⑦ 40대: 교육비와 은퇴자금 사이 줄타기 자녀 교육자금 과도하게 책정하면 안 돼 부모 노후자금에 균열..”책임 질 만큼만” 장학금 외에는 학자금대출 이용할 수 있도록 결국 부모가 무너지지 않는 게 가장 큰 지원
사진=챗GPT
[파이낸셜뉴스] 30대까지 자산 형성에 매진했다면 40대엔 그 돈을 쭉쭉 쓰게 된다. 자녀교육비로 대거 투입되기 때문이다. 문제는 은퇴까지 남은 시간도 빠르게 줄어든다는 점이다. 자식을 키워야 하는 동시에 본인의 은퇴 설계까지 해야 하는 이중 부담의 시기다. 다만 원칙은 간단하다.
‘자녀교육비에는 상한선, 은퇴자금에는 하한선’
을 설정하고 지키는 일이다.
월 910만원 부부의 고민
경기도에 사는 46세 김태훈씨(가명)와 44세 박지은씨(가명) 부부는 맞벌이다. 태훈씨는 중견기업 영업부장, 지은씨는 중소기업 회계직으로 둘이 합치면 월 910만원을 번다.
자녀는 2명인데 고등학교 1학년생, 중학교 1학년생이다. 첫째가 고등학생이 되며 학원비 등이 한층 늘었고 둘째에게도 본격적으로 사교육비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자녀의 미래학자금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인데, 태훈씨 회사에선 50대 희망퇴직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실제 선배가 정년보다 일찍 회사를 떠나는 모습을 보며 두려움이 엄습하고 있다.
부부는 무엇에 초점을 맞춰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고 있다. 여유자금이 생기면 교육비와 연금저축 중 어디에 돈을 넣어야 할지 고민이다.
당장 자산이 적진 않다. 총 10억1500만원이다. 하지만 실거주 중인 아파트(8억5000만원)을 빼면 금융자산은 1억6500만원이다. 이 가운데 자녀 교육비와 연금저축·퇴직연금으로는 각각 2000만원, 6500만원을 가지고 있다. 부채로는 주택담보대출 2억원이 있다.
김태훈·박지훈 부부의 자산 현황
교육비는 책임질 만큼만
조형근 재무설계사(AFPK)는 자녀 교육비에 대해 “필요한 만큼이 아니라 책임질 수 있는 만큼으로 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은씨는 대학 등록금뿐 아니라 생활비, 어학연수, 자격증, 교환학생, 취업 준비까지 지원할 생각을 하고 있었지만 문제는 지원 종료 시점과 한도가 정해지지 않으면 끝이 없다는 점이다. ‘필요한 만큼’으로 설정하면 결혼 이후에도 지원을 멈출 수 없다. 자연히 부모의 노후 준비는 차순위로 밀린다.
그래서 조 설계사는 이들 부부에게 대학 등록금을 전액 현금으로 쌓아두지 말고 국가·교내장학금을 제한 부족분에 대해선 학자금 대출을 활용하라고 권했다. 2026년학년도 2학기 기준 금리는 연 1.7% 정도다. 대학생활비는 월 50만원, 자기계발비는 자녀당 400만원으로 설정할 수 있다. 초점은 대출이 아닌, 부모 지원금의 상한을 설정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연금·퇴직계좌 비중 높여야
태훈·지은씨 부부는 월 단위 재무관리 방식도 변경이 필요하다. 지금은 매달 210만원을 저축과 투자에 쓰고 있다. 하지만 자녀 대학생활·자기계발 지원금(80만원), 주담대 추가상환(60만원)에 140만원을 배정하면서 연금저축(40만원), 은퇴 전환자금(30만원)엔 70만원만 넣고 있다.
조 설계사는 자녀 교육비를 80만원에서 50만원, 추가상환액은 60만원에서 30만원으로 줄이라고 제안했다. 대신 연금저축과 은퇴 전환자금은 각각 80만원, 40만원을 키울 것을 권고했다.
조 설계사는 “자녀 교육지원금은 총 5600만원을 넘기지 않고, 노후 준비는 어떤 상황에서도 월 120만원 밑으로 줄이지 않을 것”이라며 “이로써 전자에는 상한선을, 은퇴준비자금에는 하한선을 두게 된다”고 말했다.
또 대출 상환에 매진할 필요는 없다. 대출 원금을 줄이면 이자는 줄어들지만 비상금과 은퇴자산을 모두 털어 빚을 갚는 데 쓰면 퇴직시점에 생활비를 만들 금융자산이 부족해질 수 있다. 때문에 예금·CMA(4000만원) 중 3500만원은 비상자금으로 분리해 은퇴자산 형성에 쓰도록 했다. 대신 주담대는 월 30만원에 연간 성과급을 보태 추가 상환하는 식으로 변경했다.
조 설계사는 “노후 준비를 중단하면서까지 대출만 먼저 갚진 않아도 된다”며 “대출금리가 뛰거나 중도상환수수료가 사라지는 시점엔 상환 비중을 높일 수 있으나 기본적으로 연금계좌나 장기투자자산을 해지해 갚는 방식은 지양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자녀에게 있어 가장 큰 지원은 부모의 노후가 무너지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교육비는 부모의 은퇴 후 생활에 균열이 가지 않는 선에서 책정돼야 한다. 당장은 자녀가 학자금대출을 이용하는 것이 마음에 걸릴 수 있으나, 훗날 자녀가 부모의 생활비를 책임져야 하는 상황을 막고 싶다면 무엇보다 부모의 노후가 튼튼해야 한다.
돈을 벌고, 쓰고, 모으는 일은 평생 반복되지만 재무설계는 늘 뒷전입니다. 하지만 돈에도 나이가 있어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그때마다 선택하지 않으면 방치되고, 방향을 잡지 않으면 빠져나갑니다. 우리가 생애 전체를 관통하는 돈의 흐름을 짜야 하는 이유입니다.
[머니설계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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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일 이현정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