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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미일 외환시장 개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위험이 다시 부각되며 금융시장 전반에 대한 촘촘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금융연구원은 22일 ‘일본 통화정책 기조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리스크 점검’ 보고서를 내고 “미국과 일본의 외환시장 공조 개입으로 엔화 약세 기대가 약화될 경우 청산 유인이 커질 수 있다”며 관련 리스크를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엔캐리 트레이드는 저금리 통화인 엔화로 자금을 조달한 뒤, 금리가 더 높은 통화 자산에 투자하는 전략이다. 통상 미일 금리 차가 유지되고 엔화 약세가 이어지며 시장 변동성이 낮게 형성될 때 투자자들의 전략 유지가 쉬워진다. 반대로 이러한 전제 중 하나라도 흔들리면 레버리지가 높은 포지션일수록 서서히가 아니라 한꺼번에 조정될 가능성이 커진다.
보고서는 일본은행이 지난 6월 정책금리를 31년 만에 최고 수준인 1%로 끌어올리며 저금리 조달 환경이 근본적으로 달라질 수 있다는 경계가 높아졌다고 짚었다. 금리 인상 자체보다도 시장 참여자들이 ‘엔화로 자금을 조달해도 되는 기간이 줄어들 수 있다’는 기대를 재형성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지난달 말 미국과 일본이 엔화 가치 방어를 위해 외환시장 공조 개입에 나선 점도 엔화 흐름에 대한 시장의 확신을 흔드는 변수로 거론됐다. 보고서는 “엔화 약세에 대한 기대가 약화될 경우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엔캐리 포지션 청산은 단순히 엔화가 강해지는 수준에서 끝나지 않는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 원화와 엔화가 동조하는 구간에서는 원달러 환율의 상방 압력이 완화될 수도 있다. 즉, 외환시장에서는 단기적으로 ‘환율 안정’이라는 효과가 나타날 여지도 있다.
하지만 문제는 속도와 동시성이다. 엔화 강세가 나타나는 것만으로는 리스크가 제한적일 수 있다. 그러나 미일 금리차 축소가 빠르게 진행되거나, 일본의 추가 통화정책 변화 기대가 시장에서 동시에 반영되면서 투자자들이 위험자산 및 통화 포지션을 함께 정리할 경우 청산이 급격히 촉발될 수 있다. 이때는 변동성이 한 단계 더 커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 전체의 조정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실제 사례도 제시했다. 2024년 8월 미국 고용지표 부진과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이 맞물리며 엔캐리 트레이드 포지션이 급격히 청산됐고, 이 여파로 코스피는 8.8%, 코스닥은 11.3% 하락했다. 외환 변동과 포지션 정리가 주식시장까지 확산되는 전형적인 경로가 나타났다는 평가다.
금융연은 다만 단기간에 미일 금리차가 크게 축소될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봤다. 일본은행이 신중한 속도로 금리 인상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대규모 청산 위험이 즉시 현실화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판단이다. 다만 ‘가능성이 낮다’는 의미가 ‘리스크가 없다’는 뜻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시장은 수치 변화보다 기대와 신호에 먼저 반응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보고서가 제언한 핵심은 결국 모니터링 체계다. 금융연은 “예상치 못한 글로벌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비해 엔캐리 자금 흐름과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직·간접적 영향을 면밀히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주요국 통화정책 결정이 시장 예상과 다르게 나올 때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될 수 있으므로, 외환과 금리, 위험선호 지표를 함께 점검하는 접근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금융당국과 시장이 주의해야 할 지점도 명확하다. 엔캐리 청산은 대체로 ‘환율만의 문제’가 아니라 레버리지 포지션의 청산 속도와 연동된다. 또한 청산 국면에서는 현물 환율뿐 아니라 관련 파생상품의 가격 변화, 단기 유동성 여건, 외화자금 조달 비용 같은 간접 신호가 먼저 나타날 수 있어 조기 경보 체계가 중요해진다.
금융연 관계자는 “글로벌 변동성이 커지는 환경에서는 국내 시장도 쉽게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특정 지표 하나가 아니라 흐름 전체를 관찰하는 방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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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구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