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역 2,500개 넘는 행사 분산 개최
사진=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미국 중간선거를 보름여 앞두고 ‘노 킹스(No Kings·왕은 없다)’ 시위가 거리의 구호를 투표 독려로 바꿨다. 워싱턴DC 링컨기념관 앞을 비롯해 뉴욕·애틀랜타·댈러스·로스앤젤레스 등 대도시에서 참가자들은 정책 비판을 넘어 선거를 통한 정권 심판을 촉구했다. 한곳에 대규모로 결집하는 대신 지역마다 흩어져 치르는 방식이어서 전체 참가 인원을 가늠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17일(현지시간) 주최 측에 따르면 이날 하루 미 전역에서 계획된 노 킹스 행사는 2,500개를 웃돈다. 미국시민자유연맹(ACLU) 등 약 200개 단체가 손잡고 여는 이 시위는 이번이 네 번째다. 특정 도시에 인파를 끌어모으기보다 각 지역이 저마다 자율적인 형태로 집회를 꾸리도록 한 것이 이번 시위의 특징이다. 현지 매체들은 주최 측이 이번 행사를 단순한 전국 단위 시위가 아니라 유권자의 투표 참여를 끌어내는 초당적 활동으로 내세웠다고 전했다.
수도 워싱턴DC에서는 수백명이 링컨기념관 앞에 모였다. 행진 대열 곳곳에는 ‘사전 투표하세요’, ‘투표는 당신의 목소리’, ‘내 투표권에서 손을 떼라’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나부꼈다. ‘트럼프는 떠나라’, ‘우리는 대통령을 선출하지 왕을 뽑지 않는다’ 등 트럼프 대통령을 정면으로 겨냥한 피켓을 든 시민도 적지 않았다.
참가자들은 미국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며 행정부의 정책 전반을 성토하는 한편, 하루라도 서둘러 투표소를 찾자고 호소했다. 11월 3일 치러지는 중간선거에서 표로 심판해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통행에 제동을 걸자는 것이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조지아주 애틀랜타 집회에 나선 시민권 변호사 제럴드 그릭스가 “미리 투표하고 친구 다섯명에게 연락해서 미리 투표하라고 전하라”고 외쳤다고 보도했다. 오클라호마주 오클라호마시티 집회 참가자들은 “중간선거 투표는 대통령선거 투표만큼 중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통령 임기 한가운데 치러지는 중간선거는 대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은 편이어서 투표 참여 자체를 독려하는 데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사전투표는 이미 여러 주에서 진행 중이다. 버지니아주와 미네소타주는 지난 9월 18일부터 사전투표를 받기 시작했고, 조지아주는 지난 13일 문을 열어 오는 30일까지 이어간다. 조지아주에서는 사전투표 첫날 투표자가 2022년 중간선거 당시보다 4만명 넘게 많았다는 현지 보도도 나왔다.
노 킹스 시위가 처음 거리로 나온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79번째 생일이자 미 육군 창설 250주년 열병식이 열린 지난해 6월 14일이다. 당시 500만명이 모인 것으로 추산된 시위는 같은 해 10월 700만명으로 불어났고, 주최 측은 10월 시위 때 50개 주에서 2,700건이 넘는 행사가 열렸다고 집계했다. 세 번째 시위는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전쟁에 돌입한 직후인 지난 3월 28일 열렸다. 주최 측은 당시 50개 주에서 3,300여건의 집회에 800만명 이상이 참가했다고 발표했다.
앞선 세 차례와 달리 이번에는 행사가 지역 단위로 잘게 나뉘어 열린 만큼, 주최 측이 전국 참가 규모를 내놓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mail protected]
정경수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