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지난 1년간 반도체와 원자력, 양자컴퓨터, 철강 등 핵심 기업의 지분을 잇달아 인수하며 영향력을 확대해온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인공지능(AI) 업계를 겨냥하고 있다.
1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 내부에서 AI 기업의 정부 지분 보유 방안이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업계 총수들이 긴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백악관 관료들은 AI 기업의 지분을 직접 확보하거나, 이를 통해 확보한 주식을 지난해 세법 개정으로 도입된 ‘트럼프 아동 투자 계좌’의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는 지난주 CNBC와의 인터뷰에서 “정부 지분 참여 가능성에 대해 백악관과 논의 중인 것은 사실”이라고 시인했다. 다만 일각에서 제기된 ‘5% 지분 양도설’에 대해서는 “많은 왜곡이 있다”며 구체적인 수치에는 선을 그었다.
AI 업계는 이러한 정부의 움직임에 복잡한 심경을 드러내고 있다. 오픈AI와 앤스로픽 등 선두 주자들은 AI로 창출된 막대한 부를 국민에게 환원하는 방안 자체에는 열려 있는 상태다. 이들은 석유 판매 수익을 주민들에게 배당하는 ‘알래스카 영구기금’처럼, AI 기업 지분을 통해 국민 투자 계좌를 지원하거나 실업자 재교육 재원을 마련하는 ‘소외 없는 성장’ 모델을 구상하고 있다. 특히 두 기업 모두 기업가치 1조달러(약 1488조원) 규모의 기업공개(IPO)를 준비 중이어서 사회적 환원에 대한 압박을 크게 느끼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업계 내부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지분 요구가 순수한 ‘부의 재분배’가 아닌 ‘행정력을 동원한 압박’의 결과물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실제로 최근 미 정부는 앤스로픽의 최신 AI 모델인 ‘페이블 5’와 ‘미토스 5’에 대해 국가 안보를 이유로 비(非)시민권자 직원들의 접근까지 차단하는 초강력 규제를 적용했다. 메타에는 AI 모델 사전 심사를 요구했고, 오픈AI 역시 신규 모델 출시를 정부 승인 고객에게만 제한하겠다는 백기 투항을 하기도 했다.
한 AI 업체 임원은 익명을 전제로 “정부에 지분(수수료)을 떼어주지 않으면 신규 모델 출시를 제때 승인받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가 팽배하다”며 “정부가 규제를 무기로 삼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다른 산업군에서 현실화된 바 있다. 인텔의 한 주주는 지난 3월 “상무부가 공공연하게 ‘이것은 협상이 아니다. 정부를 친구로 두는 것의 이점을 생각하라’며 협박해 지분 10%를 갈취했다”고 주장하며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미국 정부가 직접 기업 지분을 소유할 경우 공정한 시장 경쟁이 저해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특정 AI 기업의 대주주가 될 경우, 해당 기업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경쟁사의 혁신적인 신기술 규제를 강화하는 등 이해충돌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의회는 미 국방부가 지분을 취득할 수 있는 분야를 제한하고 기업 지분의 50% 이상을 취득하는 것과 방산업계의 경쟁을 저해하는 투자가 되는 것을 막고 있다.
jjyoon@fnnews.com 윤재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