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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칩도 장비도 중국산으로"…AI 제재가 키운 자립 속도전 [AI 패권, 중국의 반격③]

[미국 수출통제 이후 화웨이 어센드·SMIC·CXMT 부상]

중국산 DUV 장비 생산 보도에 반도체 공급망 긴장

기술 격차 남았지만 장비·칩 국산화 압박 커져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미국은 중국의 고성능 AI칩과 첨단 반도체 장비 접근을 제한해왔다. 그 사이 중국은 화웨이 어센드, SMIC, 창신메모리(CXMT), 국산 노광장비 개발을 앞세워 공급망 자립에 속도를 내고 있다. [AI 패권, 중국의 반격] 3회에서는 중국 반도체 자립의 현재 수준과 남은 기술 격차를 다룬다.<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미국의 반도체 수출통제는 중국 인공지능(AI) 산업의 속도를 늦추기 위한 조치였다. 그러나 통제는 동시에 중국 내 자립 압박을 키웠다. 엔비디아 고성능 칩을 충분히 들여오기 어려워지자 화웨이 어센드 칩이 대체재로 떠올랐고, SMIC와 창신메모리(CXMT) 같은 반도체 업체들은 국산 장비와 소재 비중을 늘리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

미 상무부 산업안보국(BIS)은 2022년 10월 중국의 첨단 반도체 구매와 제조 능력을 제한하는 수출통제를 발표했다. 이후 2023년 10월, 2024년 4월, 2024년 12월에도 관련 규정을 보완했다. 규제 대상은 고성능 AI칩뿐 아니라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 슈퍼컴퓨터 관련 기술까지 포함한다.

엔비디아 빈자리 노리는 화웨이

화웨이의 ‘아틀라스 950 슈퍼포드’ 실물 (출처=연합뉴스)

중국 AI칩 자립 논의에서 화웨이는 빠지지 않는 기업이다. 화웨이의 어센드 시리즈는 엔비디아 고성능 GPU 공급이 제한된 중국 시장에서 대체재로 쓰이고 있다. 중국 내 클라우드 기업과 AI 개발사들은 대규모 훈련보다 추론 영역에서 어센드 칩 활용을 늘리고 있다.

화웨이는 칩 단품보다 컴퓨팅 인프라 전체를 묶는 방식도 내세우고 있다. 화웨이는 지난해 9월 상하이에서 열린 ‘화웨이 커넥트 2025’에서 ‘Atlas 950 SuperPoD’와 ‘Atlas 960 SuperPoD’를 공개했다. 기업 설명에 따르면 Atlas 950 SuperPoD는 8192개의 어센드 NPU를 연결해 여러 물리 장비를 하나의 논리적 컴퓨터처럼 작동하도록 설계한 제품이다. 화웨이는 Atlas 950 SuperPoD를 올해 4분기 시장에 내놓을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전략은 엔비디아와 다른 방식이다. 엔비디아는 고성능 GPU와 쿠다(CUDA) 소프트웨어 생태계를 함께 장악하고 있다. 반면 화웨이는 개별 칩 성능 격차를 대규모 연결 구조와 자체 소프트웨어 생태계로 보완하려 한다. AI 모델 개발자들은 칩 성능만이 아니라 개발 도구, 라이브러리, 최적화 경험을 함께 따진다. 화웨이가 대규모 컴퓨팅 클러스터를 제시하더라도 실제 성능과 운영 안정성은 고객사 도입 과정에서 검증돼야 한다.

미국 비영리 정책연구기관 랜드연구소(RAND Corporation)는 지난해 중국 AI 산업 정책 보고서에서 중국 정부가 화웨이 어센드 같은 국산 AI칩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보고서에는 딥시크가 화웨이 어센드 910C를 추론 용도로 시험했고, 바이트댄스와 앤트그룹이 어센드 910B를 활용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다만 대규모 AI 모델 훈련에서는 중국산 AI칩 사용이 아직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SMIC·CXMT, 자립 압박 속 역할 커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출처=연합뉴스)

중국 반도체 산업에서는 SMIC, 창신메모리(CXMT), 화웨이 어센드가 자립의 사례로 꼽힌다. SMIC는 중국 최대 파운드리 업체로,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는다. CXMT는 D램 분야에서 중국이 키우는 메모리 업체다. 화웨이는 어센드 AI칩과 통신장비, 스마트폰 사업을 함께 운영하며 자체 공급망을 넓히고 있다.

세 기업의 역할은 서로 다르다. SMIC는 칩을 실제로 생산하는 제조 기반과 연결돼 있고, CXMT는 메모리 공급망에서 중국 비중을 키우는 축이다. 화웨이 어센드는 엔비디아 GPU 접근이 제한된 중국 시장에서 AI 연산 수요를 받아내는 칩으로 쓰인다. 중국이 반도체 자립을 말할 때 설계, 제조, 메모리, 응용 제품을 한꺼번에 언급하는 이유다.

