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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점수 900점보다 600점이 더 싸다?…은행권 대출금리 ‘역전’

서울 시내 시중은행 ATM의 모습. 2026.8.17 ⓒ 뉴스1 이호윤 기자

(서울=뉴스1) 김도엽 기자 = 정부의 포용금융 확대 정책 영향으로 은행권에서 ‘신용점수가 높을수록 대출금리가 낮다’는 기존 공식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1년 새 고신용자 대출금리는 오른 반면 저신용자 대출금리는 오히려 낮아졌고, 일부 은행에서는 신용점수가 더 낮은 차주가 더 낮은 금리로 대출을 받는 역전 현상까지 나타났다.

고신용자 금리는 오르고 저신용자는 내리고…신한·농협은 역전

3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요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지난 7월 기준 신용평점 950점 이상 고신용자의 신규 취급액 기준 신용대출 단순 평균 금리는 4.87%며, 901~950점대 금리는 5.32%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13%, 4.52% 대비 0.74%포인트(p), 0.80%p 상승한 수치다. 기준금리 인상 등 시장금리 상승에 따라 전반적으로 상승한 것으로 800~900점, 700~800점대도 작년 대비 모두 금리가 상승했다.

반면 저신용자는 오히려 금리가 낮아졌다. 올해 7월 기준 5대 은행의 651~700점 평균 금리는 7.744%, 601~650점은 8.188%, 600점 이하는 8.37%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7.608%, 8.384%, 9.464% 대비 모두 하락한 수치다.

일부 은행에선 신용점수가 더 낮음에도 대출금리가 낮은 역전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601~650점대 금리는 7.89%지만 600점 이하 금리는 7.38%로 오히려 낮다. 농협은행도 601~650점대 금리는 8.32%지만 600점 이하 금리는 7.99%로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

작년 같은 기간엔 5대 은행 모두 신용점수가 높을수록 대출금리는 모두 낮은 것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은행권에선 저신용자의 모수가 고신용자 대비 상대적으로 적어 과대 표집된 경향이 나타난 것이라고 설명한다. 새희망홀씨 등 정책금융상품의 금리 인하, 채무조정을 거친 차주가 대환할 경우 기존 대출금리 대비 높게 받을 수 없도록 한 영향도 있다.

다만 신용점수에 따라 대출금리가 달라지는 신용 시스템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주력인 2금융권의 경우 심사나 리스크 관리가 어려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론도 역전 현상…900점은 오르고 700점 이하는 낮아져

2금융권 카드업계에서도 고신용자는 오른 반면 저신용자는저신용자는 낮아진 현상이 벌어졌다.

8개 전업 카드사(삼성·신한·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비씨)의 신용점수 900점 초과 고객의 카드론 단순 평균 금리는 올해 7월 기준 12.29%로 작년 같은 기간 11.06% 대비 높아졌다.

반면 700점 이하의 경우 올해는 17.45%지만 작년엔 17.74%로 오히려 낮아졌다.

李 ‘잔인한 금융’ 지적에 금리 캡 씌우는 은행…당국은 신용평가체계 개편 준비

이는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잔인한 금융’을 언급하며 제도권 금융의 고신용자 중심 구조를 비판한 것의 연장선으로 정부 핵심 정책인 ‘포용 금융’ 확대에 은행권이 적극 호응한 결과다.

대표적으로 신한은행은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9.8% 초과 금리가 적용되는 가계대출 금리를 9.8%로 낮춰 고객 이자 부담을 경감 중이다. ‘헬프업 & 밸류업(Help-up & Value-up) 프로젝트’ 일환인데, 지원 기간도 1년 연장했다.

우리은행도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연 7% 이내로 제한하는 금리 상한 제도를 신규 대출까지 확대 시행 중이다.

국민은행은 취약차주의 금융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대출금리 7%를 초과하는 이자 부담분을 지원해 대출원금 상환에 활용하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지원 대상은 기존 KB국민은행 신용대출을 새희망홀씨Ⅱ 상품으로 대출금리 7%를 초과하는 이자 부담분을 지원해 대출원금 상환에 활용 중이다.

아울러 정부는 연체 이력뿐만 아니라 차주의 신용 회복 능력과 미래 성장성을 합리적으로 평가해 대출심사에 반영하기 위한 ‘개인신용평가체계 개편’을 추진 중이다.

대안신용평가를 활성화하고 연체이력 활용 기간을 단축하는 한편 신용취약계층 선제적 발굴·지원 등 개편안은 이르면 오는 12월 중 나올 예정이다.

금융권 중금리대출 확대 주문…연내 역전 현상 지속 전망

금리 역전 현상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정부가 8.13 부동산 대책을 통해 가계대출 총량 목표치를 2배 확대하면서 금융권에 신용점수 하위 50% 차주 대상 ‘중금리대출’ 확대를 요구하면서다.

당국은 은행권이 연말까지 중금리대출 취급액의 70%를 총량에서 제외해 주기로 했다. 기존 30%에서 40%p 확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1000만 원의 중금리대출 취급 시 현재는 가계대출 총량에서 30%를 제한한 700만 원이 반영됐다. 앞으로는 인센티브 확대에 따라 올해는 70%를 제한한 300만 원만 반영된다.

2금융권의 경우 올해 중금리대출 전액을 가계대출 총량에서 제외키로 했다. 저축은행·상호금융업권은 기존 80%를 총량에서 제외, 여전사는 40%를 제외했으나 올해 남은 기간엔 전액 제외할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중금리대출 인센티브 확대로 사실상 공급 확대를 주문했기에 저신용자가 받는 대출 총량 파이 자체가 커질 것”이라며 “총량 확대에도 일반 신용대출 취급은 자제되는 만큼 연내 역전 현상이 계속 나타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