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핵화 대신 동결·감축 가능성
안규백은 “北, 80~120개 보유”
AFP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뉴욕·서울=이병철 특파원 이종윤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이 북한의 ‘핵무기 57개’를 직접 거론하며 올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다시 마주 앉겠다고 선언했다. 북한의 핵무기 보유 현실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 향후 북미 협상의 목표가 완전한 비핵화에서 핵 동결이나 감축 등 군비통제로 이동할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린다. 다만 미국 정부가 북한 비핵화 원칙을 공식적으로 포기한 것은 아니어서 실제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북핵 협상의 목표를 어디에 둘지가 최대 쟁점이 될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올해 김 위원장과 만날 것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도 이례적으로 구체적으로 언급했다. 그는 김 위원장에 대해 “그는 57개의 매우 강력한 핵무기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에 대한 공식 추정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올해 북한이 약 60개의 핵탄두를 조립했으며 최소 30개를 추가 생산할 수 있는 핵물질을 확보한 것으로 추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제시한 ’57개’는 국제 연구기관의 최신 추정치와도 비슷한 수준이다. 현직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이처럼 구체적인 숫자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향후 북미 협상의 출발점에 변화가 생기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 상황에 대해 80~120개라고 밝혔다. 안 장관은 2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출석해 “우리가 보통은 80∼120개 정도로 보는데 정확한 수치를 말하는 것은 상당히 제한적”이라며 “군의 공식 정보판단이 아닌 국내외 학계의 지표를 인용한 수치”라고 말했다.
이에 북핵 위협을 당장 줄이기 위한 현실적 접근으로는 북한이 핵무기 전체를 폐기하는 대신 핵무기와 핵물질 생산을 현 수준에서 동결하고 장거리미사일 시험을 제한하거나 일부 핵무기를 감축하는 단계적 합의가 거론된다. 장기적으로 비핵화 목표를 유지하더라도 당장의 핵위험을 줄이는 군비통제 방식의 접근이다.
그러나 핵 동결이나 감축을 우선할 경우 미국이 북한의 핵보유 현실을 사실상 용인하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가피하다. 한국과 일본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 신뢰가 흔들리고 역내 핵무장론을 자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직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 비핵화 정책을 공식적으로 수정한 것은 아니다. 미국 정부 역시 북한 비핵화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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