봉쇄가 재개되면서 이란 경제는 가파르게 악화하는 중이라고 지적했다.
이란은 지난 1월 초하이퍼인플레이션과 통화 가치 폭락으로 대규모 시위가 발생했으며, 정권의 강한 진압으로 가라앉은 바 있다.
이란의 경제 악화에 이란 정권 내 온건파와 강경파 간의 갈등도 표면화되고 있다.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과 온건파 인사들은 제재 완화의 필요성을 피력하고 있으나, 강경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카젬 가리바바디 외무차관은 국영 방송 IRIB를 통해 “협상에 반대하는 사람들을 보면 도대체 어떤 세상에 살고 있는지 의문”이라며 강경파를 비판하기도 했다.
현재 미국의 해상 봉쇄로 인해 이란 석유 수출의 90%를 담당하는 카르그섬에서의 유조선 선적이 일주일 이상 중단된 상태다.
지난 6월 말 기준 연간 물가상승율은 88.6%까지 치솟았으며, 일부 지역은 100%를 넘어섰다. 올해 이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5.4%로 역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란 국민과 기업들이 소비를 줄이고 자산을 매각하며 버티고 있지만, 이는 한계가 있는 ‘착시적 내구성’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인프라와 인적 자원의 황폐화가 심화되면서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급격히 상실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싱크탱크 클링엔달의 하미드레자 아지지 연구원은 지난주 시사주간지 타임에 “이란 정권이 미국과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가장 위험한 전선은 내부 경제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컨설팅기업 유라시안 넥서스 파트너스의 이란 전문가 비잔 카제푸르는 이란 가계들이 소비와 투자를 줄이고 부업을 하면서 버티고 있으며 해외에서 친척들이 보내오는 송금과 저축해온 자금 의존, 자산 매각에 당장 경제가 당장 붕괴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이같은 회복력도 지속되기 힘들 것이라며 이란의 인프라와 인적자본이 서서히 낙후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미국도 대이란 전략을 경제 압박으로 바꿀 것임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등에 관한 이란의 새로운 요구에도 별다른 불만을 드러내지 않은 채 “지켜보고 있다”고 말한 것도 경제 봉쇄가 시간이 흐를 수록 효과가 커질 것으로 판단하는 발언을 했다.
트럼프는 지난 9일 온라인 매체 악시오스와의 통화 인터뷰에서 이란과 부분적으로 협상을 하고 있으나 “막대한 인플레이션에 시달리며 돈이 없는 이란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미 정부 당국자는 “전투가 계속되면 이란 정권이 기반 시설 파괴와 심각한 경제난의 책임을 피해 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대로 전투가 멈추면 이란 지도부가 “실질적인 해결책이 없는 암울한 현실”에 직면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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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재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