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정부, 11월 중간선거 앞두고 경유 수출 중단 검토
美 내부 유가 및 물가 안정 급해, 유럽에 경유 풀라고 최후통첩
美, 지난해 세계 경유 수출 1위
수출 중단하면 美, 아시아, 중동 외 다른 국가들은 피해 심각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윌리엄스의 고속도로에서 촬영된 주유소 경유 가격 전광판.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세계 1위 경유 수출국 미국이 자국 내 유가를 잡기 위해 경유 수출 중단을 검토하는 가운데 실제 수출이 중단되면 세계적인 피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경유가 주로 산업현장에 쓰이는 연료인 만큼 공급 부족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고 내다봤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보도에서 이같이 전하고 미국의 수출 중단이 엄청난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의 경유 수출량은 일평균 126만배럴로 전 세계 수출 물량의 15.4%를 차지하여 세계 1위였다. 2위는 78만배럴을 수출하는 러시아였으며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인도, 한국 순서였다.
경유 생산은 중동 국가들이 석권하고 있는 원유와 달리 정제 시설과 기술이 중요하다. 세계 경유 가격은 이란전쟁에 따른 호르무즈해협 봉쇄와 우크라이나전쟁 지속으로 각국의 정유소가 멈추면서 빠르게 치솟았다.
현재 미국 내 경유 가격은 갤런(3.78L)당 평균 6.38달러 수준으로 1년 전(3.7달러)에 비해 크게 올랐다. 11월 중간선거를 치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경유 가격 상승으로 선거에 비상이 걸렸다. 경유 가격이 지금처럼 오름세를 유지한다면 트럼프의 주요 지지층인 미국 농민들의 불만이 커질 수 밖에 없다. 수확철을 앞둔 현지 농민들은 이미 농기계 운영비가 크게 늘어 타격을 입었다. 동시에 경유 가격 상승은 운송비나 난방비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치면서 미국 내 물가 상승에도 악영향을 주고 있다.
유럽 매체들은 1일 보도에서 트럼프 정부가 독일 및 프랑스에게 경유 비축분을 방출해 국제 경유 가격을 낮추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정부는 유럽이 협조하지 않으면 경유 수출을 중단하여 미국 내 경유 가격 안정에 쓴다고 밝혔다. 이에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일 미국의 압박을 비롯한 연료 가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회원국들과 긴급 대책회의를 열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미국 정부가 경유 수출을 제한하면 미국 내 물가는 잠시 억제되지만 나머지 세계가 타격을 받는다고 내다봤다. 미국의 컨설팅업체 라피단 에너지 그룹의 로버트 맥널리 회장은 NYT를 통해 “엄청난 충격과 타격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미국을 제외한 나머지 세계는 경유 가격의 거대한 상승분을 고스란히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선택 여지가 없다”고 설명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미국의 수출 중단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2022년 유럽의 천연가스 위기와 맞먹을 사태를 초래한다고 내다봤다. 당시 러시아는 서방의 제재에 맞서 유럽에 천연가스를 공급하는 파이프라인을 막아 유럽의 연료비, 전기요금, 생활비 폭등을 유발했다. 유럽은 미국산 경유가 차단되면 중동과 동유럽 전쟁 때문에 유발된 에너지 수급 차질이 한층 더 악화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유럽은 친환경 정책으로 자체 정유공장을 축소한 까닭에 이 같은 악재에 더해 미국산 경유 의존도가 전체의 3분의 1 정도까지 커졌다.
유럽뿐만 아니라 미국을 최대 경유 공급국으로 삼는 캐나다, 멕시코 등 미주 국가들도 충격을 피하기 힘들다. 정유시설이 전혀 없이 미국에 수입을 의존하는 온두라스, 파나마 등 중남미 국가들은 단순한 손실을 넘어 재난적 상황까지 우려하고 있다.
아시아는 유럽을 비롯한 다른 지역과 비교할 때 미국의 경유 수출 금지에 따른 직접적 영향은 덜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컨설팅 업체 우드 매켄지의 수샨트 굽타 석유 담당 연구이사는 “세계가 이미 경유 부족에 휘청거리고 있다”며 “유럽은 경유가 부족하면 다른 공급처에서 웃돈을 줄 것이고 아시아든 유럽이든 세계는 모두 연결돼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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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원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