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은어 검색하자 게시물 수십건
구매 권하고 적정 흡입 횟수도 설명
후기 작성시 덤 주거나 단골 할인도
SNS·가상자산 결합에 수사 어려움
선제적 불법정보 탐지·차단책 필요
2일 파이낸셜뉴스 취재진과 텔레그램 마약 판매상이 나눈 대화 내용. 판매상들은 할인 행사를 홍보하거나 가상자산 구매 방법을 안내하며 마약 구매를 유도했다. 텔레그램 캡처
“안녕하세요. 지역·수량·품목 먼저 알려주시면 빠른 상담 가능합니다.”
텔레그램 마약 판매상과의 대화창을 열자 자동응답 메시지가 떴다. 취재진이 “경기에서 대마초 5개 가능하냐”고 묻자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떨은 지금 부산에만 재고가 있고 수도권은 술(필로폰)이나 브(액상대마)가 괜찮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품절 상품 대신 다른 제품을 권하는 쇼핑몰 상담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마약사범 수가 3년 연속 2만명을 웃도는 가운데 텔레그램을 통한 비대면 거래 수법은 갈수록 지능화되고 있다. 온라인 소비 문화를 차용한 판매 방식이 확산하면서 젊은층의 심리적 장벽마저 낮아지는 분위기다.
2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텔레그램에 운영 중인 마약 판매 공지 후기방은 구매 가이드·할인 행사·후기방·사후관리(A/S) 시스템까지 갖춘 온라인 쇼핑센터처럼 운영되고 있었다. 서울 강남과 경기 분당·고양 일대에서 거래가 가능한지 묻자 판매상들은 “주거지와 가까운 곳으로 맞춰드린다”고 답했다. 공지방에는 ‘전국 어디든 배달 가능’ ‘자체 드라퍼 배송 시 지역별 1~3시간 소요’ 등의 문구가 올라왔다.
판매 계정을 찾는 일도 어렵지 않았다. X(엑스)와 구글에서 마약 은어를 검색하자 텔레그램 판매 계정을 홍보하는 게시물이 수십건 노출됐다. 취재진이 “요즘 인생이 시궁창이라 약을 처음 해보려 하는데 추천해달라”고 하자 한 판매상은 1분 만에 메뉴판을 보냈다. 메뉴판에는 코카인과 필로폰, 대마 등의 가격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었다. ’24시간 문의’ ‘안전거래’ ‘직접 테스트한 물건만 취급한다’는 문구도 함께 담겼다. 처음이라 잘 모르겠다고 하자 한 판매상은 “코카인이 잘 나간다. 1g을 사서 나눠 하면 된다”며 구매를 권하고 적정 흡입 횟수까지 설명했다.
결제는 현금이나 카드 대신 가상자산으로 진행된다. 별도의 ‘코인 구매 가이드’에는 장외거래소 이용 방법과 함께 “본인 주민등록번호와 전화번호를 사용하지 말라” 등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한 행동요령이 담겼다. 일부 판매상은 상품권 결제도 가능하다며 핀번호가 보이도록 촬영한 사진을 요구했다.
‘단골 관리’도 이뤄졌다. 판매상들은 후기 작성 시 덤을 주거나 재구매 고객에게 용량을 추가로 제공하고, 대량 구매 고객에게는 특별 할인을 제시했다. 취재진이 여러 종류의 마약을 한꺼번에 주문하자 한 판매상은 “다 합쳐 150만원에 맞춰드리겠다”며 즉석에서 가격을 깎아줬다. 구독자 1000여명이 모인 후기방에는 “맛이 부드럽고 오래간다. 후회 없는 선택이었다” 등의 글과 함께 픽업 인증 사진이 잇따라 올라왔다.
판매상들은 자체적인 평판 체계도 구축해 운영하고 있었다. 텔레그램 내부에서는 ‘검증업체’와 ‘악성 사기업체’ 명단이 공유됐고, 취재진이 확인한 목록에는 200여개의 ‘먹튀’ 계정이 정리돼 있었다. 판매상들은 ‘인증딜러’ ‘사칭주의’ 등의 문구를 내걸고 거래를 유도했으며 공지방 캡처를 제한하고 개인 대화는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동 삭제되도록 설정하는 등 보안도 강화했다. 한 판매상은 기존 이용자임을 증명하라며 자신이 보낸 불법촬영 음란물을 다시 전송하도록 하고 이를 거부하면 당시 시간과 닉네임을 적은 종이를 신체 중요 부위와 함께 촬영해 보내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현재 경찰은 온라인 기반 마약 유통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시·도경찰청에 온라인 전담팀(82명)과 가상자산 전담 분석·수사팀(41명)을 운영하며 SNS 광고와 판매 행위를 집중 모니터링하고 있다. 텔레그램 등에서 유통되는 마약 정보를 수집·분석하는 ‘SNS 마약채널 첩보시스템’도 연내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SNS와 가상자산 결제가 결합하면서 수사 환경은 한층 복잡해진 상황이다. 밀수·광고·판매·자금세탁·운반·투약까지 전 과정이 점조직 형태로 분리 운영되고 판매 조직의 거점이 해외에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유통사범 단속과 함께 불법 정보 삭제·차단이 신속하게 이뤄져야 한다”며 “온라인 사업자가 불법 정보를 선제적으로 탐지·차단해 이를 보전한 뒤 수사기관에 제공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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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예지 박성현 기자
