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인공지능(AI)이 선진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란 우려가 높지만 개도국 노동자들에게는 보탬이 될 것이라고 세계은행(WB)이 4일(현지시간) 전망했다. 로이터 연합
인공지능(AI)이 개발도상국 경제에는 일자리 감소보다 더 큰 혜택을 줄 것이라고 세계은행(WB)이 4일(현지시간) 전망했다.
선진국 노동자들은 AI에 대체될 것이란 불안감이 높지만 개도국에서는 외려 AI에 힘입어 노동생산성이 높아지면서 일자리가 더 탄탄해질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AI, 개도국 일자리 안 뺏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WB는 이날 보고서에서 개도국에서는 “AI가 노동자들을 일터에서 내쫓기보다 그들에게 도움을 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값싼 AI 도구들에 힘입어 개도국 전반의 성장이 되살아날 수 있다는 것이다.
WB 수석 이코노미스트 인데르미트 길은 “원칙적으로 지금의 개도국들은 부자 나라들에 비해 AI 공포는 덜한 대신 더 많은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면서 “이들의 일자리 가운데 AI 자동화에 취약한 것은 10%에도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길은 이어 “이와 달리 고소득 경제에서는 3분의 1이 넘는 일자리가 AI 자동화에 취약하다”고 덧붙였다.
개도국에 경제 성장 자금을 지원하는 WB의 보고서는 이례적으로 낙관적이었다. AI로 말미암아 선진국과 개도국 간 경제 격차가 극심하게 벌어질 것이라는 상당수 전문가들의 비관적 논조와 크게 달랐다. 대다수 전문가들은 개도국 중산층 지식 노동자들이 AI에 대체되고, 개도국들은 자금 부족으로 데이터센터, 반도체 경쟁에서 패배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 십년, 한 세기 걸릴 일도 AI가 뚝딱
길은 일자리 감소라는 측면에서 “우리도 보고서를 준비하기 시작했을 때만 해도 훨씬 덜 낙관적이었다”면서 “우리의 관점 역시 선진국의 논쟁에 물들어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이런 비관이 빠르게 누그러졌다면서 AI가 효율성 개선을 통해 경제에 기여할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개도국의 영상의학 정확도를 높이고, 재판 지연도 빠르게 해결하며, 인도부터 케냐에 이르기까지 더 정확한 일기 예보가 가능하다는 점은 연산 자원 접근이 제한적이고, 전력 공급도 불안하다는 단점을 상쇄하고도 남기 때문이다.
길은 AI가 기여할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측정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기는 하지만, 개도국 전문가들이 해결하는 데 “수십년, 어쩌면 한 세기가 걸렸을” 과제들을 AI가 순식간에 해치울 수 있다는 점은 분명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2030년까지 4.9% 성장
선진국들이 AI 붐의 최대 수혜자가 되겠지만 개도국들 역시 온기를 함께 나눌 것으로 WB는 전망했다.
인도, 요르단, 케냐, 멕시코, 나이지리아, 태국 등 설문조사 응답 개도국 기업의 약 20%가 AI를 활용하고 있다고 답했다. 미국은 30%가 넘는다.
이 때문에 선진국들이 AI 붐의 최대 수혜자가 될 전망이다.
그렇지만 지금의 AI 적용 흐름을 감안한 낙관적인 시나리오에서 개도국들은 오는 2030년까지 AI에 힘입어 경제 성장률을 4.1%에서 4.9%로 끌어올릴 것으로 예상됐다.
AI 혜택 최대 수혜자들인 선진국들은 1.2%에서 3.6%로 성장률이 대폭 높아질 전망이다.
길은 연산 자원이 부족한 개도국들은 이른바 변수가 적고, 이에 따라 메모리 필요량도 적은 ‘소형’ 모델을 통해 AI를 활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거대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형’ 모델과 달리 소형 모델로도 지엽적인 문제들은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WB는 대규모 데이터센터 확충과 반도체 생산에 몰두하는 선진국들의 ‘AI 자주화(소버린 AI)’ 대규모 투자는 보상이 뒤따르지 못할 경우 이들을 ‘개발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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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경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