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서울시 첫 야간경제총괄특보
상인 61% “야간경제 활성화 매출 도움”
야간영업 안하는 이유는 유동인구 부족
체육·관광·상권·교통 정책 등 하나로 묶어
서울의 저녁시간을 새 ‘경제적 기회’로
첫 시험대로 한강 선택
수영장 야간 개장·한강 밤핑 등 운영
밤핑 운영권역 야간 카드매출 5.9%↑
체류인원 늘고 소비 확대로 선순환
서울시 첫 야간경제총괄특보로 임명된 이지현 특보는 야간경제 활성화 정책을 통해 5년 후 연간 5조원의 추가소비를 이끌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울시 제공
지난 8월 서울 종로 3가역 인근 야장거리가 시민들로 북적이고 있다. 사진=이창훈 기자
지난 8월 시민들이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한강공원 물빛무대 앞 잔디밭에 마련된 임시 야영장 한강 밤핑(Night+Camping)을 찾아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뉴시스
“시민들이 주어진 하루를 더 즐겁게 사용할 시간을, 관광객은 서울을 더 깊게 경험할 기회를, 소상공인은 새로운 경제 수요를 만들 수 있다. 서울에서 새로운 에너지를 받고, 영감을 느끼며, 건강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고 느낀다면 서울형 야간경제가 제대로 자리 잡았다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서울시 첫 야간경제총괄특보로 발탁된 이지현 특보에게 ‘야간경제’는 낯선 과제가 아니다. 이 특보는 4년여 전 서울의 밤에 주목해 ’24시간 도시’ 구상을 제안했다. 하나의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구상을 정책으로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게 된 셈이다.
이 특보는 20일 파이낸셜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정말 해보고 싶었던 일”이라며 “직접 그 구상을 현실로 만들 기회를 갖게 됐다는 점에서 설레면서도 큰 책임감을 느낀다”고 말했다. 이어 “서울의 밤을 강력한 도시 브랜드로 만들어낸다면 서울이 글로벌 톱3 도시로 도약하는데 도움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의 야간경제총괄특보 임명은 민선 9기에 야간경제를 새로운 성장전략으로 추진하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강한 의지와 직결된다. 이 특보는 문화·관광·체육에서 상권과 교통, 안전, 청결까지 흩어져 있던 정책을 ‘야간경제’라는 하나의 틀로 연결해 서울의 밤을 새로운 시장으로 만드는 역할을 맡게 됐다.
이 특보는 “시민들이 자신만의 서울의 밤을 더욱 즐기고, 상인들은 매출을 확대할 수 있고, 관광객은 서울에 더 오래 머물 이유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 세 가지를 연결하면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않은 서울의 저녁시간이 새로운 활력과 경제적 기회가 되는 새 판이 열릴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지난 7월 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야간 여가활동 실태·수요조사에서 오후 6시 이후 여가활동의 92%는 오후 6~9시에 집중됐다. 응답자의 63%는 여건이 개선되면 야간활동을 더 늘릴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지난 8월 상인 대상 조사에서는 야간영업을 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절반이 ‘상권의 유동인구 부족’을 꼽았다. 그럼에도 상인의 61.5%는 야간경제 활성화가 매출과 고객 증가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오후 10시 이전 문을 닫는 점포의 절반 이상은 여건이 갖춰지면 더 늦게까지 영업할 의향이 있다고 답했다.
이 특보는 “야간시간에 유동인구가 많아질 경우 자연스럽게 발생할 수요에 따라 야간시간에 즐길거리도 늘어, 더 많은 유동인구가 유입되는 선순환 구조가 생길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 증가도 고무적이다. 올 상반기 서울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은 823만명으로 전년보다 21.3% 늘었고 카드소비액은 5조6000억원으로 56.8% 증가했다. 최근 영국의 도시·여행 전문 매체 타임 아웃(Time Out)은 최근 ‘세계에서 가장 힙한 동네(World’s coolest neighborhood)’ 1위로 서울 종로 3가를 선정했다. 그러면서 핵심 이유로 밤마다 골목을 채우는 포장마차와 젊은층의 유입을 꼽았다.