CXMT의 부상은 글로벌 메모리 시장과도 연결된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지난달 CXMT가 글로벌 메모리 부족 속에서 PC 제조사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서버 수요가 HBM과 고성능 D램으로 몰리면서 범용 메모리 공급도 영향을 받자, 일부 PC 업체들이 CXMT 제품을 대안으로 살피고 있다는 내용이다.

CXMT가 D램 생산능력을 키우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이 주도해온 메모리 시장에도 중국발 변수가 커질 수 있다. 특히 범용 D램은 가격 경쟁이 크게 작동하는 시장이다. 중국 업체가 물량을 늘리면 경기 하강 국면에서 가격 압박이 커질 수 있다. 일각에서는 한국 업체들이 HBM과 고부가 제품에 무게를 두는 상황에서, 범용 제품의 경쟁 구도는 달라질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다만 CXMT가 곧바로 HBM 시장을 흔든다고 보기는 어렵다. HBM은 D램을 수직으로 쌓아 고속으로 데이터를 처리하는 제품이다. 단순 생산능력뿐 아니라 첨단 패키징, 수율, 열 관리, 고객사 인증이 함께 필요하다. 엔비디아 등 주요 AI칩 공급망에 들어가려면 장기간의 품질 검증도 거쳐야 한다.

따라서 CXMT의 확장은 현재로서는 범용 D램 시장에서 먼저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 AI 서버용 고부가 메모리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기술 우위가 이어지고 있다. 중국 업체가 생산 규모를 키우더라도 HBM과 첨단 패키징 영역에서는 시간과 검증 절차가 더 필요하다는 평가가 많다.

중국 국산 DUV 장비 보도에 공급망 긴장

최근에는 노광장비 자립 보도도 나왔다. 반도체 회로를 웨이퍼 위에 새기는 노광장비는 반도체 제조의 핵심 장비다. 최첨단 공정에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장비가 쓰인다. 중국은 EUV 장비를 들여오기 어렵기 때문에 심자외선(DUV) 장비와 멀티패터닝 기술을 활용해 공정 격차를 줄이려 하고 있다.

더인포메이션은 최근 상하이의 한 국영기업이 침지형 DUV 노광장비 생산을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톰스하드웨어와 트렌드포스 등은 이 보도를 인용해 첫 장비가 2026년 SMIC, 화훙반도체, CXMT 등에 공급될 수 있다고 전했다. 생산 목표는 2026년 5대, 2027년 20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숫자는 대규모 양산과 거리가 있다. ASML이 장악한 글로벌 노광장비 시장을 곧바로 대체할 규모도 아니다. 그러나 중국이 그동안 약점으로 지적받던 반도체 장비 영역에서 국산화를 시도한다는 점은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장비가 실제 생산라인에서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수율과 유지보수 체계를 갖추는지가 다음 문제다.

中, 범용 메모리 공급 늘리면 가격 경쟁 커질 수도

기사 이해를 돕기 위해 AI로 생성한 이미지.사진=챗GPT

중국의 반도체 자립은 칩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AI칩 설계, 파운드리 제조, HBM, 노광장비, 식각·증착 장비, 소재, EDA 소프트웨어, 패키징까지 맞물린다. 특정 분야에서 성과가 나와도 다른 장비나 소프트웨어가 막히면 공급망 전체가 속도를 내기 어렵다.

미국의 통제도 계속 바뀌고 있다. BIS는 중국과 마카오로 향하는 첨단 컴퓨팅 반도체 수출 허가 정책을 조정해왔다. 미국 의회에서는 중국의 반도체 장비 접근을 더 강하게 제한해야 한다는 논의도 이어졌다. 중국 기업들은 단기적으로는 기존 장비 활용과 우회 조달, 장기적으로는 국산화 확대를 병행하고 있다.

중국의 자립 속도는 한국 반도체 업계에도 변수다. 중국 업체가 범용 메모리 공급을 늘리면 가격 경쟁이 커질 수 있다. 반면 HBM과 첨단 파운드리, 고부가 장비 영역에서는 한국과 대만, 미국·유럽 장비 업체의 기술 우위가 여전히 작동한다.

중국산 AI칩의 현재 수준에 대해서는 신중한 평가가 나온다. 조지타운대 안보·신흥기술센터(CSET)는 화웨이 어센드 칩을 다룬 보고서에서 “화웨이의 어센드 칩은 중국의 AI칩 가운데 가장 앞선 제품군 중 하나이며, 가장 널리 배치된 제품군일 가능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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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