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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네 모녀… 복수를 위해 경주로 가다

26일 개봉하는 신작 ‘경주기행’

엄마役 이정은… K장녀 공효진

둘째 박소담·셋째 이연이 맡아

막내딸 죽인 살인범 납치해 응징

“이 여정으로 가족이 괜찮아지길”

‘경주기행’에서 엄마 옥실 역의 이정은(왼쪽 세번째)을 중심으로 공효진(왼쪽 두번째), 박소담(왼쪽 첫번째), 그리고 이연이 세 딸 장주·영주·동주로 뭉쳤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단짠단짠, 극적인 냉온탕. 이거 웃으라는 거야, 울라는 거야. 그런 매력이 있죠.” -공효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기대되고, 마음 저리고, 숨을 고르기도 했어요. 계획이 성공하든 실패하든, 이 여정을 떠난 가족이 괜찮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죠.” -박소담

희한한 가족 복수극이 탄생했다. 천년고도 경주를 배경으로 수학여행을 갔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막내딸이자 막내동생 ‘경주’를 죽인 남자에게 복수하기 위해 떠나는 가족여행, 영화 ‘경주기행’이다.

■시나리오 읽으며 펑펑

엄마 옥실 역의 이정은을 중심으로 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에서 모녀로 만난 공효진, 영화 ‘기생충’에서 호흡을 맞춘 박소담, 그리고 드라마 ’21세기 대군부인’으로 인지도가 급상승한 이연이 세 딸 장주·영주·동주로 뭉쳤다. 여기에 ‘노개런티’가 의아할 정도로 출연 분량이 많은 변요한이 살인범 역을 맡아 팽팽한 균형을 만든다.

충격과 분노, 슬픔에서 출발한 영화는 스릴러와 블랙코미디, 가족심리극과 소동극 사이를 거침없이 오간다. 관객은 이들의 어설픈 복수에 웃다가도 딸을 잃은 부모의 마음과 엄마의 선택을 지켜봐야 하는 세 딸의 심정 앞에서 다시 비통해진다.

공효진은 26일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서사가 있는가 하면 절박한 장면에서도 웃음이 난다”고 말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는 슬픔이 먼저 밀려왔다. 특히 죽은 경주의 신원을 확인하는 과거 장면이 오래 남았다고 했다.

가족계획을 치밀하게 세우는 둘째를 연기한 박소담 역시 시나리오를 읽으며 펑펑 울었고, 네 모녀의 무사함을 빌었다. 박소담은 “아빠와 경주가 불쌍하지만, 우리의 선택이 정말 괜찮은지 끊임없이 불안해했을 것”이라며 “동시에 알리바이를 위해 단란한 가족인 척 사진을 찍는데, 이 여정이 진짜 가족여행으로 남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미조 감독은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옥실 역에 이정은을 떠올렸다. 이정은은 자신의 캐스팅 이유를 묻자 “우리 엄마 같은 얼굴과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어머니 같은 몸매 덕분이 아니겠느냐”고 농담했다. 그는 “평범한 얼굴을 한 사람이 하나의 목표를 품고 살아왔고, 어떻게 변할지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정은은 그동안 “우리 엄마가 보기에 편한 작품”을 기준으로 비교적 보수적인 선택을 해왔다. 하지만 옥실을 만나며 생각이 달라졌다. 그는 “나이가 들수록 관객도 작품을 선별해 받아들이는 힘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나만의 도덕적 틀을 벗어나 새로운 역할을 해보고 싶었다”고 변화를 설명했다.

■”열정 만렙”… 배우들이 반한 감독

‘경주기행’의 또 다른 주인공은 ’30대 여성 감독’ 김미조다. 장편 데뷔작 ‘갈매기’로 전주국제영화제 한국경쟁 대상과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특별언급을 받은 그는 ‘경주기행’으로 첫 상업영화에 도전했다.

공효진은 김 감독을 두고 “카리스마와 힘, 열정이 넘치는 아주 똑똑한 사람”이라고 말했다. 특히 영화 ‘미쓰 홍당무’의 이경미 감독을 떠올리며 “두 감독이 유독 개성적이고 독특하다”며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고 강조했다.

이정은은 김 감독과 처음 옥실을 논의하던 순간을 떠올렸다. 그는 “‘옥실이 마음속에 불이 있잖아요. 불이, 선배님’이라고 거듭 말하는데 감독 자신이 옥실 같았다”고 돌이켰다. 그는 “감독의 끓는 마음이 옥실의 뜨거움만큼 절박하고 열정적이었다”며 “그 집념 때문에 이 영화가 마침내 개봉의 순간까지 왔다”고 평했다. 이어 “우리가 쉬고 있을 때도 감독은 다음 날 찍을 장면을 생각하며 계속 들끓고 있었다”며 “영화를 찍지 않을 때는 소설을 쓰는 사람이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얼마나 많겠느냐. 앞으로가 정말 기대되는 감독”이라고 부연했다.

영화 후반부, 좌충우돌의 소동이 가라앉고 옥실의 고독한 시간이 펼쳐진다. 이정은은 “막상 딸들의 장면이 모두 끝나고 홀로 산에 오르는데 ‘우리가 결국 여기에 오기 위해 달려왔나’ 하는 묘한 고요함이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네 모녀의 계획은 성공과 실패라는 단순한 잣대로 설명되지 않는다. 복수한다고 죽은 딸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무너진 가족의 시간이 과거로 되돌아가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이들은 각자 가슴속에 묻어둔 상처를 끌어안고 함께 한다. 김미조 감독이 이 영화를 “복수극의 외피를 한 가족영화이자 지독한 사랑을 담은 작품”이라고 설명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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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진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