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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가치투자의 대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이사회 의장이 최근 미국 증시를 향해 “모두가 도박을 선호할 때는 가치를 찾기 어렵다”고 경고한 가운데, 한국 증시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버핏 “미 증시 도박판”…단기 투자에 쏠려있다 지적
버핏은 지난 15일(현지시간) CNBC를 통해 “모두가 도박을 선호할 때는 가치를 찾기가 어렵다”며 최근 시장 분위기가 장기 투자보다 단기 투기에 쏠려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믿기 어려울 만큼 기회가 쏟아지는 시기도 있지만, 좋은 투자 기회를 몇 년에 하나 찾는 것만으로 운이 좋은 시기도 있다. 정상적인 시장은 후자”라며 “인간은 도박을 너무 좋아해서 투자자를 키우는 것보다 도박꾼을 키우는 편이 더 돈이 된다”라고 꼬집었다.
버핏은 지난 5월에도 증시를 “카지노가 딸린 교회”에 비유한 바 있다. 그는 로빈후드 등이 확산시킨 당일 만기 옵션(0DTE) 상품 거래가 급증한 상황을 “투자가 아닌 도박”이라고 비판하며 시장의 투기 성향에 대해 경고했다.
실제로 미국에서는 이 같은 경고를 뒷받침하는 지표들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5일 크립토브리핑에 따르면 당일 만기 옵션이 개인 옵션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48%까지 치솟았고, 인베스팅닷컴은 마진 부채(신용거래 융자잔고)가 지난 5월 1조4200억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CNBC도 개인투자자들이 AI 반도체주와 최근 상장한 스페이스X, 각종 옵션과 레버리지 ETF로 몰리고 있으며, 칼시와 폴리마켓 같은 예측시장까지 급성장하면서 스포츠 경기와 정치 이벤트는 물론 주가 방향에도 돈을 거는 거래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빚투’에 ‘삼전닉스 레버리지’, 한국도 방심할 수 없다
국내 증시에서도 레버리지를 활용한 투자가 가파르게 늘고 있다. ‘빚투’ 지표인 신용거래융자 잔고의 경우,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37조1998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날(20조1393억원)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8조원 넘게 증가한 규모다.
이후로는 6거래일 연속 줄어들며 지난 13일 약 3개월 만에 최저 수준인 34조7886억원으로 떨어졌다. 보통 증시가 오를 때 신용융자거래 잔고도 함께 증가하는 만큼, 최근 코스피가 조정을 받으면서 이 잔고도 감소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 5월 27일 출시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도 쏠림 현상을 보여준다. 개별 종목의 수익률을 배수로 증폭해 추종하는 이 상품은 출시 이후 흥행하며 개인 자금을 대거 흡수했고, 코스피·코스닥 간 자금 쏠림을 심화시켰다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의 0DTE 옵션이 방향을 맞혀도 만기 직전 변동에 따라 휴지조각이 될 수 있는 고위험 상품이듯,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역시 개별 종목의 하루 변동성이 그대로 증폭되는 상품이라는 점에서 구조적으로 닮아 있다.
빚투 늘고 리스크 커지자 금융당국도 관리 나서
빚투 급증에 금융당국도 대응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6일 열린 제3차 소비자위험대응협의회에서 과도한 빚투를 유도하는 영업관행과 레버리지 ETF 운용사의 과도한 마케팅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도한 신용융자 권유와 위험 고지 미흡, 특히 본인도 모르게 미수거래가 체결되는 사례 등에 대해 투자자 보호 차원에서 관리해달라고 당부했다”며 리스크 관리 체계가 모범규준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만큼, 형식적·기계적 운영 대신 투자자 보호를 위해 탄력적으로 운영할 것을 강조했다.
증권사들도 신용 매수 제한, 증거금률 인상 등의 조치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버핏의 경고가 태평양 건너 남의 이야기만은 아닌 이유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쓸 때마다 레버리지도 함께 최고치를 경신해온 지금, “모두가 도박을 선호할 때는 가치를 찾기 어렵다”는 그의 말은 한국 투자자들에게도 곱씹어볼 대목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bng@fnnews.com 김희선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