서울시는 5년 후에 연간 야간소비를 5조원 창출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울시 빅데이터캠퍼스 카드소비 데이터 분석 결과 서울시민이 오후 5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지출하는 금액은 하루 평균 약 3108억원이다. 이 소비가 1%p 증가하면 하루 약 31억2000만원, 연간 약 1조1389억원의 추가 소비가 발생한다는 게 서울시의 계산이다. 야간소비 활동을 지금보다 4~5% 확대해 연간 약 5조원의 추가 소비를 창출한다는 목표가 여기서 나왔다.
이 특보는 “기존에 저녁 7시에 하던 소비를 단순히 밤 9시로 옮기는 것이라면 야간경제의 효과라고 보기 어렵다”며 “시민들이 밤에 운동하고 문화를 즐기고 새로운 공간을 찾으면서 하지 않았던 활동과 소비가 새롭게 생겨나는 것이 진짜 부가가치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야간경제의 첫 시험대로 한강을 선택했다. 수영장 야간개장과 디제잉, ‘한강 밤핑’, 배달서비스와 주변 상권을 하나의 야간 경험으로 연결했다. 결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올여름 한강 수영장과 물놀이장 이용객 55만6000여명 가운데 야간 이용객이 12만6000여명에 달했다. 여의도와 뚝섬 수영장 이용객은 전년보다 각각 58%, 36% 늘었다.
서울시가 특히 주목하는 것은 주변 경제효과다. 밤핑 운영기간 여의도·뚝섬·망원 권역의 야간 체류인원은 전년 동기보다 65.5% 증가했고 카드매출은 194억원 늘어 5.9% 증가했다.
이 특보는 “서울시민은 밤에도 즐길 곳을 원하고 있고, 좋은 콘텐츠가 있으면 실제 사람들이 모이고 주변 소비도 함께 움직인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체류인원 증가가 주변 상권 소비로 이어지는 선순환을 서울 전역으로 확산시키는 것이 앞으로의 과제”라고 설명했다.
한강·광화문·남산·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등 서울을 대표하는 거점에 이른바 ‘쇼케이스’로 만들고, 25개 자치구에서는 지역 특성을 살린 달빛야장과 생활권 체육·문화시설을 확대하는 ‘거점과 생활권의 투트랙 전략’으로 추진한다.
이 특보는 “밤의 활동이 늘어날수록 안전과 소음, 쓰레기 등 이른바 ‘밤의 비용’이 커질 수 있다는 점은 풀어야 할 숙제다”라며 “달빛야장 공모·선정 단계부터 갈등관리 역량을 평가하고 상인·주민 상생협의체를 통해 영업시간과 소음·청결 기준을 담은 상생협약을 사전에 체결하도록 유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서울경찰청 광역예방순찰대 49명과 서울보안관을 배치하고 지구대·파출소 핫라인을 구축해 주취폭력과 질서 위반에 대응한다. 안심지킴이 100개소, 서울안심벨 1만1000개, 공중화장실 불법촬영 점검기기 350개 등 안전 인프라도 확충한다. 내년에는 비응급 만취자를 보호하는 ‘서울형 세이프 버스(Safe Bus)’ 도입도 추진한다. 청결기동대는 100명에서 150명으로 늘리고 이 가운데 50명을 야장 관리에 추가 투입해 오후 7시부터 다음 날 오전 2시까지 집중 청소한다.
장기적으로는 민간이 야간경제의 주체가 돼야 한다는 게 이 특보의 생각이다.
그는 “행정이 모든 콘텐츠를 만들고 예산으로 계속 운영하는 방식은 지속가능하지 않다”며 “상인과 기업, 공연·문화업계, 호텔·관광업계가 서울의 밤을 새로운 시장과 기회로 보고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마무리했다.
전국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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