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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우디, 이란전쟁 끝나면 "중동 불가침 조약" 추진할 듯

이슬람 수니파 맹주 사우디, 이란전쟁 종전 이후 중동 질서 구상

이란과 주변 중동국이 참여하는 불가침 체제 추진

이란 역시 거부할 이유 없어

다만 이란전쟁 시작한 이스라엘 참여 가능성 낮아

이스라엘과 가까운 UAE도 참여 어려워

지난달 28일 사우디아라비아 제다에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오른쪽)가 걸프협력회의(GCC) 회동에 앞서 셰이크 하마드 빈 이사 알 할리파 바레인 국왕과 대화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중동의 이슬람 수니파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란전쟁 종전 이후 이란과 주변 중동 국가들의 불가침 조약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이란을 공격한 이스라엘 및 최근 이스라엘과 밀착하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이에 따를지는 미지수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14일(현지시간) 서방 외교 당국자 2명을 인용해 사우디가 동맹들과 종전 후 지역 긴장 관리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중동국과 이란 사이의 불가침 구상이 거론됐다고 보도했다. FT는 사우디 정부가 냉전 시기 유럽 긴장 완화에 기여했던 1970년대 헬싱키 협약을 잠재 모델로 검토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1975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유럽안보협력회의(CSCE)에서 채택된 헬싱키 협약은 각국 주권 동등 인정, 무력 사용 중단, 영토 불가침·보전, 국가간 협력 등을 규정한 10개항 문서다.

미국과 소련을 포함한 35개국이 서명하면서 제2차 세계대전 이후 30년간 이어진 유럽 역내 냉전 종결에 기여했다.

이란은 미국·이스라엘이 지난 2월 28일 이란을 공습하자 사우디, UAE를 포함한 걸프협력회의(GCC) 6개국에 있는 미국 정부 시설 및 민간 시설, 석유 생산 시설 등을 무차별 공격했다. UAE 국방부에 따르면 이란은 전쟁 동안 UAE에 550발의 탄도미사일과 2200대 이상의 무인기를 발사했다.

지난 13일 이스라엘 매체 타임스오브이스라엘(TOI)은 전쟁 전부터 이란과 갈등이 깊었던 사우디가 3월 말 공군을 동원해 이란 영토를 보복 공격했다고 전했다. 과거부터 이슬람 시아파의 맹주인 이란과 대립했던 사우디가 직접 이란을 공격한 것은 이번이 역대 최초다.

아울러 TOI는 12일 보도에서 이란이 지난달 5일 UAE 석유화학단지를 공격했다며, UAE가 다음날 이스라엘과 협력하여 이란 남부의 사우스파르스 석유화학시설을 타격했다고 주장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관계자를 인용해 UAE가 미국·이란의 휴전 발효 직후인 지난달 8일에도 이란 남부 연안의 라빈섬에 위치한 정유 시설을 공습했다고 주장했다.

14일 FT에 따르면 사우디 등 주요국은 이란전쟁 종전 이후에도 이란의 안보 위협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역내 안보 체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란 역시 중동의 불가침 체제를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의 아랍 외교 관계자는 “헬싱키 협약을 모델로 한 불가침 협정은 아랍·이슬람 국가 대부분과 이란으로부터 환영받을 것”이라며 “이란은 오랫동안 미국과 서방에 ‘중동은 역내 국가들이 스스로 관리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내왔다”고 했다. 아울러 유럽 주요국 및 유럽연합(EU)도 이 같은 구상을 지지한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란과 수십 년 동안 군사적 충돌을 반복했던 이스라엘이 불가침 조약을 인정할지는 알 수 없다. 아랍 관계자는 “현 상황에서 이란과 이스라엘을 동시에 참여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스라엘이 빠지면 오히려 역효과가 날 수 있다.

많은 국가들은 이스라엘을 이란 다음 가는 분쟁 원인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또한 최근 미국·이스라엘과 가까워진 UAE의 노선도 변수다.

FT는 페르시아만의 양대 강국인 사우디와 UAE가 중동 질서에 대해 상반된 비전을 보인다며, 외교 당국자들이 UAE의 참여에 회의적이라고 설명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