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웨스트팜비치에서 열린 한 행사에 참석해 행사장을 보고 있다. 로이터 연합
이란 전쟁이 석 달째로 접어들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길면 6주 정도 갈 것이라고 예상했던 전쟁은 2월 28일(현지시간) 전격적인 이란 공습으로 시작돼 이제 소강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 의회에 “이란과 적대행위는 끝났다”고 밝혔지만 세계 석유, 가스 수송의 20%를 책임지는 호르무즈 해협은 계속 막혀있다.
CNN은 2일 지금까지 드러난 결과로 보면 이번 전쟁의 단기 승자는 러시아와 주요 석유 메이저들, 패자는 전쟁 당사자인 미국과 이란을 포함해 세계 경제라고 평가했다.
이란, 레바논
최대 피해자는 이란이다.
인권단체 ‘휴먼라이트액티비스트(HRA) 이란’ 집계에 따르면 전쟁 이후 이란에서 3600명 이상이 사망했다. 민간인은 이 가운데 1700명이 넘었다.
이란 정권은 이번 전쟁을 반대 세력 숙청 기회로 삼고 있다. 연초 이후 600명 이상이 처형됐다.
이란을 대리한 무장단체 헤즈볼라가 자리 잡은 레바논도 큰 타격을 입고 있다. 3월 2일 이스라엘이 침공한 뒤 사망자가 2500명을 넘어섰다.
걸프 국가들
호르무즈 해협 봉쇄와 이란의 보복으로 걸프 국가들도 상당한 피해를 보고 있다.
가장 충격이 큰 곳은 아랍에미리트(UAE)로 이란의 공격이 집중됐다. 다른 걸프 국가들은 물론이고 전쟁 당사국인 이스라엘보다 더 많은 공격을 받았다.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이라크, 카타르, 쿠웨이트의 석유, 가스 등 수출이 사실상 막혔다.
국제통화기금(IMF)은 걸프 국가들의 성장률 전망을 하향 조정하는 한편 이라크, 카타르, 쿠웨이트는 역성장할 것으로 우려했다.
미 소비자
미국은 에너지 순수출국으로 이번 전쟁 충격이 거의 없을 것이라고 트럼프가 장담했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미 유가 역시 국제 시장의 영향을 받아 동반 급등하고 있고, 공급망 차질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압력도 높다.
소비자물가지수(CPI)는 2월 2.4%(전년 동월 대비 기준)이던 것이 3월 3.3%로 가파르게 치솟았다.
유가, 항공료 상승이 주된 배경이다. 소비자 심리지수는 급락하며 경기 침체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다만 미 1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시장 전망과 부합하는 2%로 나타났다. 1% 초반대로 떨어졌을 수 있다는 우려는 현실화하지 않았다.
세계 경제
세계 경제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의 볼모가 됐다.
IMF는 올해 전 세계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3.8%에서 4.4%로 대폭 상향 조정했다.
반면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낮췄다.
IMF는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1월 3.3%에서 최근 3.1%로 0.2%p 내렸다.
단기 승자
단기 승자는 우선 세계 주요 석유메이저들이다.
국제 구호기구 옥스팜에 따르면 셰브론, 셸,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코노코필립스, 엑손모빌, 토탈에너지 등 세계 6대 석유 메이저의 올해 예상합산 이익이 940억달러(약 138조8000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고유가 덕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이들에게도 부정적일 수 있다.
고유가가 장기화하면 석유 수요가 파괴돼 수요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 수출로 외화를 벌어들이는 러시아는 고유가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러시아가 3월 에너지를 팔아 번 돈이 190억달러에 이른다고 추산했다. 2월 판매액 97억5000만달러의 두 배 가까운 규모다.
다만 미국이 일시적으로 풀었던 러시아 원유 제재를 다시 강화하기로 함에 따라 고수익이 지속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중국도 선방하고 있다.
전략비축유와 신재생 에너지 전환 덕에 위기를 잘 버티고 있다. 아울러 미국이 아시아에서 군사 자산을 빼내 중동에 집중하면서 지정학적인 이득도 취하고 있다.
트럼프
단기전을 장담했던 트럼프는 고전하고 있지만 득실은 아직 판단하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지지율은 37%까지 떨어졌고, 외교전에서도 밀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만 역전 가능성은 남아있다.
당초 목표했던 이란 핵 위협 제거에 성공하거나, 일방적으로 전쟁 승리를 선언하면서 지지층을 결속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승리할지도 모른다.
또 이스라엘과 전략적 공조가 핵심 지지층을 재결속시키는 장치로 작용할 수도 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