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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은 전해질 파수꾼… 나트륨·칼륨 균형 깨지면 생명 위협 [Weekend 헬스]

신장은 전해질 균형 조절하는 핵심 기관

하루 수백L 혈액 걸러 체내 항상성 유지

전해질 양이온 중 나트륨· 칼륨이 중요

나트륨, 세포 밖에서 수분량·혈압 조절

칼륨, 세포 안에서 신경·근육 유지 역할

소금 과다 섭취 습관, 만성콩팥병 악화

칼륨은 심장 박동 직결… 심정지 위험도

우리 몸은 약 60%가 수분으로 구성돼 있다. 하지만 단순히 물만으로 생명활동이 유지되는 것은 아니다. 체액 속에는 나트륨(소듐), 칼륨(포타슘), 클로라이드(염화물) 등 다양한 전해질이 녹아 있으며 이들이 일정한 농도를 유지해야 심장과 뇌, 근육, 신경이 정상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이처럼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전해질의 균형을 책임지는 기관이 바로 신장이다. 신장은 하루 수백L의 혈액을 걸러 필요한 성분은 다시 흡수하고, 불필요한 수분과 전해질은 소변으로 배출하면서 체내 항상성을 유지한다.

따라서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전해질 균형도 함께 무너지게 되고, 단순한 혈액검사 수치 이상을 넘어 생명을 위협하는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16일 이대서울병원 신장내과 김근호 교수는 “전해질 이상은 단순한 검사 결과의 변화가 아니라 신장의 조절 기능 이상이나 여러 전신질환을 반영하는 중요한 신호”라며 “특히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는 만성콩팥병과 심혈관질환 증가로 전해질 이상 환자도 꾸준히 늘고 있어 각별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신장이 조절하는 생명의 균형

전해질은 물에 녹으면 전기를 띠는 이온 형태로 존재하는 물질이다. 양전하를 띠는 양이온과 음전하를 띠는 음이온으로 나뉘는데,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양이온이 나트륨과 칼륨이다.

나트륨은 세포 밖 체액에 가장 많이 존재하며 체내 수분량과 혈압을 조절한다. 반면 칼륨은 세포 안에 가장 많이 존재하면서 신경 자극 전달과 근육 수축, 심장 박동을 유지하는 핵심 역할을 맡는다. 이들 전해질은 음식으로 섭취하는 양이 매일 달라지지만 혈액 속 농도는 거의 일정하게 유지된다. 이는 신장이 여분의 전해질과 수분을 소변으로 배출하거나 반대로 필요한 만큼 다시 흡수하는 정교한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이다. 김 교수는 “신장은 단순히 소변을 만드는 기관이 아니라 혈압과 체액량, 전해질 농도를 조절하는 인체의 핵심 조절 장치”라며 “신장 기능이 저하되면 체내 균형 유지 능력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나트륨은 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소금과 직결된다. 소금의 주성분인 염화나트륨은 체내 수분을 끌어당기는 특성이 있어 과도하게 섭취하면 몸속 수분량이 증가하면서 혈압이 오르고 부종이 발생하기 쉽다. 반대로 소금이 부족하면 혈액량이 감소해 탈수와 저혈압이 나타날 수 있다.

건강한 신장은 소금 섭취량이 늘어나더라도 이를 배출해 일정한 균형을 유지한다. 하지만 신장 기능이 떨어지면 이러한 조절 능력이 감소하면서 부종이나 혈압 이상이 발생하기 쉽다.

특히 소금을 많이 먹는 습관은 만성콩팥병을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원인 가운데 하나다.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약 8g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세계보건기구(WHO)가 권장하는 하루 5g보다 약 1.6배 많은 수준이다. 김 교수는 “신장은 소금이 부족할 때는 배설을 줄이는 능력이 뛰어나지만 반대로 과도한 소금을 배출하는 능력에는 한계가 있다”며 “저염식은 신장을 보호하는 가장 기본적인 생활습관”이라고 강조했다.

혈액 속 나트륨 농도의 정상 범위는 135~145mM이다. 이보다 낮아지는 상태를 저나트륨혈증이라고 한다. 많은 사람들이 나트륨이 부족하면 무조건 소금을 더 먹으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원인은 다르다. 저나트륨혈증은 나트륨 부족보다 체내 수분이 과도하게 증가해 상대적으로 나트륨 농도가 희석되는 경우가 더 흔하다.

저나트륨혈증이 위험한 이유는 뇌에 미치는 영향 때문이다. 혈액 속 나트륨 농도가 낮아지면 수분이 세포 안으로 이동해 뇌세포가 부풀어 오른다. 이로 인해 뇌부종이 발생하면 두통과 구역, 구토가 나타나고 심한 경우 경련과 의식저하, 혼수상태까지 이어질 수 있다.

반대로 혈중 나트륨 농도가 145mM 이상으로 높아지는 상태를 고나트륨혈증이라고 한다. 고나트륨혈증의 대부분은 소금을 많이 먹어서가 아니라 수분 부족 때문에 발생한다. 여름철 땀을 많이 흘리거나 설사와 구토가 지속될 때, 또는 독거노인처럼 갈증을 느껴도 물을 충분히 마시기 어려운 환경에서 흔히 발생한다.

■ 심장 건강 좌우하는 칼륨

칼륨은 나트륨과 함께 가장 중요한 전해질이다. 체내 칼륨의 약 98%는 세포 안에 존재하며 혈액에는 2% 정도만 존재한다. 비록 혈액 속 비율은 적지만 세포 안팎의 칼륨 농도 차이가 신경과 근육의 전기적 활동을 결정한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기관은 심장이다. 혈중 칼륨 농도가 조금만 변해도 심장 박동이 불규칙해질 수 있으며 심한 경우 치명적인 부정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혈액 속 칼륨의 정상 범위는 3.5~5.0mM이다. 이보다 낮으면 저칼륨혈증, 높으면 고칼륨혈증으로 진단한다. 저칼륨혈증은 음식 섭취 부족이나 구토, 설사, 이뇨제 사용 등으로 발생한다. 근육 약화와 피로감, 손발 저림, 근육 경련 등이 나타나며 심하면 심장 리듬 이상까지 발생할 수 있다. 고칼륨혈증은 대부분 신장 기능 저하와 관련된다.

또한 고혈압과 당뇨병, 심부전 치료에 사용하는 일부 약물과 비스테로이드성 소염진통제도 칼륨 배설을 감소시킬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고칼륨혈증은 별다른 증상이 없어 더욱 위험하다.

환자가 특별한 이상을 느끼지 못하는 사이 심전도 이상이 발생하고 갑작스러운 심정지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염화칼륨 주사액을 고위험 의약품으로 별도 관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김 교수는 “신장 기능이 정상인 사람은 과도하게 칼륨을 제한할 필요는 없지만 만성콩팥병 환자는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 식단을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