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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켓만 쏘는 기업 아냐"…'1조7500억달러' 머스크의 비전

스페이스X IPO 카운트다운

美 역사상 최대 규모… 내달 상장

재무·사업현황 등 처음으로 공개

“머스크 의결권 85.1% 유지”

앙숙 올트먼의 오픈AI 9월 목표

이번주 신청서 내… 절차 본격화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일론 머스크의 우주기업 스페이스X가 기업공개(IPO) 신청서를 공개하며 세계 자본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 이번 상장이 미국 역사상 첫 ‘1조달러 규모 IPO’가 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IPO 신청서 제출로 그동안 베일에 가려졌던 재무 내용도 처음으로 공개됐다.

스페이스X에 이어 오픈AI도 오는 9월 기업공개를 목표로 이번 주 상장 절차에 착수할 예정이다. 올해 IPO 시장의 양대 축으로 꼽히는 두 기업의 상장 작업이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자본시장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스페이스X 첫 재무정보 공개

스페이스X는 20일(현지시간) IPO 신청서를 통해 지난해 매출 186억7000만달러를 기록했지만 49억달러의 순손실을 냈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상당 부분의 매출은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사업에서 발생했다. 우주 발사 사업은 지난해 41억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수익을 내지 못했다. 반면 스타링크 사업 매출은 114억달러에 달했다. 로켓 발사 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실제 수익 구조는 이미 글로벌 통신·AI 인프라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이 주목하는 부분은 스페이스X의 미래 성장 전략이다. 회사는 IPO 서류에서 자사가 겨냥하는 전체 시장 규모(TAM)가 28조5000억달러에 달한다고 밝혔다. 상당수 수익 기회가 인공지능(AI) 관련 사업과 연결돼 있다는 점도 공개했다.

스페이스X는 이번 IPO를 통해 자사가 단순히 로켓을 쏘는 기업이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회사는 화성 영구 거주지 건설과 우주 기반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핵심 미래 사업으로 제시했다. IPO 서류에 따르면 머스크의 보상 상당 부분도 이 같은 초대형 목표 달성 여부와 연동돼 있다.

이번 IPO의 최대 변수는 결국 ‘머스크 효과’다. 스페이스X는 상장 이후에도 머스크가 의결권 85.1%를 유지하도록 지배구조를 설계했다. 일반 투자자에게 판매되는 클래스A 주식은 의결권이 제한되며, 내부 경영진이 보유한 클래스B 주식에 지배력이 집중된다. 회사는 이번 IPO를 통해 약 800억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월가에서는 “기업 실적보다 머스크 개인의 미래 비전에 투자하는 구조”라는 평가도 나온다. 상장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기업가치는 최대 1조7500억달러(약 2630조원)에 이를 것으로 거론된다. 스페이스X는 오는 6월 나스닥 시장에 ‘에스피시엑스(SPCX)’ 종목 코드로 상장할 예정이다.

■월가의 ‘메가 블랙홀’ 우려

챗GPT로 유명한 오픈AI 역시 이번 주 비공개 상장 서류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은 오픈AI가 최근 수개월 동안 IPO를 위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그리고 로펌 쿨리와 준비 작업을 진행해왔다고 전했다. 오픈AI의 기업가치가 1조달러 후반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샘 올트먼 최고경영자(CEO)가 이르면 오는 9월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월가에서는 올해가 AI 기업 중심의 역사적 IPO의 해가 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앤스로픽까지 상장에 나설 경우 AI·우주·데이터센터 산업이 글로벌 자본시장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특히 세 기업 모두 결국 ‘AI 컴퓨팅 패권’을 두고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 공통점으로 꼽힌다. 오픈AI는 챗GPT와 초거대 AI 모델, 앤스로픽은 기업용 AI 소프트웨어, 스페이스X는 우주 기반 데이터센터와 위성 인터넷을 미래 성장축으로 삼고 있다.

다만 자본시장의 쏠림 현상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주식·AI·암호화폐 시장 전반에서 약 2400억달러 규모의 자금이 신규 종목으로 빨려 들어가는 ‘메가 블랙홀’ 효과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경고다.

시장에서는 지수 편입 효과를 주목하고 있다. 스페이스X와 오픈AI가 상장 직후 나스닥100이나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등에 편입될 경우 ETF와 연기금 자금이 자동으로 대규모 유입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 경우 기존 기술주나 중소형 성장주에서 자금이 빠져나와 AI 메가캡으로 이동하는 ‘블랙홀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pride@fn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