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식장 계약 뒤 식대·축의금 등 비용 계산 복잡
대출 보유 신혼부부 86.9%, 집값 부담까지 겹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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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가까운 사이여서 더 쉽게 다투고, 또 쉽게 말하지 못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생활비, 육아, 집안일, 부모 부양처럼 매일의 일상이 가족 안에서 갈등이 되기도 합니다. 우리 이웃의 집 안에서 벌어지는 작고도 오래된 이야기를 따라가 봅니다. <편집자주>
[파이낸셜뉴스]
“예식장 비용은 반반 하자고 하셨어.” “그럼 집 보태는 건 우리 쪽만 하는 거야?”
결혼을 앞둔 30대 예비부부의 말다툼은 예식장 계약서를 확인하던 날 시작됐다. 양가 부모는 처음엔 “아이들 원하는 대로 하라”고 했지만, 계약금과 식대, 촬영비, 신혼집 보증금 얘기가 나오자 계산이 달라졌다.
신부 쪽은 예식 비용을 나누자고 했고, 신랑 쪽은 집값을 더 보태는 상황을 먼저 말했다.
결혼식 비용을 둘러싼 갈등은 예식장 한 항목에서 끝나지 않는다. 식대를 누가 낼지, 혼수는 어디까지 할지, 축의금은 어떻게 정리할지, 신혼집 비용은 어떻게 나눌지까지 이어진다. 예비부부는 “우리 결혼”이라고 말하지만, 실제 준비 과정에서는 양가 부모의 돈과 기준이 함께 들어오기도 한다.
하객 명단과 작은 결혼식 사이
이 예비부부도 처음엔 작은 결혼식을 생각했다. 하지만 양가 친척 명단을 합치자 하객 수가 늘었다. 부모는 “친척 어른들은 불러야 한다”고 했고, 예비부부는 “우리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하자”고 했다. 신부는 “결혼식은 하루인데, 그 하루 때문에 양가가 계속 비교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예식 비용 자체도 부담이다. 한국소비자원이 2월 기준 전국 14개 지역의 결혼서비스 가격을 조사한 결과, 결혼식장과 스튜디오 촬영·드레스·메이크업을 묶은 이른바 ‘스드메’ 패키지를 합친 전체 비용은 전국 평균 2139만원이었다. 결혼정보회사 듀오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지난해 11월 4일부터 12일까지 최근 2년 이내 결혼한 신혼부부 1000명을 조사한 ‘2026 결혼비용 보고서’에서도 주거비를 제외한 결혼 준비 비용은 평균 5912만원으로 집계됐다.
비용 분담 방식은 여기서 더 복잡해졌다. 한쪽은 예식장과 식대는 반반 부담해야 한다고 봤고, 다른 쪽은 신혼집 보증금 지원까지 함께 계산해야 한다고 했다. 예비신랑은 “우리 부모님은 보증금을 보태는데 예식비까지 똑같이 내는 게 맞느냐”고 했고, 예비신부는 “그럼 우리 부모님은 돈을 덜 낸 집처럼 보이는 거냐”고 되물었다.
예식비 뒤에 붙는 신혼집 부담
예식비 논의가 신혼집 문제로 옮겨가는 데는 주거 부담도 작용한다. 국가데이터처가 2025년 12월 발표한 ‘2024년 신혼부부통계’에 따르면 초혼 신혼부부 가운데 대출을 보유한 비중은 86.9%였다. 주택을 소유한 초혼 신혼부부 비중은 42.7%였고, 연간 평균소득은 7629만원이었다.
결혼을 시작하는 단계부터 대출을 안고 가는 부부가 많은 만큼, 예식비와 신혼집 보증금은 따로 계산되기 어렵다.
예식장 계약금과 식대는 당장 눈앞에 보이는 지출이고, 보증금과 대출은 결혼 뒤 생활비에 영향을 주는 부담이다. 신부 쪽은 “예식과 혼수도 적지 않다”고 말했고, 신랑 쪽은 “집값 지원을 빼고 반반을 말하면 우리 쪽 부담이 더 크다”고 했다. 결혼식 준비가 두 사람의 행사가 아니라 양가가 얼마를 냈는지 따지는 문제로 번진 것이다.
AI로 생성한 인포그래픽.
“돈 얘기 꺼내면 속물처럼 보일까” 여전히 어려운 결혼 준비
축의금 문제도 예민했다. 부모는 “우리 손님들이 낸 돈은 우리가 받아야 한다”고 했고, 예비부부는 “대관료와 식대를 먼저 갚아야 한다”고 했다. 축의금을 누구 몫으로 볼지는 결국 식대와 대관료를 누가 부담했는지, 어느 쪽 하객이 더 많았는지의 문제로 이어졌다.
신부는 “결혼식이 축하받는 자리라기보다 정산하는 날처럼 느껴졌다”고 했다. 예비신랑도 “돈 얘기를 꺼내면 속물처럼 보일까 봐 미뤘는데, 미룰수록 더 크게 싸우게 됐다”고 말했다.
결국 두 사람은 양가 부모와 다시 비용 문제를 이야기하기로 했다. 예식장과 식대, 축의금, 신혼집 비용을 각각 따로 계산하면 한쪽만 더 부담했다는 말이 반복됐기 때문이다.
예비부부는 결혼식 당일 들어올 돈보다 결혼 뒤 남을 보증금과 대출 부담을 먼저 보기로 했다.
신부는 “처음부터 돈 얘기를 피하지 않았으면 덜 싸웠을 것 같다”고 했다.
예비신랑은 “부모님 도움을 받는 순간 부모님 의견도 같이 들어온다는 걸 몰랐다”며 “결혼식 비용보다 양가 기준을 맞추는 일이 더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hsg@fnnews.com 한승곤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