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극심한 저출산 기조를 타개하기 위해 출산 장려 정책으로 전격 선회하면서, 현지 콘돔 시장의 절대 강자인 영국 레킷벤키저(Reckitt)의 콘돔 브랜드 ‘듀렉스(Durex)’가 직격탄을 맞았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중국 정부가 극심한 저출산 기조를 타개하기 위해 출산 장려 정책으로 전격 선회하면서, 현지 콘돔 시장의 절대 강자인 영국 레킷벤키저(Reckitt)의 콘돔 브랜드 ‘듀렉스(Durex)’가 직격탄을 맞았다. 수십 년간 유지돼 온 세제 혜택이 사라진 데다 온라인 광고 규제까지 강화되면서 중국 콘돔 시장이 급격히 위축됐기 때문이다.
30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투자은행 제프리스(Jefferies)의 분석을 인용해 중국 콘돔 시장에서 30% 이상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듀렉스의 올해 1분기 중국 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5%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고 보도했다. 제프리스는 지난해 중국 내 듀렉스 매출 증가율이 40%를 웃돌았던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급격한 성장 둔화라고 분석했다.
업계에서는 중국 정부의 출산 장려 정책이 판매 감소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세계 최대 인구 국가였던 중국은 최근 수년간 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직면했다. 지난해 출생아 수는 약 792만명으로, 2015년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중국 정부는 2016년 한 자녀 정책을 폐지한 데 이어 2021년 세 자녀까지 허용했다. 지난해부터는 만 3세 이하 자녀 1명당 연간 3600위안(약 69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제도도 도입했다.
올해 1월부터는 1993년부터 적용해 온 콘돔 부가가치세(VAT) 면세 혜택도 전격 폐지했다. 이에 따라 현재 중국 내에서 유통되는 콘돔에는 13%의 부가가치세가 부과되고 있다.
듀렉스의 중국 사업이 크게 의존해온 라이브커머스와 관련해 제품 시연과 확대 화면 사용이 제한하는 등의 규제도 강화됐다. 광고 문구와 소비자와의 실시간 상호작용에도 제약이 생기면서 라이브 방송을 통한 홍보가 어려워졌다. 중국 최대 숏폼 플랫폼 더우인에선 라이브 방송을 통한 콘돔 판매가 지난해 10월부터 금지된 상태다.
제프리스는 듀렉스 판매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광고 규제를 꼽으면서 “새 규제를 준수하는 라이브 방송은 시연도, 클로즈업도, 실시간 소통도 없어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중국 당국의 인위적인 ‘알고리즘 조정’ 정황도 포착됐다. 레킷벤키저 관계자는 FT에 “최근 중국 소셜 플랫폼 내 알고리즘이 성적인 콘텐츠의 노출 순위를 뒤로 밀어내기 시작했으며, 이로 인해 듀렉스 관련 콘텐츠의 노출량이 급감했다”며 당국의 보이지 않는 통제가 작동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여기에 전 세계 콘돔 생산량의 약 5분의 1을 담당하는 말레이시아 카렉스(Karex)사가 홍해 사태 및 호르무즈 해협 봉쇄 우려 등으로 인한 물류·원가 상승을 이유로 공급가를 최대 30% 인상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제조 비용 압박까지 가중되는 형국이다.
크리스 리히트 레킷벤키저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실적 발표에서 “중국 내 부가가치세 도입과 경쟁사들의 공격적인 저가 판촉으로 인해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았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레킷벤키저는 중국 시장을 미래 성장 동력으로 삼고 상하이에 글로벌 연구개발(R&D) 센터를 건립해 히알루론산 함유 콘돔 등 현지 맞춤형 프리미엄 제품 개발에 공을 들여왔다. 그러나 중국 사업이 휘청이면서 회사 전체 신흥시장 매출 성장률도 지난해 14.6%에서 올해 1분기 7.6%로 반토막이 났다.
다만 사측은 규제 강화로 인한 일시적 충격일 뿐, 콘돔 자체에 대한 구조적 수요 붕괴로 보기는 어렵다며 현지 소셜 플랫폼 ‘샤오홍슈’ 등을 통한 대안 마케팅을 모색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sms@fnnews.com 성민서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