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투자자 이달 2조519억 매도
같은기간 ETF서 美 상품 상위권
중동리스크 완화에도 변동성 여전
정부, 투자 자금 복귀 정책도 유효
국내 개인 투자자들이 이달 들어 미국 개별 주식은 매도하고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로 갈아타고 있다. 차익실현 후 분산투자가 가능한 ETF로 자금이 이동하는 양상이다. 미증시에 대한 직접투자에서 간접투자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는 미국 증시에 지난 1일부터 20일까지 13억9617만달러(약 2조519억원)를 순매도했다. 반면 같은 기간 개인 ETF 순매수 상위 종목에서는 미국 관련 상품이 대거 이름을 올렸다.
인버스 상품을 제외한 개인 순매수 상위 10개 ETF 가운데 6개가 미국 관련 상품이다. 미국 개별 종목은 팔았지만 관련 ETF는 사들인 셈이다.
레버리지와 인버스 상품을 제외하고 이달 개인들의 ETF 순매수 1위는 ‘TIGER 미국우주테크’로 2040억원이 유입됐다. 이어 ‘TIGER 미국S&P500(2위·1607억원)’,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3위·1489억원)’, ‘KODEX 미국나스닥100(4위·1214억원)’, ‘KODEX 미국AI광통신네트워크(5위·1140억원)’, ‘KODEX 미국S&P500(7위·1014억원)’ 등이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대표지수형 상품은 물론 우주·인공지능(AI) 인프라 등 성장 테마형 ETF까지 고르게 자금이 유입되는 모양새다. 단순히 안정적인 지수형 상품에만 자금이 몰린 것이 아니라 향후 성장성이 기대되는 산업 테마에도 매수세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민간 우주산업 성장 기대와 관련 기업 투자 수요가 부각되면서 우주테크 관련 상품으로 자금이 몰린 것으로 풀이된다.
고민성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스페이스X의 기업공개(IPO) 소식으로 미국 우주테크 시장의 뜨거운 관심이 쏟아지고 있다”며 “스페이스X의 기업가치 상승에 따른 우주 산업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과 재평가가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개별주식과 ETF간 엇갈린 방향성이 나타난 것은 미국 증시에 대한 선호는 유지되지만 개별 종목 선택 부담은 커졌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최근 미국 증시는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와 금리 안정 기대 속에 반등했지만 종목별 변동성은 여전히 높다.
특히 빅테크 종목들의 주가가 단기간 급등락을 반복하면서 개별 종목에 직접 투자하기보다 지수 전체에 투자하거나 산업 테마에 분산 투자할 수 있는 ETF를 선택하는 수요가 확대됐다는 해석이다. 최근 S&P500과 나스닥 지수 반등세 역시 ETF 매수 심리를 자극한 배경으로 꼽힌다.
미국 개별 주식 순매도 배경으로는 차익실현 수요와 환차익 실현 전략이 맞물렸다는 관측도 나온다. 지난달 말 저가매수에 나섰던 투자자들이 이달 반등장에서 차익 실현에 나선 데다 원·달러 환율 상승 구간에서 환차익까지 확보하려는 움직임이 겹쳤다는 평가다.
여기에 정부가 해외주식 투자 자금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도입한 국내시장복귀계좌(RIA) 영향도 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RIA 누적 잔고는 8815억원으로 출시 초기였던 지난달 23일 519억원 대비 17배 급증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미국 증시 상승 기대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개별 종목 변동성이 큰 만큼 직접투자보다 ETF를 통한 분산 투자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며 “향후 미국 기업 실적 시즌과 금리 경로, 환율 흐름에 따라 개인 자금의 직접투자와 ETF 선호도도 다시 조정될 수 있다”고 말했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