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합형 주담대, 변동금리로 전환
연 5.3%로 재산정땐 月 215만원
기준금리 인상에 시장금리도 상승
월급은 물가·이자부담 못따라가
외식·여행 줄이고 적금도 깰 판
#. 직장인 A씨(38)는 최근 들어 월급날이 예전만큼 반갑지 않다. 월급은 생활물가가 오르는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데다 5년 전 저금리로 받았던 주택담보대출 금리 재산정 시기까지 돌아오면서 잠을 이루지 못할 지경이다. A씨는 금리 상승이 직장인의 가계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설정한 가상차주다. 본지는 은행권의 주담대 금리와 상환 조건 등을 토대로 A씨의 소득과 대출, 저축 규모 등을 가정해 고금리 영향을 분석했다.
■”월 상환액 40만원 늘었다”
A씨의 가장 큰 고민은 5년 전 받았던 주담대다. 당시 3%대 초반 금리로 받은 혼합형 주담대의 고정금리 적용기간이 끝나면서 올해 더 높은 변동금리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지난 18일 기준 연 4.32~6.33%로 집계됐다. A씨가 주담대를 받았던 2021년 5월 4대 시중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연 2.82∼4.43%)와 비교하면 금리 하단은 1.50%p, 상단은 1.90%p 올랐다.
A씨는 2021년 수도권 아파트를 구입하면서 은행에서 4억원을 빌렸다. 30년 만기 원리금균등상환 방식의 혼합형 주담대로 최초 5년 동안 고정금리를 적용한 뒤 변동금리로 전환되는 조건이다. 당시 금리 수준을 고려해 A씨의 적용금리를 연 3.2%로 가정하면 월 상환액은 약 173만원이다.
5년이 지난 현재 재산정 금리를 연 5.3%로 가정하면 월 상환액은 약 215만원으로 불어난다. 매달 갚아야 할 돈은 42만원, 연간으로는 500만원가량 늘어나는 셈이다. 주담대 금리를 밀어 올린 배경에는 기준금리 인상이 있다. 지난 7월과 8월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의 ‘연속 인상’으로 기준금리가 3.00%까지 올랐다. 이에 따라 시장금리도 상승세다. 고정형 주담대 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5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16일 기준 연 4.583%를 기록했다.
변동형 주담대의 준거금리인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도 높은 수준을 이어가고 있다.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는 지난 4~7월 4개월 연속 상승하며 1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문제는 금리 상승세가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금융권에서는 현재 연 3.00%인 기준금리가 이번 인상기에 최고 3.75%까지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결국 A씨가 가장 먼저 줄이는 것은 외식과 여행 같은 선택적 소비다. 그래도 부족하면 적금과 투자에 넣던 돈까지 줄여야 한다. 5년 전보다 연봉은 올랐지만 미래를 위해 남겨둘 돈은 오히려 줄어든 것이다. A씨는 몇 년 뒤 더 넓은 집으로 옮기려던 계획도 미루기로 했다.
■”고금리 시대, 영끌 집 팔아야 하나”
A씨처럼 코로나 시기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집을 산 뒤 5년이 지나 대출금리 재산정 시점을 맞은 기존 주택 보유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조형근 재무설계사는 “향후 가격 상승 가능성이 있거나 가격방어가 가능한 지역이라면 다른 저축을 줄이더라도 주택을 유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반대로 가격 상승 여력이 상대적으로 낮은 지역이라면 고금리에 매수 수요가 위축되고 추가 매물이 나올 수 있어 ‘상급지’로 이동할 기회로 삼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자 지출이 늘면서 금융자산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려는 차주도 늘고 있다. 조 설계사는 “금리가 오른다고 해서 단순히 투자 리스크를 줄여야 한다는 접근은 위험하다”며 “지금은 경기가 금리 상승을 버텨주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위험자산을 줄였는데 이후 증시가 상승한다면 오히려 투자 기회를 놓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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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