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

규제에 ‘발꽁꽁’… 보험업계 "도심 요양시설 공급 어렵네"

토지·건물 소유권 확보 필수적

막대한 부지 매입비 초기 부담 커

장기 임차 방식 허용 목소리 나와

관리·감독 강화 방향 제도 개선

주거 안정성·서비스 품질 지켜야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요양·돌봄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수요가 몰리는 수도권 도심에서는 요양시설 공급이 좀처럼 늘지 않고 있다. 높은 땅값에 더해 요양시설을 지으려면 토지와 건물 소유권을 확보해야 하는 규제까지 겹치면서 민간사업자의 진입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보험업계에선 자본력과 운영능력을 갖춘 사업자에 한해 장기 임차 방식의 요양시설 운영을 허용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 수요 느는데, 도심 요양시설 ‘제자리’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KB라이프생명, 신한라이프, 삼성생명, KDB생명 등 주요 생명보험사들이 요양시설과 데이케어센터, 실버주택 등을 운영하며 돌봄시장에 진출하고 있다. 하나생명도 요양시설 사업 진출을 추진하는 등 보험업계의 돌봄사업 확대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수도권에서는 양질의 요양시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30년 전국적으로 약 15만명의 요양 수요가 충족되지 못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령자들이 익숙한 생활권에서 가까운 곳에서 요양서비스 받기를 선호하는 만큼 수도권 도심의 시설 부족은 향후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민간사업자가 시설을 늘리려 해도 높은 진입장벽에 부딪힌다는 점이다. 현행 노인복지법 시행규칙은 노인의료복지시설 설치자에게 토지·건물 소유권 확보를 요구하고 있다. 토지가격이 높은 수도권에서는 부지와 건물을 직접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 신규 시설 확충의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게 업계의 입장이다.

특히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은 높은 땅값 때문에 초기 투자 부담이 크다. 보험업계에서는 100인 규모 요양시설을 새로 설치할 경우 토지비와 건축비 등을 포함해 500억~600억원 이상의 자금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운영능력을 갖춘 사업자 입장에서도 막대한 부지 매입비를 선투입해야 하는 만큼 수요가 높은 도심에 시설을 빠르게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고령화로 요양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고 좋은 시설을 찾는 수요도 상당한데, 도심에서 신규 시설을 공급하기 위한 초기 투자비가 너무 크다”며 “자본력과 운영능력을 갖춘 사업자가 장기 임차 방식으로도 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면 양질의 요양시설 공급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장기임차 허용 목소리

업계에서는 일정 요건을 갖춘 사업자에 한해 토지·건물 소유권 대신 장기 임차 등 사용권을 확보해 요양시설을 운영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컨대, 요양시설 공급이 부족한 지역에서 사업을 추진하거나 10년 이상 장기 임대차계약을 체결해 입소자의 주거 안정성을 확보하고, 재정건전성과 시설 운영능력을 갖춘 사업자부터 임차 운영을 허용하는 방식이다.

이는 단순히 사업자의 초기 비용을 줄이기 위한 것만이 아니다. 충분한 자본력과 전문성을 갖춘 민간기업의 진입을 유도해 영세 사업자 중심의 공급 구조를 개선하고 요양서비스의 질을 높이자는 취지다.

현재 국내 요양시설 시장은 개인사업자 중심의 영세한 공급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일부 시설에서는 입소자 유치 경쟁과 인력 부족, 인건비 절감 등이 반복되면서 서비스 품질 관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요양보호사의 인력난과 높은 업무 강도 역시 돌봄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장기 임차를 허용할 경우 입소자의 주거 안정성과 서비스 품질을 담보할 수 있는 관리·감독 장치도 마련돼야 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요양시설은 단순한 부동산 사업이 아니라 고령자의 주거와 돌봄이 결합된 사업인 만큼 무조건적인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며 “자본력과 운영능력을 갖춘 사업자에게 장기 임차를 허용해 시설 공급의 문을 넓히되, 입소자의 주거 안정성과 서비스 품질에 대한 관리·감독은 강화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mail protected]

홍예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