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신규 건설·20년 연장 검토
현행 10년 단위로 계속운전 승인
심사만 3년… 전력생산 7년 불과
신규 원전도 준공까지 10년 걸려
반도체·AI시대 전력 공백 불안감
반도체·인공지능(AI) 전력수요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이재명 정부는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을 핵심 공급대책으로 꼽고 있다. 그러나 현행 10년 단위 계속운전 제도는 심사에만 3~4년이 걸려 실제 가동기간이 6~7년에 그치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이를 20년으로 늘리자는 논의는 1년 반 넘게 제자리에 멈춰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운전허가가 만료되는 원전 10기 가운데 실제로 계속운전 승인을 받은 곳은 단 한 곳뿐이다. 새로 필요한 반도체·AI 전력이 국내 원전 설비용량 전체와 맞먹는 30기가와트(GW)에 육박하는 가운데 정작 이 공백을 메워줄 것으로 기대되는 계속운전 절차부터 지지부진한 셈이다.
■수요 증가에 계속운전 불가피
24일 기후에너지환경부에 따르면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 15GW,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전력 6.3GW를 각각 적기에 공급할 계획이다. 여기에 충청·영남·호남·강원권에 들어서는 대규모 AI 데이터센터에도 8GW 이상을 추가로 공급해야 한다. 세 곳을 더하면 30GW에 육박하는 규모로, 국내 원전 약 26기의 설비용량 전체(26GW 안팎)와 맞먹는 전력이 이번 정부 임기 내 새로 필요한 것이다.
이 수요를 어떻게 채울지는 제12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달려 있다. 12차 전기본은 신규 원전과 소형모듈원전(SMR) 도입 여부를 결정하는 계획으로, 올해 정기국회 이전 확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문제는 신규 원전의 경우 착공부터 준공까지 통상 10년 이상 걸리는 탓에 2030년대 초·중반에 몰리는 수요를 즉시 메우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기존 원전의 계속운전이 12차 전기본에서 당장 활용 가능한 공급 카드로 다뤄질 가능성이 높다. 2030년까지 운전허가기간이 만료되는 원전은 고리 2·3·4호기, 한빛 1·2호기, 한울 1·2호기, 월성 2·3·4호기 등 모두 10기다. 이 가운데 한빛 1호기는 지난해 12월 가동이 멈췄고, 한빛 2호기와 월성 2호기는 올해 만료를 앞두고 있다. 실제 계속운전 승인까지 마친 곳은 고리 2호기(2033년까지 연장)가 전부다. 나머지 9기는 안전성 평가나 운영변경 허가가 여전히 심사 중이거나 신청 준비 단계에 머물러 있다.
■10년인데 왜 “6~7년”인가
문제는 계속운전 허가기간과 실제 운영기간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점이다. 계속운전 기간의 기산점은 신청일이나 승인일이 아니라 기존 운영허가 만료일로 규정돼 있다. 그런데 안전성 평가부터 운영변경 허가까지 심사에는 통상 3~4년이 걸린다. 결국 신청 시점부터 심사가 끝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이 중단 없이 돌아가는 ’10년의 시계’에서 제외되는 셈이다. 여기에 계속운전 승인 전후로 설비개선을 위해 발전소를 멈추는 휴지기간까지 포함되면서 실제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기간은 6~7년으로 줄어든다는 게 업계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올해 4월 국회를 통과한 원자력안전법 개정안은 핵연료물질 안전관리, 원자로 설계 사전검토 제도, 사업폐지 신고 제한, 과태료 체계 정비 등을 담았을 뿐 계속운전 기간 연장은 포함되지 않았다.
정체의 배경에는 어느 한 기관도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구조가 있다. 계속운전 기간을 20년으로 늘리는 문제는 단순히 숫자를 10에서 20으로 바꾸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지역주민들의 수용성을 다시 확보해야 하고, 이미 원전 9기가 10년 연장을 전제로 심사 중인 안전성 평가서류를 어떻게 처리할지도 검토해야 한다. 원자력안전위원회와 기후부, 사업자, 지방자치단체 등 여러 이해관계자가 걸려 있어 누구도 먼저 개정안을 추진하기 어려운 구조다.
고리 1호기는 2007년 12월 계속운전을 승인받아 이듬해 1월 재가동에 들어갔으나 정부 정책이 바뀌면서 2017년 조기에 폐쇄됐다. 월성 1호기도 2015년 2월 계속운전을 승인받아 그해 6월 다시 가동됐지만 정부의 탈원전 정책 속에 조기 폐쇄가 결정됐고, 2019년 멈춰섰다. 정권이 바뀌면 에너지 정책 기조가 뒤집힐 수 있다는 경험이 두 차례나 있다. 원안위 관계자는 “계속운전 운영허가 기간 연장에 대한 논의 자체가 없어진 것은 아니다”라며 “정부와 사업자, 지자체와 함께 논의가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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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유범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