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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뉴스1) 박서현 기자 = “니 같은 계집애는 필요 없다. 니 같은 것이 왜 태어났노.”
2001년 9월 16일 밤 부산 연제구 한 주택 작은방. 생후 두 달 된 B 양은 잠에서 깨어 울음을 터뜨렸다.
술에 취한 친부 A 씨(60대)는 B 양의 뺨을 여러 차례 때리고 입과 코를 손으로 막았다 놨다를 반복했다. 이어 아이의 목덜미를 잡아 벽으로 집어 던졌다.
아내 C 씨(40대)가 B 양을 안아 달래자, 그는 다시 B 양을 빼앗았다. 막걸리를 더 마시며 뺨을 때리고 술상 아래로 밀어 넣은 뒤 발로 머리를 차고 가슴을 밟았다. 공을 굴리듯 B 양의 몸을 굴리고 머리를 짓눌렀다.
결국 B 양은 다발성 머리뼈 골절과 외상성 뇌타박상을 입고 다음 날 오전 6시쯤 집에서 숨졌다.
수사 결과 A 씨는 자신이 원하던 아들이 아니라는 이유로 딸을 싫어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당시 상해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1심 재판부는 범행의 잔혹성을 고려해 A 씨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했다.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되지만 심신미약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항소심 판단은 크게 달랐다. 부산고법은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5년으로 감형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심신장애 주장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양형은 다시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가 계획적으로 살해하려 한 것이 아니라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
또 아내 C 씨가 A 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 점과 A 씨가 자신의 유일한 혈육을 잃은 죄책감을 평생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는 점 등을 종합하면 징역 15년은 지나치게 무겁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출소 뒤에도 A 씨의 폭력은 멈추지 않았다.
A 씨는 출소 후 다시 C 씨와 결혼 생활을 이어가며 세 자녀를 더 뒀다. 그러나 술을 마시면 C 씨를 폭행했고, 아이들이 울면 폭력을 휘두르는 일이 반복됐다. C 씨는 어린 나이에 결혼해 A 씨의 폭력과 학대를 막거나 자녀를 보호할 수단을 마련하지 못한 채 생활했다.
2012년 그는 또다시 법정에 섰다. A 씨는 당시 3살이던 친딸 D 양에게 유사성행위를 강요했고, C 씨를 폭행해 다치게 했다. 두 자녀는 주먹과 발로 맞은 뒤 찬물이 담긴 찜통에 머리를 담구는 학대를 당했다.
생후 6개월 된 아들은 바닥에 집어 던져진 뒤 발에 밟혀 오른쪽 대퇴골이 부러지는 중상을 입었다.
1심 재판부는 “만 3세 친딸을 상대로 유사성행위를 하고 어린 자녀들에게 상해를 입힌 범행으로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특히 과거 B 양을 때려 숨지게 한 전력이 있는데도 누범기간 중 다시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자들과 합의도 이뤄지지 않았다며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성폭력 치료강의 80시간 수강과 10년간 신상정보 공개·고지도 함께 명령했다.
이에 검찰과 피고인 모두 항소했다. 항소심에서도 A 씨가 주장한 “술에 취해 심신미약 상태였다”는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행 당시 술을 마신 사실은 인정되지만 사물을 변별하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거나 미약한 상태였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오히려 형은 더 무거워졌다. 항소심 재판부는 생후 2개월 된 딸을 숨지게 해 징역 5년을 복역한 뒤 누범기간에 다시 가족을 상대로 성폭력과 학대를 반복한 점을 지적했다.
또 부양의무를 저버린 채 어린 친딸에게 유사성행위를 강요하고, 아내와 어린 자녀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했으며 생후 6개월 아들에게 중상을 입힌 범행은 사회적·도덕적 비난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판단했다.
결국 항소심 재판부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원심을 파기하고 A 씨에게 징역 9년을 선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